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로 키우는 글
[1차] 여장 - 1. 축제
글쟁이문어
2017. 7. 5. 15:50
[1차] 여장 - 1. 축제
"정우야 한 번만 부탁할게."
"......"
"우리들 처음하는 부탁이자 마지막 부탁이야. 제발..."
선도부 학생들이 나에게 이렇게 애걸복걸하고 있는데도 내가 침묵을 지키는 이유는 그들이 내게 부탁하는 것이 바로 축제에서 열리는 '여장 콘테스트'에 출전해 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부원이 나가도 되잖아..."
"하지만 네가 아니면 임팩트가 없다니까!!!"
"......"
미간이 절로 짚어지는 이 상황의 또 다른 이유는 상금이 걸려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학교측 본 목적은 동아리 홍보였다. 물론 동아리 발표대회같은게 따로 있긴 하지만, 그저 단순한 재미를 위해 동아리 홍보라고 예쁘게 포장해놓고는 각 동아리에서 남자 한명을 골라 여장을 시키고 출전시키는 이벤트인것이다. 이 바보같은 이벤트에 출전하는 동아리 팀이 처음에는 많지 않아서 동아리 운영비랍시고 상금을 내걸었다고 한다. 그 상금을 타기 위해 처음보단 참여하는 동아리가 많아졌다나 뭐라나.
"제발, 한 번만 부탁할게. 네가 나가면 상금은 우리거라니까?"
"우리가 상금타서 뭐하게."
"회식!"
"......"
사실 선도부는 따지고보면 동아리가 아니라서 콘테스트이 참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런데도 동아리이름을 걸 수 있는 이유는 콘테스트의 새로운 규칙이 생겼기 때문이다. 동아리만들때 조건인 최소 인원 다섯명이 한 그룹이 되어 일일 동아리가 되면 출전할 수 있다는 것. 다만 특정 동아리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콘테스트에 출전하지 않는 동아리 가입부원 남자만 일일 동아리가 될 수 있다. 원래 동아리 홍보가 목적이기에 콘테스트에 나가면 가명소개와 짧은 동아리 소개 그리고 어필로 나뉘는데, 그런 일일 동아리는 그냥 재미로 동아리 소개를 한다더라. 그렇게 한다면 한 층 더 즐거운 축제가 된다나 뭐라나.
어쨌든 그래서 선도부도 그런식으로 참여하자는데 하필 지목대상이 내가 된 것이다. 가장 안 그럴거 같은 사람이 그러면 인기 폭발이라고 얘기하는데 안 그렇다는건 대체 뭐가 안 그런건데.
"연정우가 콘테스트 나간다고?"
"아, 부장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런데 저 안 나가요."
"왜 안 나가는데? 가서 선도부의 위엄을 보여주고 오지 그래."
"...선생님도 상금이 목적이신가요."
"안 그래도 고3들 졸업하기 전에 한 번 회식하고 싶었어. 부족한 돈은 선생님이 채워줄테니, 어때?"
"아직 수능도 안 끝났는데..."
"하루정도 스트레스 푸는건 괜찮다."
"상금 못 타면 어쩌시려고요."
"그럼 과자파티로 때워야지."
"......"
그냥 귀가부나 할걸. 이걸 이제와서 후회하면 어쩐단 말인가.
"...상금 못 타도 내 책임 아니라고 약속해."
"아? ...정말...?"
"부장선생님이 떠밀어서 억지로 나가는 거라는 전제 깔고 상금 못 타와도 책임은 부장선생님께 있는 거라고 약속하면 하던지 말던지 할게."
"계약 성립."
"...좋아."
그렇게 나는 여장 콘테스트에 참여하게 되고 말았다.
* * *
때는 화수고 축제, 콘테스트 전 장기자랑을 하는 중.
"......"
화장을 받고 가발을 쓰고 옷은 선도부 답게 교복으로 했는데 밑에는 치마인, 나의 여장이 완성되었다.
"미쳤다 연정우. 너 누나있냐?"
"어쩌면 정석형이 아니라 정석누나일지도 몰라."
