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오소마츠상] 장남이 결혼하는 이야기 – 오소마츠 이야기

글쟁이문어 2017. 2. 26. 00:15

[오소마츠상] 장남이 결혼하는 이야기 오소마츠 이야기

 

 

 

 그것은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어라? 마츠노군-?”

 때는 여느 때처럼 경마장을 가던 도중에.

 “...? 어라 너는?”

 우연히 다른 길로 가볼까-, 란 생각에 시작된 일이었다.

 “? 나 마츠노군이랑 고등학교 같은 반이었던-...!”

 그 시작의 질문은 아주 우연찮았고.

 “-... 네가 그 때 우리 반에 그...-?”

 또 아주 묘했으며.

 “- 맞아!”

 또 그 끝의 대답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야- 정말 간만이네- 잘 지냈어?”

 그들은.

 “물론이지- 그나저나 마츠노군은 어디 가는 길이야?”

 그 이야기를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제일 처음에 눈치를 챈 사람은 사남이었다. 물론 그는 형제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과묵한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소마츠는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결론은 참으로 간단하게 나왔다. 사남은 믿지 않는것이다. 아마 맨 처음 눈치를 채서 그런 게 아닐까 가설을 세워봤다. 맨 처음에 눈치를 챘으니 자신의 말을 믿을 사람은 적었다.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왜냐하면 사남이 그렇다 말해도 오소마츠가 아니다 말하면 오히려 내 말을 믿는 게 그의 동생들이니까.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조금은 슬퍼지는 그였지만, 뭐가 됐던 믿지 않을 것이 뻔할뿐더러 사남은 애초에 떠벌떠벌 말하고 다닐 성격이 아니었다. 때문에 오소마츠는 자신이 다니는 길 골목사이에 사남이 있어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믿어주면 고맙다는 마냥 확정된 길 하나로 그녀를 만나러 다녔다. 이쯤 되면 사남도 믿어주지 않을까? 오소마츠는 그렇게 생각했다. 일부러 그가 산책하는 코스로 데이트를 맞추고, 들키기 쉽게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이 쯤 되면 눈치 채고도 남겠지.

 아, 오소마츠가. 여자가 생겼구나, 라고.

 이제야 확신하다니 역사 귀여운 사남-, 오소마츠는 키득키득 웃을 뿐이었다.

 

 다음으로 눈치 챈 사람은 막내 육남이었다. 이유는 어느 날 오소마츠가 막내에게 와서 직접 물어봤기 때문이었다.

 “어이- 토도마츠-”

 “? 왜 오소마츠형?”

 “너는 데이트 할 때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하는 편이야?”

 오소마츠는 싱글싱글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내었다. 이런 말하는 오소마츠는 처음이라 그랬나? 막내의 표정이 살짝 굳어버리고 말았다.

 “헤에- 형이 데이트 대화주제는 왜-?”

 “, 냐니- 그냥 궁금해서-”

 “...뭐 그냥... 어제 뭐 했냐는 둥, 오늘 날씨는 어떻다는 둥. 아주 평범하면서도 공통점을 끌어낼 수 있는 대화를 해. 공감형성을 해야 호감이 생기는 법이니까.”

 “호오-... 그렇군... 고마워 톳티-!”

 그 말을 끝으로 오소마츠는 외출을 하러 나갔다.

 이걸로 막내도 오소마츠가 여자가 생긴 걸 알게 되었을 것이다. 오소마츠는 혹시 막내가 사남이랑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긴 했지만 둘은 공통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안 좋은 사이라기 보단 그냥 친하지 않은 사이. 오소마츠가 보기엔 둘이 그랬다. 때문에 둘이 이야기를 나눌 일은 없겠다 싶었다.

 “뭐야 시시하잖아-”

 이거 참 시시하네, 진짜. 언제쯤 그녀를 모두에게 보여 줄 수 있을까. 그 날이 온다면 대부분의 동생들이 이미 눈치를 챘을 때였음 하는 것이 오소마츠의 바람이었다.

 

 다음은 누가 눈치 챘을까? 놀랍게도 오남이 다음으로 알아냈다. 눈치 챘기보단 훨씬 확실하게 알아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레... 쥬시마츠가 야구하고 있었네...?”

