[오소마츠상] 장남이 결혼하는 이야기 – 형제들 이야기
[오소마츠상] 장남이 결혼하는 이야기 – 형제들 이야기
여섯이 모이면 하나. 여섯이서 하나.
항상 그렇게 외치고 다녔고, 또 그렇게 뭉쳐 다녔으며, 그렇게 그들은 하나였다. 한 명이 빠진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언제까지고 영원히 여섯 쌍둥이라는 이름을 떨치고 다닐 것만 같았다.
여섯 명 중 장남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기 전까지는...
제일 처음에 눈치를 챈 사람은 이치마츠였다. 물론 그는 형제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과묵한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눈치는 챘으나 아직 초기였으니 불확실한 정보를 괜히 떠벌리다 나중에 당사자가 아니라고 잡아 떼버리면 오히려 곤란해지는 건 이치마츠 쪽이었으니, 그는 자신이 손해 보는 짓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눈치를 챘느냐? 그것은 평소보다 더 잦아진 장남의 외출로 알았다. 이치마츠가 고양이를 보러 산책 나가는 쪽 몇 군데는 장남의 목적지와 같은 방향인 곳이 있었다. 예를 들면 파칭코나 경마장 또는 비디오 대여소 같은.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는 장남이 안 나타도 될 길에서 기분 좋은 표정으로 지나가는 장남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한 번 본 것은 우연이려니 싶지만 그것이 너무 여러 번 발견되니 그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미행이라든가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뭐가 됐든 금방 흥미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는 여섯 명의 쓰레기가 모여 하나의 쓰레기가 된다고 믿었고, 그 누구도 쓰레기에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치마츠의 생각은 빗나가고 말았다. 장남은 더욱, 더욱 외출을 하기 시작했다. 이젠 아예 대놓고 한 길로만 다녔다. 게다가 동생들에겐 경마장이니 AV니 거짓말까지 하며 일찍 나갔다가 늦게 돌아오기 까지 만행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른 형제들은 그려러니 하고 넘긴 것 같지만, 이치마츠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유모를 불안감이 자신을 덮쳐왔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평소 자신이 느끼는 부정의 느낌보다 더 한.
이치마츠는 느꼈다. 아, 저 녀석. 여자가 생겼구나, 라고.
느낌과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이치마츠는 쉬이 말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는 그 누군가와 ‘공감’을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눈치 챈 사람은 토도마츠였다. 어느 날 장남이 토도마츠에게 와서 직접 물어본 말은 그의 외출 이유를 빼도 박도 못하게 뒷받침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어이- 토도마츠-”
“응? 왜 오소마츠형?”
“너는 데이트 할 때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하는 편이야?”
싱글싱글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내는 장남을 본 토도마츠의 표정이 살짝 굳어버렸다. 설마 저 장남의 입에서 ‘데이트’라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헤에- 형이 데이트 대화주제는 왜-?”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미끼를 던졌다. 물론 대놓고 던진 미끼를 이런 대어가 바로 물리는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왜, 냐니- 그냥 궁금해서-”
역시나 장남은 싱글싱글 웃어 보일 뿐이었다. 토도마츠는 집요하게 잡아당겨 볼까도 생각해봤지만 물을 듯 말 듯 교묘하게 피해갈 장남의 성격을 알고 있는 그였기에 관심을 포기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뭐 그냥... 어제 뭐 했냐는 둥, 오늘 날씨는 어떻다는 둥. 아주 평범하면서도 공통점을 끌어낼 수 있는 대화를 해. 공감형성을 해야 호감이 생기는 법이니까.”
“호오-... 그렇군... 고마워 톳티-!”
그렇게 말하고 장남은 또 외출을 하러 나갔다. 토도마츠도 장남의 잦은 외출이 조금은 신경 쓰였지만 자신도 외출을 자주하니 뭐라 할 말은 없었다. 안 그래도 자주 나가는 것을 보며 혹시...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오늘 대화로써 역시, 라는 답이 나왔다. 그래도 대놓고 데이트라는 말을 꺼낼 줄은 몰랐으니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긴 했다.
자신과 다르게 맨 처음에 태어났지만 자신보다 덜떨어짐을 알고 있었다. 여자들에겐 저런 장남보다 자신 같은 귀여운 스타일이 훨씬 잘 먹힌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왔던 장남인데 그런 장남이 ‘데이트 대화 주제’에 대해 물어오다니. 토도마츠는 왠지 모를 감정들이 자신의 안쪽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토도마츠도 느꼈다. 저 형. 여자 생겼구나,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토도마츠는 그런 감정들을 조용히 안고 있는 채 그저 자신의 폰 안에서 대화하고 있던 여자애와 계속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다음은 누가 눈치 챘을까? 놀랍게도 쥬시마츠가 다음으로 알아냈다. 눈치 챘기보단 훨씬 확실하게 알아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치마츠형.”