"...제발 그 입들 좀 다물어..."
"아아- 정우 정말 예뻐서 그래. 차라리 여자로 태어나지 그랬어."
"......"
항상 쓰고 다니던 안경을 벗고 있으니 어색하고 이상했다. 밑은 훤하지 구겨넣은 가슴살은 답답하지. 게다가 연습 중인 대사는 말하고 나면 죽어버릴 거 같았다.
"정우야 대사 다 외웠지? 한번 해봐."
"...'안녕, 나는 화수고 3학년 선도부 소속 연정아야. 우리 선도부는 학교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어. 학교의 규칙을 어기는 사람에겐 엄벌을, 학교를 사랑하는 자에겐 칭찬을. 여러분은 선도부 연정아에게 투표를. 내가 보여줄 어필은 애교려나 찡긋.'"
"잠깐 잠깐, 너무 국어책 읽잖아! 게다가 맨 마지막 찡긋은 왜 읽는건데."
"써 있길래 다 외웠지."
"다 외운건 좋은데 나가서 그렇게 하면 안된다. 알지?"
"...어쩌라고..."
"최선을 다하란 말이다!!!"
"......"
최선, 최선이라. 그래 최선은 다해야겠지. 아 그냥 귀가부나 할걸.
"여장 콘테스트 참여하실 분들 무대위로 올라와 주세요."
나는 한숨을 한 번 쉬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마냥 비장하게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들려오는 응원소리는 최대한 무시하고, 최선을 다해보고자 나는 무대 위에 섰다.
* * *
무대가 끝났다. 우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네. 돼도 않는 애교와 아양을 부리니 죽을것 같았다. 계속 웃어대느라 안면근육이 하얗게 굳어버렸다. 그냥 죽자. 회식이고 뭐고 죽음이 답이다.
"이번 축제에서 여장 콘테스트 1등은..."
결과고 뭐고 죽고 싶다.
"예상외의 귀여움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녹인 선도부 연정아! 축하합니다!"
죽자.
간신히 죽지 않고 상금을 받아 그날 저녁에 선도부는 단체 회식이 있었다. 부원들은 수고했다며 나만 챙기더라. 물론 나는 고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먹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지.
"왜 나한테 안 말했어..."
"굳이 말해야하나 싶어서."
여장 콘테스트나가는 것을 애인에게 비밀로 한 것이 문제였다. 근데 비밀이라기 보단 안 말한게 정확한 표현법인데. 일부러 안 말한것도 아니고, 어쩌다보니 시간이 안되서 말할 타이밍을 놓친 거 뿐인데... 역시 서운하려나...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역시 마음에 안들때 짓는 표정이었다. 하긴, 이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나한테만 보여주겠다고 했잖아... 근데 왜 전교생 앞에서..."
"이건 그거랑 다르잖아."
"다른 거 하나도 없거든. 말도 없이 여장하고 말도 없이 애교부리고..."
"나도 다시는 하기 싫어."
내가 일부러 시선 피하며 이야기하는데 그게 또 싫었는지 내 볼을 감싸오는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선 손이 움직임에 따라 같이 움직이는 나의 시선이 그의 시선 끝에 닿았다.
"나만 보고 싶었는데..."
그러면서 제 이마에 맞대어 부빗거린다. 앞머리 쓸리는 사락사락 들려온다.
"나만 보고 싶었다고 정우야..."
"...미안해, 너만 보여줬어야 했는데."
나는 그가 올린 손에 손을 겹치며 사과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그것이 다였으니까. 그런데 오히려 그는 내게 씨익 웃어보이며.
"그럼 내 앞에서 여장 한번 더하자."
간만에 벌점이나 먹일까.
결국 손뽀뽀, 뺨뽀뽀, 입술뽀뽀로 어찌저찌 넘어갔는데, 이건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왜 그땐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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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연성 중 하나는 여장이었답니다(찡긋)이쁜 앤캐님 캐붕내는거 제가 제일 잘함((그게아님 그냥 글을 못쓰는거)) 2편도 있어요^p^... 멋대로 연성한거 용서해주신다면 2편 보여드려야짓...