 그 날은 데이트를 강변에서 하고 있었다. 강 위쪽 산책길을 걷고 있었는데 강변 아래에 터에서 오남이 야구배트를 휘두르고 있던 것이다.

 “쥬시마츠라면... 오소마츠의 동생군?”

 “, 응 맞아우리 오남! 저 녀석 야구 엄청 좋아하는 녀석이니까.”

 “-, 고등학교 야구부에서도 유명했지 아마?”

 “응 맞아-”

 또 고등학교 때의 이야기를 꽃피우니 오소마츠는 기분이 좋아졌다. 뭐 이제, 누구한테나 말할 수 있는 오남이 보았으니 동생 대부분이 아는 건 금방이라고 생각했다.

 

 강변을 지나고 시내를 걷던 중에 오소마츠는 렌카의 라이브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삼남을 만났다. 보아하니 오늘도 삼남은 렌카의 굿즈를 많이 산거처럼 보였다.

 “...오소마츠형...?”

 “, 쵸로마츠-!”

 “...? 어어...옆에 분은...?”

 “... 나중에 꼭 집에 데려가서 소개시켜 줄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주면 좋겠는 걸-...”

 그렇게 말하며 오소마츠는 그녀와 함께 손을 잡고 사남을 지나쳐 걸어가기 시작했다. 집에서 봐-, 란 말은 덤이었다. 그럼 오늘만 해도 두 명에게 확실하게 걸린 걸까나- 오소마츠는 슬쩍 웃어보였다.

 그럼 이제 슬슬 인사 드리러가도 괜찮겠네, 그것이 오소마츠의 결정이었다.

 “있지-...”

 “? 왜 오소마츠?”

 “내일은 혼수 장만이나 결혼식장 같은 거, 알아볼까? 너희 부모님께도 인사드리러 가고.”

 “- 벌써? 너무 빠른 거 아냐?”

 “아니. 난 얼른 부모님께 너를 소개하고 싶어. 그렬러면 조금이라도 준비해둬야지 않겠어?”

 “그러자-”

 나이도 나이인지라 그녀에게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게 아니면 사귀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더니 결혼은 당연한 거 아니냐며 흔쾌히 교제를 수락했다. 그 뒤로 평생 못 할지도 몰랐던 일을 그녀와 하나씩 해나가고 있었다. 손잡아보기, 데이트하기, 커플 사진 찍기 등등. 하루하루가 행복했고 또 단 둘이 새로운 행복을 맞이하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그 마음은 맞았고, 이제 한 걸음씩 결혼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차남은 형제들 중에 가장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가 오소마츠에 대해 알게 된 건, 오소마츠가 그의 여자를 집에 데려왔을 때였다. 사실 오소마츠는 대부분의 동생들이 이미 눈치를 챘을 때 그녀를 데려오고 싶었고, 그의 예상대로 차남 빼고 모든 동생들이 그녀를 알게 되었다. 오소마츠는 차남이 눈치 채질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던 것이었다.

 “......”

 오소마츠는 부모님과 면 대 면으로 인사를 드린 후 형제들에게도 그녀를 소개시켜줬다.

 “......”

 물론 이 침묵은 차남의 침묵이었다.

 사남은 그럴 줄 알았다며 빈정거렸고 막내는 오히려 그녀에게 오소마츠의 장점이라든가 반한 부분 같은 것을 물어보고는 웃어보였다. 오남은 흥분상태였으므로 야구배트 못 휘두르게 하는 데 애먹었었고 삼남은 자신은 없고 자신의 형은 있는 것에 쓸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차남은 그저 아주 작게 웃어보였다.

 “...축하한다, 형님.”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 이런 축복이 가득 넘치는 날의 sunshine도 눈부시도록 아름답군-”

 차남은 그저 언제나처럼 허세 가득한 말을 지어내며 찬란스럽게 선글라스를 쓰고 말았다

 “, 그럼 식은 언제 올리는 건가 형님?”

 “? -... 사실... 이미 준비를 미리 많이 해두어서... 당장 내일해도 상관없을 정도랄까나-”

 미소를 지은 채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대답하는 오소마츠의 말에 차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남에게 말을 건넸다.

 “그렇다면 내일 당장 식을 올리는 건 어떤가, 형님.”

 “으응...?”