“응...? 왜 쥬시마츠...?”
“나 보고 말았슴다.”
“에...? 무엇을...?”
“오소마츠형이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쥬시마츠가 야구연습을 하는 곳에서 우연찮게 장남이 어떤 여자와 같이 있는 것을 봤다는 것이었다.
“...헤에.”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그였던지라 이치마츠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물론, 쥬시마츠는 예상이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기에 극도로 흥분상태였다.
“이치마츠형은 알고 있었슴까?”
“뭐... 어느 정도는...”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의 물음에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자신의 느낌이 맞았다는 확신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설마 그 첫 번째 쓰레기가 여자와 함께 다닌다니.
혹시 예전에 속았던 랜탈여친 같은 건 아닐까란 생각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이치마츠가 생각하기엔 장남은 그렇게 돈이 많지 않았고, 계속 되는 쥬시마츠의 증언에 랜탈여친의 ‘랜’자도 생각을 안 하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와 형 뿐임다.”
그들은 토도마츠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만 알고 있다고 믿는 그것을 바탕으로 둘만의 회의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럼 형들에게 말함까?”
“...아니. 말하면 더 복잡해져. 그냥 조용히 기다리는 쪽이...”
“톳티에게도?”
“...응. 걔는 스스로 알아챌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럼 조용히 있겠슴다.”
“응...”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그렇게 여자를 오랫동안 만나면서 우리에겐 한 마디도 안 하는 장남에 대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말해주려고? 우리가 그의 데이트를 방해할까봐? 아니면 이 모든 것이 그가 예상하던 모든 일의 시작?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한 데로 흐름이 떠내려갔다. 교묘할 거라고 생각하면 장남은 그렇게 머리가 좋지 않음이 생각나고, 그렇다고 단순히 연애를 즐기고 있는 것이라면 첫 번째 쓰레기가 과연 한 여자만 마음에 품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심이 들기도 하고...
그런데 이치마츠는 그런 생각과 동시에 다른 궁금증도 들기 시작했다.
“...저기 쥬시마츠.”
“응-?”
“그런데 왜 나한테 말한 거야...?”
“아- 다른 형들이 집에 없어서! 톳티도 없고.”
“아... 그랬구나.”
집에 있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치마츠였다.
쵸로마츠는 이치마츠만 집에 있던 그 날 마침 냐쨩의 라이브 콘서트가 있어서 밖에 나가게 되었었다. 그는 냐쨩을 응원하고, 굿즈를 사고, 최고의 하루를 보내는 것만이 그의 할 일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깔끔하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찰나, 쵸로마츠는 깨달았다. 아직 하루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오소마츠형...?”
쵸로마츠는 하마터면 자신이 들고 있던 굿즈들을 땅으로 떨어뜨릴 뻔했다. 그만큼 그가 본 광경은 어떤 여자와 함께 길을 걷고 있는 장남의 모습이었다. 여자는 착해 보이기도 했고 예뻐 보이기도 했으며 행복해 보이기도 했다. 쵸로마츠는 전혀 볼 수 없으리라 생각한 장면에 그만 정신을 놓은 것이다.
“어, 쵸로마츠-!”
장남은 쵸로마츠를 모른 척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너무 반갑게 쵸로마츠를 반기며 웃어보였다.
“어...? 어어...”
걸음이 굳어버려서 움직일 수가 없던 쵸로마츠에게 장남이 다가왔다.
“...옆에 분은...?”
어버버거리며 옆에 있는 여자 분에 대해 물어봤더니 장남은 슬쩍 바라보고는 수줍게 얼굴을 붉혀 보였다. 정말 단 한 번도 생각해 본적도, 머릿속에 그려본 적도 없는 또 다른 장면에 쵸로마츠는 또 말을 잃고 말았다.
“음... 나중에 꼭 집에 데려가서 소개시켜 줄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주면 좋겠는 걸-...”
그렇게 말하며 장남은 여자와 함께 손을 잡고 쵸로마츠를 지나쳐 걸어가기 시작했다. 집에서 봐-, 란 장남의 말은 이미 듣지 못하고 한 동안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생각의 시작은 그들의 만남부터 흐름을 따라 그들의 미래와 여섯 쌍둥이의 미래. 쵸로마츠는 그 미래에 대해...
“드디어... 저 장남이 정신 차렸나봐...!”