"정우야 한 번만 부탁할게."
"......"
"우리들 처음하는 부탁이자 마지막 부탁이야. 제발..."
선도부 학생들이 나에게 이렇게 애걸복걸하고 있는데도 내가 침묵을 지키는 이유는 그들이 내게 부탁하는 것이 바로 축제에서 열리는 '여장 콘테스트'에 출전해 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부원이 나가도 되잖아..."
"하지만 네가 아니면 임팩트가 없다니까!!!"
"......"
미간이 절로 짚어지는 이 상황의 또 다른 이유는 상금이 걸려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학교측 본 목적은 동아리 홍보였다. 물론 동아리 발표대회같은게 따로 있긴 하지만, 그저 단순한 재미를 위해 동아리 홍보라고 예쁘게 포장해놓고는 각 동아리에서 남자 한명을 골라 여장을 시키고 출전시키는 이벤트인것이다. 이 바보같은 이벤트에 출전하는 동아리 팀이 처음에는 많지 않아서 동아리 운영비랍시고 상금을 내걸었다고 한다. 그 상금을 타기 위해 처음보단 참여하는 동아리가 많아졌다나 뭐라나.
"제발, 한 번만 부탁할게. 네가 나가면 상금은 우리거라니까?"
"우리가 상금타서 뭐하게."
"회식!"
"......"
사실 선도부는 따지고보면 동아리가 아니라서 콘테스트이 참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런데도 동아리이름을 걸 수 있는 이유는 콘테스트의 새로운 규칙이 생겼기 때문이다. 동아리만들때 조건인 최소 인원 다섯명이 한 그룹이 되어 일일 동아리가 되면 출전할 수 있다는 것. 다만 특정 동아리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콘테스트에 출전하지 않는 동아리 가입부원 남자만 일일 동아리가 될 수 있다. 원래 동아리 홍보가 목적이기에 콘테스트에 나가면 가명소개와 짧은 동아리 소개 그리고 어필로 나뉘는데, 그런 일일 동아리는 그냥 재미로 동아리 소개를 한다더라. 그렇게 한다면 한 층 더 즐거운 축제가 된다나 뭐라나.
어쨌든 그래서 선도부도 그런식으로 참여하자는데 하필 지목대상이 내가 된 것이다. 가장 안 그럴거 같은 사람이 그러면 인기 폭발이라고 얘기하는데 안 그렇다는건 대체 뭐가 안 그런건데.
"연정우가 콘테스트 나간다고?"
"아, 부장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런데 저 안 나가요."
"왜 안 나가는데? 가서 선도부의 위엄을 보여주고 오지 그래."
"...선생님도 상금이 목적이신가요."
"안 그래도 고3들 졸업하기 전에 한 번 회식하고 싶었어. 부족한 돈은 선생님이 채워줄테니, 어때?"
"아직 수능도 안 끝났는데..."
"하루정도 스트레스 푸는건 괜찮다."
"상금 못 타면 어쩌시려고요."
"그럼 과자파티로 때워야지."
"......"
그냥 귀가부나 할걸. 이걸 이제와서 후회하면 어쩐단 말인가.
"...상금 못 타도 내 책임 아니라고 약속해."
"아? ...정말...?"
"부장선생님이 떠밀어서 억지로 나가는 거라는 전제 깔고 상금 못 타와도 책임은 부장선생님께 있는 거라고 약속하면 하던지 말던지 할게."
"계약 성립."
"...좋아."
그렇게 나는 여장 콘테스트에 참여하게 되고 말았다.
* * *
때는 화수고 축제, 콘테스트 전 장기자랑을 하는 중.
"......"
화장을 받고 가발을 쓰고 옷은 선도부 답게 교복으로 했는데 밑에는 치마인, 나의 여장이 완성되었다.
"미쳤다 연정우. 너 누나있냐?"
"어쩌면 정석형이 아니라 정석누나일지도 몰라."
"...제발 그 입들 좀 다물어..."