 “파파와 마미도 알게 되었고 형제들에게도 이미 공개했으니, 더 이상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그런가...?”

 “물론이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제 형님은 장남이 아니라 가장이 되는 것이다! 옆에서 지켜야 할 존재가 생겼는데 언제까지 우리들의 장남으로 있을 것인가?”

 그 말은 오소마츠에게 크게 와 닿았다. 그리고 오소마츠는 두 번 고민 안하고 바로 대답했다.

 “- 그럼 내일 결혼할까?”

 

 다음날, 정말로 오소마츠의 결혼이 시작되었다.

 “신랑 신부 입장.”

 부모님은 기뻐서 울고 있었다. 항상 니트들이라며 이름조차 부르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오소마츠의 이름을 많이 불러주었다. 결국 부모님의 기쁨이란 이름하에 형제들도 마지못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저기-... 형들, 오늘 기쁜 날 맞지...?”

 분명 기쁜 날인데 왜 형제들 중에선 아무도 기뻐 보이지 않는지, 막내가 저산의 형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답은 제각각이었다.

 “기쁜 나아알-?? 오소마츠형 장가가는 나아알-?? , 그럼 이제 오소마츠형이랑 야구 못 하는겨?”

 “...난 몰라. 별로 그렇게 생각하기도 싫고...”

 “기쁜 날이라면 분명 기쁜 날이지. 드디어 장남이 장가를 가잖아. 그럼 이제 일자리로 찾을 거고... 정신도 차릴 테고...”

 “-, 오늘 같이 기쁜 날엔 축배를 들어야 하지 않겠나, Brother-! 그러고 보니 형님 말대로라면 여긴 Infinite Buffet이라구~ 하항-?”

 각자의 반응에 막내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들은 결혼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오소마츠가 그들을 불러 세웠고, 그들은 오소마츠와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형수님이 기다리시지 않아? 그래도 첫날밤인데...”

 “이미 양해는 다 구하고 왔단다, 걱정은 치워둬 우리 삼남~ 내가 동생들이랑 술 마시겠다는데 어떻게 막느냐고- 대신 일찍 들어오라 하더라~”

 한 잔, 또 한 잔. 그들은 한 잔씩, 또 한 잔씩 이야기꽃을 피어내고 있었다.

 “캬하-... 하하-, 저기 카라마츠-”

 “으응-? 왜 그러는가 형님?”

 “...어젠 고마웠어-”

 “무엇이 말인가?”

 “카라마츠가 그 얘길 해주지 않았더라면 나 계속 결혼 망설였을지도...-”

 “..., 그런 것인가?”

 “으응-! 사실-... 우리 동생들 놔두고 내가 어떻게 결혼하나 생각했었거드은-... 여섯이 모여서 하나인데... 나 하나 빠지면 하나가 안 되잖아-...”

 “하항~ 형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군-”

 “-... 그런데 어제 카라마츠가 해준 말 듣고-... 그래, 내가 없어도 이제 스스로가 하나가 될 수 있을 텐데, 내가 괜히 너희들을 쥐어 잡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형님...”

 “크으-... 이제 장남 졸업이니까 말이지- 여섯이 모여서 하나가 아니라 하나가 모여서 여섯이 돼보자- 이젠 그렇게 독립할 때도 되었잖아-...”

 “......”

 오소마츠의 말에 그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저기... 오소마츠형.”

 “으응? 왜 쵸로마츠-?”

 “... 결혼... 축하해...”

 “이제 앞으로 형... 일도 찾을 거고-... 취직도 할 테고-... 누군가의 남편으로서 또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정말 한 가정으로서-... 정말... 열심히 살 거지...?”

 “...그럼 물론이지- 내가 누구한테 그렇게나 잔소리 들었는데에-...”

 “그렇지-...?”

 “당연하지-... 나 절대로 행복해질 테니까-...!”

 “......”

 그들의 밤은 한 잔, 또 한 잔 그렇게 기울일 때마다 어둡게 깊어만 갔다.

 

 둘이서 생활하는 첫 하루가 시작되었다. 둘이서 하는 아침 식사. 둘이서 하는 이 닦기. 둘이서 옷 갈아입기. 둘이서 점심 먹기. 둘이서 저녁 먹기. 둘이서 목욕탕 가기. 둘이서 잠자리에 들기.

 등등.

