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로 키우는 글

[#魔女集会で会いましょう by 나쵸] 어느 마녀의 이야기 - 너와의 사계절

글쟁이문어 2018. 2. 25. 22:02

[#魔女集会で会いましょうby 나쵸] 어느 마녀의 이야기 - 너와의 사계절



 옛날 옛날  어느 숲 깊은 곳에, 늙지도 죽지도 않는 저주에 걸린 마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마녀는 오랜 시간을 혼자 살면서 이것저것 많은 것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자연현상부터 그 어떤 책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까지, 마녀는 모든 현상과 신비한 힘을 깨우쳐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마녀는 자신이 신비한 능력을 얻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힘은  누군가의 나이를 나눠줄 수 있는 마법의 힘이었습니다. 마녀가 처음으로 마법을 사용했을 때는 필요한 희귀초를 많이 얻고 싶었을 때였습니다. 다 자란 희귀초와 희귀초의 씨앗을 두고 마법을 쓰면 다 자란 희귀초는 덜 자란 상태가 되고 씨앗은 새싹이 돋아나 빠른 시간 안에 성장을 하게 됩니다. 그런식으로 마녀는 짧은 시간안에 많은 약초를 얻어 더 많은 것을 알아갔습니다.

 마녀는 자신의 마법을 더 많이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많은 생물에게 마법을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다 자란 식물의 나이를 빼앗아 다른 식물의 나이를 늘려도 보고 늙은 동물은 젊게, 어린 동물은 늙게도 만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나이를 늘린 식물은 눈깜짝할 사이에 말라 비틀어 시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나이를 바꾼 동물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빠른시간에 나이를 먹은 동물들은 걷는 법, 사냥하는 법, 나는 법 등을 배우지 못해 생태계에서 살아남지 못해 죽고, 나이가 줄어든 동물들은 결국 다시 나이를 먹고 죽었습니다.

 마녀는 마법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떠한 생명을 자신처럼 늙지도 죽지도 않게 만들어보기 위해서 자신의 마법을 계속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한 생물을  늙지도 죽지도 않게 하려면, 다른 생물들은 끊임없이 일찍 죽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마녀는 한 생물에게서 뺏은 나이를 자신이 먹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은 늙지도 죽지도 않으니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멀쩡할줄만 알았습니다.

 그 마법을 쓰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서 살아온지도 오랜 세월, 어느 날 마녀는 또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게 내 손에 닿았던가?'
 평소에 닿지 않던 선반이 손에 닿자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마녀는 자신의 몸이 '성장'하고 있던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져온 나이가 자신을 '성장'시킴을 깨우쳤습니다. 늙지도 죽지도 않은 자신이 '성장'했다는 건 자신도 언젠간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영원할 줄만 알았던 나도, 내 힘도 결국 자연의 섭리는 못 거스르나보네..."

 마녀는 그 뒤로 더 이상 마법을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억지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 아니라면, 그런짓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다시 마녀 혼자 삽니다. 그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 겨울

 차갑다. 원래 이리도 차가운 곳이었나. 몇 십년 전에는 인지하지도 못했는데, 이젠 네가 없으니 내 집이 이리도 차가운 곳인가 싶다. 그래도 나는 나가야 한다. 오늘도 필요한 약초를 캐야하기 때문에 현관문을 열었다.
 너를 처음만난 곳은 바로 이 현관이었다.

 응애- 응애-
 추운 어느 날,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 처음엔 환청인줄 알았다. 춥기도 춥고 어느 길은 미끄럽기도 해서 이 겨울 날 현관을 열기 싫었는데 고양이도 냐옹거리며 현관문을 벅벅 긁는게 아닌가. 혹시나 해서 문을 열어보니 그곳엔 작은 바구니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네가 있었다.
 "뭐야 이거?"
 너를 보기 위해 쭈그려 앉아 바구니를 들여다보았다. 그곳엔 너말고도 쪽지도 함께 있었다.
 "음... 잘 안보이네... 노안이 왔나... '아기를 잘 부탁드립니다'...겠지? 아기는 처음 키워본단 말이지..."
 머리를 긁적이며 쪽지와 너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를 어쩐다 싶었다. 여기서 마을까지는 굉장히 멀기도 했고, 이 추운 날 딱히 마을로 가고 싶지도 않았다.
 "...어쩔 수 없나- 추운데 여기 둘 수도 없고."
 그렇게 나는 어린 너를 안아 들고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것이 나와 너의 첫 만남이었다.