"아아- 정우 정말 예뻐서 그래. 차라리 여자로 태어나지 그랬어."
"......"
항상 쓰고 다니던 안경을 벗고 있으니 어색하고 이상했다. 밑은 훤하지 구겨넣은 가슴살은 답답하지. 게다가 연습 중인 대사는 말하고 나면 죽어버릴 거 같았다.
"정우야 대사 다 외웠지? 한번 해봐."
"...'안녕, 나는 화수고 3학년 선도부 소속 연정아야. 우리 선도부는 학교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어. 학교의 규칙을 어기는 사람에겐 엄벌을, 학교를 사랑하는 자에겐 칭찬을. 여러분은 선도부 연정아에게 투표를. 내가 보여줄 어필은 애교려나 찡긋.'"
"잠깐 잠깐, 너무 국어책 읽잖아! 게다가 맨 마지막 찡긋은 왜 읽는건데."
"써 있길래 다 외웠지."
"다 외운건 좋은데 나가서 그렇게 하면 안된다. 알지?"
"...어쩌라고..."
"최선을 다하란 말이다!!!"
"......"
최선, 최선이라. 그래 최선은 다해야겠지. 아 그냥 귀가부나 할걸.
"여장 콘테스트 참여하실 분들 무대위로 올라와 주세요."
나는 한숨을 한 번 쉬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마냥 비장하게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들려오는 응원소리는 최대한 무시하고, 최선을 다해보고자 나는 무대 위에 섰다.
* * *
무대가 끝났다. 우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네. 돼도 않는 애교와 아양을 부리니 죽을것 같았다. 계속 웃어대느라 안면근육이 하얗게 굳어버렸다. 그냥 죽자. 회식이고 뭐고 죽음이 답이다.
"이번 축제에서 여장 콘테스트 1등은..."
결과고 뭐고 죽고 싶다.
"예상외의 귀여움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녹인 선도부 연정아! 축하합니다!"
죽자.
간신히 죽지 않고 상금을 받아 그날 저녁에 선도부는 단체 회식이 있었다. 부원들은 수고했다며 나만 챙기더라. 물론 나는 고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먹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지.
"왜 나한테 안 말했어..."
"굳이 말해야하나 싶어서."
여장 콘테스트나가는 것을 애인에게 비밀로 한 것이 문제였다. 근데 비밀이라기 보단 안 말한게 정확한 표현법인데. 일부러 안 말한것도 아니고, 어쩌다보니 시간이 안되서 말할 타이밍을 놓친 거 뿐인데... 역시 서운하려나...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역시 마음에 안들때 짓는 표정이었다. 하긴, 이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나한테만 보여주겠다고 했잖아... 근데 왜 전교생 앞에서..."
"이건 그거랑 다르잖아."
"다른 거 하나도 없거든. 말도 없이 여장하고 말도 없이 애교부리고..."
"나도 다시는 하기 싫어."
내가 일부러 시선 피하며 이야기하는데 그게 또 싫었는지 내 볼을 감싸오는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선 손이 움직임에 따라 같이 움직이는 나의 시선이 그의 시선 끝에 닿았다.
"나만 보고 싶었는데..."
그러면서 제 이마에 맞대어 부빗거린다. 앞머리 쓸리는 사락사락 들려온다.
"나만 보고 싶었다고 정우야..."
"...미안해, 너만 보여줬어야 했는데."
나는 그가 올린 손에 손을 겹치며 사과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그것이 다였으니까. 그런데 오히려 그는 내게 씨익 웃어보이며.
"그럼 내 앞에서 여장 한번 더하자."
간만에 벌점이나 먹일까.
결국 손뽀뽀, 뺨뽀뽀, 입술뽀뽀로 어찌저찌 넘어갔는데, 이건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왜 그땐 몰랐을까.
---------------------------
넘쳐나는 연성 중 하나는 여장이었답니다(찡긋)이쁜 앤캐님 캐붕내는거 제가 제일 잘함((그게아님 그냥 글을 못쓰는거)) 2편도 있어요^p^... 멋대로 연성한거 용서해주신다면 2편 보여드려야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