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마피아au/오소마츠상vs여자마츠상] Yes, Boss.

글쟁이문어 2020. 2. 3. 22:14

[마피아au/오소마츠상vs여자마츠상] Yes, Boss.

 

 

 

이치맛쨩~.”

“...그렇게 부르지 마.”

왜애-? 이렇게 부르는 게 어때서?”

-, 꼭 뭐 부탁할 때마다 그렇게 부르잖아.”

어라- 들킴! 맞아, 뭐 부탁할 거야~ 들어줄 거지?”

청력은 멀쩡해.”

청력 말고 행동 말이야.”

하아... 뭔데.”

 

보스가 달력을 들어보였다. 하아? 달력? 뭘 보여주려고 하나 보고 있는데 보스의 손가락이 어떤 숫자를 가리켰다.

 

이 날, 거래가 두 개거든?”

그런데...?”

네가 보스대행 좀 해줘.”

하아? 쿠소마츠는 뒀다 뭐해. 부보스잖아.”

그거랑 별개라구- 부보스의 대행과 부보스의 행차는 완전 다르단 말야!”

- 그래서 대행 보스가 필요하시다. 어느 쪽인지 몰라도 대행 보스가 가는 곳은 불쌍하네, .”

그거 오소코쪽이니까.”

“...하아? 속일 사람을 속여야지 그게 말이 되는...”

대부님이 오늘 보자는데 하필 오소코도 이 날 보자네? 다음 주 안 되냐니까 그 날은 오소코가 대부님 보는 날이래. 1순위도 대부님인걸? 어쩔 수 없쟌~”

다른 날은 안 돼...?”

우리 일정 왕 빡빡함!”

... 그럼 오늘부터는? 아직 그 날까지 기간 남았잖아...”

걔네도 일정 왕 빡빡함!”

뭐야... 그걸 어떻게 알아.”

대립적 협력관계 몰라? 공유할 건 다 공유한다구~”

그게 뭔데... 처음 들어봐.”

이치맛쨩 아직 멀었쟌~ 오소코랑 나는 말야-”

.”

“...아냐. 다음에 말해줄게!”

뭐야... 김빠지게.”

어쨌든! 정장 준비 해야겠다. 삐까번쩍하게 흰색 어때?”

안 어울려...”

겁나 어울릴 텐데? 내가 쵸로마츠한테 말해놓을게~”

... . 어쩔 수 없지 뭐...”

부탁할게~”

 

이치마츠는 준비된 흰 정장을 바라보다가 혀를 찼다. 이런 일 귀찮단 말이야, 투덜거리던 그가 흰 중절모를 머리에 쓰고는 고개를 슬 까딱였다. 이러고 있으니 옛날 생각나네,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아마 오소코가 자신의 보스대행을 썩 반기지는 않을 텐데. 안 봐도 비디오다. 자신을 낮잡아본다고 생각할 테고, 오소마츠와 똑같이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니까. 이치마츠는 절로 한 숨이 나왔다. 하지만 약속을 무를 수는 없었다. 아직 시간 있나? 이치마츠는 잠시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오소마츠와 오소코. 그들은 서로 다섯 동생을 데리고 대부님이라고 부르는 사람 아래에서 길러졌다. 그 때에는 12명의 아이들을 기른다는 이야기로 떠들썩했던 거 같다. 하도 어릴 때라 그들은 정확히 모르지만. 여섯 쌍둥이인 형제들과, 똑같이 여섯 쌍둥이인 자매들을 힐끗힐끗 곁눈질하며 수군거리던 어른들의 등이 여전히 그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어른들이 그러든 말든 대부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12명의 아이들을 거두어 기르셨다. 장차 이 세계의 거물들을 직접 만들어 보이겠다던 그 분은 결국 괴물같이 성장하는 두 패밀리를 만들어 보였다. 원래는 12명의 한 조직을 만들 생각이었지만, 두 개로 나눠진 이유는 아마 오소마츠와 오소코라는 두 고집쟁이 때문이겠지.

성격도 비슷하니까...”

이치마츠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어렸을 때는 오소마츠와 오소코가 하자는 대로 따라 다녔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대립적 협력관계. 대립하지만 서로 도울 땐 도울 수 있는 그런 관계. 이치마츠는 피식 웃었다. 그거 대체 무슨 관계인 건데. 대립이면 대립이고 협력이면 협력인거지. 왜 말없이 서로 대립하고 서로 협력하는데. 이치마츠는 시계를 보다가 생각을 멈췄다.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겠네,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소코라면 아마 보스대행으로 나온 자기를 탐탁찮게 여길 테지. 오소코가 대놓고 싫어할 기색이 눈앞에 선했다. 보스를 보스가 마중하지 않으면 그 자존심 강한 오소코가 분명 화를 낼 테니까, 이치마츠는 또 다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 * *

 

 

시간이 되자 거래가 시작될 장소에 문이 벌컥- 열렸다. 가끔 보스 대신 보스의 자리에 앉기는 하지만 이치마츠는 그 때보다 지금이 더 떨렸다. 이치마츠가 보스대행이여도 거만할 수 있던 이유는, 이치마츠 본연의 성격 탓도 있지만, 여섯 쌍둥이라는 이유로 진짜 보스와 본인의 얼굴을 잘 구분 못하는 녀석들이 대다수여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발소리만 들어도 여섯 쌍둥이를 모두 구분해낼 능력의 소유자가 왔다. 게다가 이치마츠가 오소코를 오소마츠와 대등한 사람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에, 이치마츠는 평소보다 몇 배는 긴장한 상태이다.