활짝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곤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쵸로마츠는 단지 여자와 함께 있는 장남의 모습에 놀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평소에 일하라고 소리치던 자신이었기에, 일도 안하고 집에만 박혀 있다가 돈 쓸 궁리만 하고 있는 장남이 여자가 생겼다는 것은 어쩌면 삶의 목표가 생겼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쵸로마츠에게 있어서는 아주 나쁜 소식이 아니었다. 아니었다, 라고 자신을 합리화 시키고는 이 ‘기쁜’ 소식을 어서 형제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알려도 괜찮은 걸까? 아니면 이미 다른 형제들도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장남은 분명 ‘나중에 집에 데려가서 소개시켜 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부모님은 물론, 형제들도 알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쵸로마츠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쵸로마츠도 이치마츠처럼 말을 안 하기로 했다. 이치마츠와 같은 결과를 내놓았지만 이치마츠와는 다른 이유의 결과였다. 이치마츠는 자신이 가장 먼저 알았기 때문에 말해도 대화가 안 될 것을 알고 말하지 않았지만, 쵸로마츠는 장남이 기다려달라고 했으니 때가 되면 말할 것이라 믿고 장남을 기다리려는 것이었다. 아무리 답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장남’이니까 장남 나름의 생각이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쵸로마츠가 장남에게 건 마지막 믿음이었다.
카라마츠는 형제들 중에 가장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아서 몰랐던 거기도 하고 다른 형제들과 달리 우연찮은 만남도 없었기에 그가 장남에 대해 알게 된 건, 장남이 결국 그의 여자를 집에 데려왔을 때였다.
“......”
장남은 부모님과 면 대 면으로 인사를 드린 후 형제들에게 소개시켜줬다.
“......”
물론 이 침묵은 카라마츠의 침묵이었다.
장남은 쑥스럽게 웃으며 자신의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자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첫 만남부터 둘이 마음이 맞은 이야기와 함께 다니기 시작한 이야기, 그리고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지금 인사를 드리러 온 상황까지. 장남은 자신의 그 모든 이야기를 형제들에게 하나씩 하나씩 알려주었다.
이치마츠는 그럴 줄 알았다며, 첫 번째 쓰레기인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신사적인 부분이 있었네-, 라며 빈정거렸고 토도마츠는 오히려 여자에게 장남의 장점이라든가 반한 부분 같은 것을 물어보고는, 헤- 형에게 여자라니 역시 대단하네-, 라며 드라이 몬스터답게 웃어보였다. 쥬시마츠는 역시나 흥분상태였으므로 야구배트 못 휘두르게 하는 데 애먹었었고 쵸로마츠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건 믿음이 인정받은 듯 하여 혼자서 뿌듯해하면서도 자신은 없고 자신의 형은 있는 것에 쓸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카라마츠는? 자신의 시점에서 형제들을 바라보니 마치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기분이었다. 그 기분은 카라마츠만 느꼈지만 정확한 사실이었고, 그는 그저 아주 작게 웃어보였다.
“...축하한다, 형님.”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자신의 형의 행복을 축복해주고 싶었다. 비록 자신이 가장 늦게 장남에 대해 알게 됐더라도, 자신은 진심이 담긴 축복을...
불안했다. 불안하고 초조했다. 왜 자신만 모르고 있었지? 왜? 차남인데? 그 누구보다 장남에게 가까운 ‘차남’인데? 왜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 어째서? 왜? 왜?
왜?
그의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차고 말았다. 자신이 형제들에게 무시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형제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다고 치부했는데 오히려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는 것이 없어서 알지 못했고, 알지 못해서 눈치도 없었다. 그렇게 형제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이 그의 악순환이었다.
“훗-, 이런 축복이 가득 넘치는 날의 sunshine도 눈부시도록 아름답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생각은 안하고 그저 언제나처럼 허세 가득한 말을 지어내며 찬란스럽게 선글라스를 쓰고 마는 그였다. 사실은 자신의 표정을 보여주기 싫음도 있었을 테지만, 결국 그는 물음표로 가득 찬 머리를 그저 그대로 묻어두기로 한 것이다.
“참, 그럼 식은 언제 올리는 건가 형님?”
“아? 아-... 사실... 이미 준비를 미리 많이 해두어서... 당장 내일해도 상관없을 정도랄까나-”
미소를 지은 채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대답하는 장남의 말에 카라마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미 준비를 많이 한 두 사람,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던 형제들, 이미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 부모님. 그렇다면 자신이 한 것은 무엇이지? 생각해 보니 물음표를 달고 나오는 질문밖에 자신이 한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남에게 말을 건넸다.