# 봄

 현관을 나와 내가 자주 약초를 캐는 들로 나왔다. 이곳은 여러 약초가 있지만 여러 식물도 많았다. 그 중에는 키 큰 식물들이 무더기로 자란 곳도 있는 데 나는 그곳을 기피한다. 왜냐하면 나는 잘못하면 그곳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녀님은 왜 키가 안 커요?"
 말도 못하던 아기가 십년도 안 됐는데 벌써 나만큼이나 키가 커졌다.
 "그건 불로불사라서 그래."
 "그게 뭐에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것."
 나는 키가 작다. 그건 이 어린 모습으로 죽지않고 살아가는 저주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것이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럼 나이를 안 먹어요?"
 "...아니, 먹을 수는 있어."
 "어떻게요?"
 "다른 것의 나이를 가져오면."
 "나이를 가져와요? 어떻게요?"
 "내 힘을 사용하면 가능하지."
 "그럼 가져오면 되지 않아요?"
 너의 질문에 나는 답을 하지 못했다. 내가 나의 힘을 안 쓰는 이유를 이해하기에는 이 아이가 아직도 어렸기에. 그저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한다.
 "난 이대로가 좋으니 너나 많이 먹으렴."
 내 말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너는 입을 삐죽 내민다. 그것 조차도 성장하는 널 보는 즐거움인가 생각하련다.


# 여름

 약초를 캐는 곳 옆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많이 피어있다. 너는 그곳을 유독 좋아했는데, 이곳에 온 김에 한 번 가보도록 할까. 내가 그곳에 가면 너는 꽃을 따는 뒷모습으로 나를 맞이해줄것만 같았다.

 "나도 너처럼 커지고 싶게, 왜 그렇게 커진거야?"
 인간은 참 신기하다. 고작 20년 밖에 안 지났는데 나보다 한참 작았던 아기가 저렇게 커지다니.
 "불로불사잖아요~"
 내게 웃으며 말하는 너는 내게 꽃다발을 내민다.
 "오늘 꽃이요."
 나는 뾰루퉁한 얼굴을 지으면서도 네가 건내는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 아-, 향기 좋다.
 "거기서 꺾어온거야?"
 "네, 여름이라 그런지 꽃이 많이 피었더라고요."
 나는 꽃을 화병에 옮겨 담았다. 그리곤 물끄러미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꺾어 온 것만으로 이미 죽었을텐데, 물에 담그면 다시 살아나는 건 참 신기한거 같아."
 "그런가요?"
 "응, 나는 죽었다 살아나게 하는 힘은 가지고 있지 않거든."
 "그럼 나이를 나눠주는 마법은 어때요?"
 "...그건 안 쓸거야."
 "그래요?"
 "응,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거든."
 화병에 담긴 꽃을 톡톡 건드려본다. 생기를 머금은 꽃이 시들지 않고 나를 바라본다.
 이번엔 너에게 다가가 톡톡 건드려본다. 내 키에 맞춰 시선을 옮겨 나를 바라본다. 그리곤 싱긋 웃는 모습으로 내게 짧게 묻는다.
 "왜요?"
 "아니 그냥."
  이제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나의 말을 받아 듣는 너.
 "다음에 꽃 꺾으러 갈 땐 같이 가자고."
 "네, 그러도록 해요~"
 그 어려운 것을 이해할만큼 훌쩍 커버린 네가 참 대견스럽다.


# 가을

 코스모스가 피어있다. 이름모를 들꽃이라도 몇몇개의 꽃은 이름을 알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코스모스이다. 보라색 자주색  분홍색 하얀색의 코스모스 길을 따라가다보면 그 끝에는.
 
 "미안해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는 너를 보고는 너의 손을 잡는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차라리 마법이라도 쓴다면...
 "마법은 안돼요..."
 너는 내 생각이라도 읽었는지 힘겹게 입을 연다.
 "...하지만 그거라도 안 하면 너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마법을 쓰지 않겠다고... 저에게 예전에 그 말을 하셨던거 기억나요?"
 너의 말에 작게 끄덕였다. 난 나의 마법을 스스로 안쓰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너에게 설명해주었고, 너는 네가 이해할 수 있는 그 나이에서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지키셔야 돼요. 당신의 선택에 예외를 두지 말아 주세요..."
 "그래도..."
 "저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렵니다... 부디 당신이 제몫까지 오래오래 살아주세요..."
 나날이 힘이 없어지는 너를 나는 그저 바라만 보고야 있었다. 너를 위해 그 무엇도 해줄 수 없었다. 나의 최선은 네가 내 곁에서 더 머물 수 있게 약을 지어주는 것뿐, 나는 그 이상의 것을 실천하지 못했다.
 "미안해..."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네가 힘겹게 잡은 내 손 위로 힘없이 손이 풀리던 날, 나는 너를 위해 해준 것이 없어 그저 그 손을 꼭 잡고만 있을 뿐이었다.
 "고마워요."
 내게 마지막까지 웃으며 말해주던 그 한마디가 나는 잊을 수가 없었다. 너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갈 수 없는 그곳을 향해 눈을 감았다.


# 또 다시 겨울

 꽃길을 따라 그 끝으로 가면 그 어떤 꽃들도 없는 곳에 닿는다. 꽃이 없는 그 가운데에 오똑이 서있는 하나의 비석. 나는 그곳을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 이곳만이 너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역시 너랑 살지 말걸 그랬다... 나한테는 너무 짧은 시간이야,  너랑 보낸 시간들은..."
 이곳만이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내뱉으며 너를 향해 울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