 둘이서.

 행복했다.

 정말 행복해.

 둘이서 행복해.

 결혼하길 잘했어.

 일자리도 찾아보고.

 열심히 해서 승진하고.

 정말 힘내서 아빠가 되고.

 처음 부모님께 용돈 드리고.

  

 

 솔직히 동생들에게 안 미안하다면 거짓말이다. 항상 여섯이 모여 하나라고 외치고 다녔는데 자신이 빠져 다섯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렇지만 차남이 말해주었다.

 ‘언제까지 우리들의 장남으로 있을 것인가?’

 그 말을 기점으로 자신은 정말 멋진 말을 하게 된 첫째가 되었다.

 ‘여섯이 모여서 하나가 아니라 하나가 모여서 여섯이 돼보자.’

 그 날 말한 그 문장은 자신이 생각해도 참으로 명언이라 생각했다. 그 말을 들은 동생들도 이제 더 이상 니트가 아니지 않을까란 마음이 있었다. 다시 그 때를 생각하며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퇴근 하는 길이었다.

 “여보야- 나왔어-!”

 

아닐거라고생각했다말이안돼잖아이거

왜어두워왜추워왜대답이없어왜아니

야이거아니야왜거기서자고있어왜

안일어나잘거면침대에서자지임

신하고있는사람이왜그렇게불

편하게누워있어왜이렇게바

닥이축축해왜어렴풋이비

릿한냄새가나혹시몰라

불을켜봐근데왜바닥

이이렇게빨게왜이

빨간게당신한테

서나오는거야

왜숨을안쉬

어왜심장

이안뛰

어왜

 

 

 검은색 옷을 너무 자주 입는 거 같다고 생각했다. 자주 입는 건 문제가 안 되지. 그러나 문제는 이 날이 그리 행복하지 않은 날이란 것이다. 처음이라서 그렇게나 잘 해주고 싶었고, 사랑해서 오래오래 아끼고 싶었다. 그랬는데 어재서 이렇게 된 걸까.

 사인은 칼에 찔린 타살. 경찰에 신고하니 오소마츠의 집근처에 빈집털이가 자주 출몰하는데 운 나쁘게 죽음에 걸린 거 같다고. 구급차를 불렀더니 이미 출혈이 심해서 살릴 확률이 없다고. 오소마츠는 스스로가 붕괴하기 일보직전이었다.

 “형님...! 괜찮은가...!”

 “! 형은? 보복이라던가, 없는 거야? 괜찮은 거야?”

 “제길...”

 “뭐여-!!! 빈집털이버어엄-?? 그 녀석 내가 만나면 배트로 홈런 쳐버릴 테니까-!!”

 “형수님... 분명 좋은데 가셨을 거야... 얼마나 예쁘고 착한 분이셨는데...”

 동생들이 와서 오소마츠를 감싸주었다.

 “얘들아...”

 그 덕분인지 오소마츠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동생들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형님... 우리에게로 와라...”

 “맞아... 지금 힘들잖아... 혼자 사는 거 무리야. 일도 잠깐 쉬고 들어와...”

 “쉬는 것도... 중요해...”

 “야구하면 다 괜찮아질 거랑께-??”

 “우린 여섯이서 하나잖아. 하나가 되어 치유하자 형.”

 정신이 나가고 속이 뒤집어 진 오소마츠에게 그들의 유혹은 마치 자신을 위한 진심의 말로 들려왔다. 그래서 오소마츠는 그에게 있어 가장 활짝 웃을 수 있는 미소를 보여주며 말했다.

 “... 나 돌아갈 테니까...”

 

 그렇게 장남이 돌아왔다. 그들의 파멸의 연기를 믿고 오소마츠는 그들의 장남으로 돌아왔다. 이제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그들의 사슬에 묶이고 말았다.

 여섯이 모이면 하나. 여섯이서 하나.

 항상 그렇게 외치고 다녔고, 또 그렇게 뭉쳐 다녔으며, 그렇게 그들은 하나였다. 한 명이 빠진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언제까지고 영원히 여섯 쌍둥이라는 이름을 떨치고 다닐 것만 같았고 이제 그들은 다시 여섯 쌍둥이라는 이름을 영원히, 영원히 떨치고 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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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위터 SAPU님의 썰 기반으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