“그렇다면 내일 당장 식을 올리는 건 어떤가, 형님.”
“으응...?”
“파파와 마미도 알게 되었고 형제들에게도 이미 공개했으니, 더 이상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에... 그런가...?”
“물론이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제 형님은 ‘장남’이 아니라 ‘가장’이 되는 것이다! 옆에서 지켜야 할 존재가 생겼는데 언제까지 우리들의 ‘장남’으로 있을 것인가?”
카라마츠의 목적은 ‘적어도 결혼 날짜정도는 내가 정해도 되지 않을까.’였다. 물론 결정하는 건 장남의 몫이라 생각했지만, 자신이 그렇게 말하고 나니 이번엔 물음표를 달고 나올 감정들에 휩싸이고 말았다.
‘언제까지 우리들의 장남으로 있을 것인가.’
그 말은 카라마츠와 장남뿐만 아닌 다른 형제들에게도 확실히 와 닿고 말았고, 그것은 자신들이 느끼던 알 수 없던 감정의 해답이었다. 장남이 결혼을 해버리면 더 이상 여섯이 아니었고, 여섯이 아니면 하나가 될 수 없었다. 하나가 아니면 불완전한 상태가 되어 버리고... 불완전한 상태는 불안을 불러일으키며... 그 불안은......
“아- 그럼 내일 결혼할까?”
장남의 한마디에 그들의 생각이 멈추고 말았다. 그들의 시선은 자신의 여자와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불안의 끝을 그냥 떠올리고 말았다. 그 불안의 끝은... 파멸을 이끌어 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다음날, 정말로 장남의 결혼이 시작되었다.
친척 분 결혼식이여야만 엄마아빠 손에 이끌려 간신히 왔던 그 화려하고도 휘황찬란한 결혼식장에서 점잖게 턱시도를 입고 있는 장남의 모습에 형제들은 말을 잃었다. 역시나 평생 못 볼 광경에 평생 못 볼 분위기를 떡하니 제 눈앞에서 보고 있잖니 느낌이 심히 이상하였다. 항상 여섯이서 다 같이 입던 정장을 한 사람 빼고 다섯만 입고 있잖니 또 이상한 기분이었고, 또 우리가 아닌 저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장남을 보니 또...
“신랑 신부 입장.”
부모님은 기뻐서 울고 있었다. 항상 니트들이라며 이름조차 부르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장남의 이름을 많이 불러주었다. 결국 부모님의 기쁨이란 이름하에 형제들도 마지못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저기-... 형들, 오늘 기쁜 날 맞지...?”
분명 기쁜 날인데 왜 형제들 중에선 아무도 기뻐 보이지 않는지, 토도마츠가 형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답은 제각각이었다.
“기쁜 나아알-?? 오소마츠형 장가가는 나아알-?? 아, 그럼 이제 오소마츠형이랑 야구 못 하는겨?”
“...난 몰라. 별로 그렇게 생각하기도 싫고...”
“기쁜 날이라면 분명 기쁜 날이지. 드디어 장남이 장가를 가잖아. 그럼 이제 일자리로 찾을 거고... 정신도 차릴 테고...”
“훗-, 오늘 같이 기쁜 날엔 축배를 들어야 하지 않겠나, Brother-! 그러고 보니 형님 말대로라면 여긴 Infinite Buffet이라구~ 하항-?”
각자의 반응에 토도마츠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장남이 본보기로 먼저 장가를 갔으니 이제 형제들도 차례차례 일자리를 얻고 가정을 얻고 독립을 하고 사회를 살아가는 일도 머지않았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애도 아니고 20살이 넘은 어엿한 청년이니 언제까지고 부모의 그늘 막 아래에서 쉴 수는 없었다.
그들은 결혼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장남이 그들을 불러 세웠고, 그들은 장남과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형수님이 기다리시지 않아? 그래도 첫날밤인데...”
“이미 양해는 다 구하고 왔단다, 걱정은 치워둬 우리 삼남~ 내가 동생들이랑 술 마시겠다는데 어떻게 막느냐고- 대신 일찍 들어오라 하더라~”
한 잔, 또 한 잔. 그들은 한 잔씩, 또 한 잔씩 이야기꽃을 피어내고 있었다.
“캬하-... 하하-, 저기 카라마츠-”
“으응-? 왜 그러는가 형님?”
“...어젠 고마웠어-”
“무엇이 말인가?”
“카라마츠가 그 얘길 해주지 않았더라면 나 계속 결혼 망설였을지도...-”
“...아, 그런 것인가?”
“으응-! 사실-... 우리 동생들 놔두고 내가 어떻게 결혼하나 생각했었거드은-... 여섯이 모여서 하나인데... 나 하나 빠지면 하나가 안 되잖아-...”
“하항~ 형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군-”
“응-... 그런데 어제 카라마츠가 해준 말 듣고-... 그래, 내가 없어도 이제 스스로가 하나가 될 수 있을 텐데, 내가 괜히 너희들을 쥐어 잡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형님...”
“크으-... 이제 장남 졸업이니까 말이지- 여섯이 모여서 하나가 아니라 하나가 모여서 여섯이 돼보자- 이젠 그렇게 독립할 때도 되었잖아-...”
“......”
장남의 말에 그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골백번 옳은 소리 같아 인정하면서도 골백번 틀린 소리라 부정하고 싶었다.
“저기... 오소마츠형.”
“으응? 왜 쵸로마츠-?”
“그... 결혼... 축하해...”
아마 다섯 명 중에서 장남의 결혼을 가장 축하해 주는 이는 쵸로마츠일 것이다.
“이제 앞으로 형... 일도 찾을 거고-... 취직도 할 테고-... 누군가의 남편으로서 또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정말 한 가정으로서-... 정말... 열심히 살 거지...?”
“...그럼 물론이지- 내가 누구한테 그렇게나 잔소리 들었는데에-...”
“그렇지-...?”
“당연하지-... 나 절대로 행복해질 테니까-...!”
“...응...”
그들의 밤은 한 잔, 또 한 잔 그렇게 기울일 때마다 어둡게 깊어만 갔다.
다섯이서 생활하는 첫 하루가 시작되었다. 다섯이서 하는 아침 식사. 다섯이서 하는 이 닦기. 다섯이서 옷 갈아입기. 다섯이서 점심 먹기. 다섯이서 집에서 뒹굴기. 다섯이서 저녁 먹기. 다섯이서 목욕탕 가기. 다섯이서 잠자리에 들기.
다섯이서.
그 밖에 다섯인 것은 너무 많았다. 다섯이서 세 개의 국화빵 나눠먹기. 다섯이서 커피우유 마시기. 다섯이서 카드 게임하기. 다섯이서 일자리 찾으러 가기.
등등.
우리는.
다섯이서.
다섯이었다.
여섯이 아니다.
다섯일 뿐이었다.
그냥 다섯인 것이다.
그저 여섯이 아니었다.
지금은 다섯밖에 없었다.
더 이상 여섯일 수가 없다.
“오소마츠는 드디어 일을 얻었다는 구나-!”
“오소마츠가 이번에 승진을 했다는 구나-!”
“오소마츠가 이제 애 아빠가 된다하구나-!”
“오소마츠가 용돈을 보냈다고 하는 구나-!”
“오소마츠가 ------------------ 구나-!”
날이 가면 갈수록 다섯 명의 정신 상태는 더 피폐해지고 말았다. 그들에게 있어선 마치 예전에 태어났던 카미마츠가 다시 나타난 기분이었다.
“이대로는 살아가기가 어려워지는군...”
“맞아... 일자리 찾는 것도 더 어려워지고 있고...”
“결혼할 거라는 보장도 없고...”
“에에- 왜 이렇게 된 거지-?”
“왜 이렇게 된 걸까...?”
그들은 질문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대답을 알고 있는 질문이었다.
“형님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아... 맞아... 오소마츠형이 없어서...”
“...혼자 결혼하고 혼자 일자리 찾아서...”
“같이 야구도 안 해주고-...”
“혼자 열심히 하니까 우리는 계속 묻히고...”
다섯명의 대답은 똑같았으며, 그 결과도 똑같았다. 이들은 이미 그 기분을 한 번 느껴본 적이 있었고, 지금은 그 느낌을 행동으로 볼 차례였다.
“지금 데리러 간다, 형님.”
“응. 우리는 여섯이서 하나니까.”
“...데려와서 죽인다...”
“아이아이-! 다 같이 야구하는겨-!”
“혼자만 성공하는 거 완전 반칙이라구-?”
여섯이 모이면 하나. 여섯이서 하나.
항상 그렇게 외치고 다녔고, 또 그렇게 뭉쳐 다녔으며, 그렇게 그들은 하나였다. 한 명이 빠진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언제까지고 영원히 여섯 쌍둥이라는 이름을 떨치고 다닐 것만 같았고 이제 그들은 다시 여섯 쌍둥이라는 이름을 떨치고 다닐 것이다.
그들의 대답은, 좁고 어두운 방 안에서 메아리처럼, 서늘하게 반짝이며, 점점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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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 SAPU님의 썰을 기반으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