다행히 지금은 포커페이스를 유지 중이지만.

 

나 왔다, 오소마... 뭐야. 왜 너만 여기 있어?”

 

역시나. 보스자리에 누가 앉아있는 지 이미 눈치 챈 오소코가 히죽이듯 피식- 웃어보였다. 오소코는 자기들과의 거래는 뒷전으로 미뤄버렸단 것을 알아챘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이치마츠에게 웃어보였고, 이치마츠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시가를 하나 입에 물었다. 그걸 보던 오소코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렇게 나오겠단 말이지, 오소코는 이치마츠를 빤히 바라보다가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러자 이치마츠는 미리 준비된 서류를 보여주었다.

 

흐음, 오소마츠 마피아놈들이 좀 바쁜가 보지? 이치마츠.”

... 오소마츠 형 대신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어서 좀 그런가?”

아냐. 얘기는 대충 들었어. 그래도 이렇게 대접받을 줄은 몰랐잖아? 어떻게 시간도 안 조정하고 너만 여기 남겨놔?”

 

그렇게 말하던 오소코는 이치마츠가 넘겨준 서류를 꺼내 주욱- 훑어보았다. 오소코는 그것을 보다가 또 피식 웃는다. 귀엽네, 골빈 녀석들이 이 정도로 머리도 굴릴 줄 알고, 오소코는 서류를 보다가 이치마츠와 눈을 마주쳤다. 잔뜩 긴장한 기색을 보이는 동생이 조금은 안쓰러워졌다.

 

오소마츠네 다른 동생들은?”

지금은 없어.”

, 보고 싶었는데.”

“...누나네 쪽은?”

밖에 있지. 원래는 카라코랑 쵸로코는 부르려고 했는데. 너밖에 없어서 나 혼자만으로 충분할 거 같아서 안 불렀어. 불러줘?”

아니... 나중에.”

그래-”

 

그래도 이치마츠라서 다행이다, 오소코는 어릴 때 많이 귀여워했던 게 떠올랐다. 오소코는 쿡쿡 웃다가 다시 서류를 바라봤다. 얼마나 좋은 조건을 걸었을까. 오소코의 관심사는 그것이 아니었지만 일부러 관심사를 그쪽으로 돌렸다. 혹시나 얼굴이라도 한 번 볼 수 있을까하고 잡은 날짜이건만 오소마츠가 자신보다 더 큰 일로 한 명만 남겨두고 토꼈으니까. 오소코는 오소마츠에게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는 기분으로 싱긋 웃으며 서류를 받아들였다.

 

좋아, 서류는 잘 받았어. 그럼 갈게.”

, 데려다 줄...”

어허, 앉아있어. 너네 진보스 머리에 구멍 내기 전에.”

...”

그럼 다음엔 꼭 얼굴보자고 전해줘? 너네 보스는 물론이고 카라마츠랑 쵸로마츠랑 쥬시마츠랑 토도마츠 전부. 알았지?”

... 그럴게.”

 

오소코가 문을 열고 나가자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동생들이 모두 오소코를 바라보았다. 내 동생들은 다 여기에 있는데 오소마츠는 왜 여기에 없는지. 오소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립적 협력관계에 금가게 만들려고 작정했나. 아니지, 그래도 이치마츠를 볼 수 있었으니 오소코는 만족했다.

 

오늘은 오소마츠가 없었어.”

? 그럼 누가 있었는데?”

이치마츠.”

이치마츠만?”

. 걔만.”

보스대행이었나 보네...”

그런 셈이지?”

우리가 들어갈 기회도 없었단 말이지??”

. 전혀. 애초에 오소마츠가 없었는걸?”

이치마츠 뿐이래도 인사하면 좋잖아?”

다음에 진짜 보스 나올 때나 인사해야지. 거래를 조건으로 보스대행에게 인사하는 건 아냐. 이미지 구겨져.”

 

동생들의 말에 차례로 대답해주고 차에 올라탔다. 그러자 오소마츠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그쪽 거래도 전부 끝났나보다.

 

여어- 오소코-”

뭐야, 일 끝났어?”

, 방금. 너는?”

나도 이치마츠 잘 만나고 왔어. 보스는 안 보여서 기분 더럽더라.”

미안- 미안. 하지만 이쪽도 중요했는걸.”

보스대행이래도 보스 옆에 보좌는 있어야 하지 않아? 보좌 없어서 나도 카라코랑 쵸로코 안 들여보냈잖아.”

그건 내 얘기지.”

너무했네.”

그래도 이치마츠쟌? 난 우리 사남 믿는다구~”

그나저나 이 서류 뭔데. 이게 이렇게 거창한 거래였나?”

그래도 뭐 증거물 있으면 좋잖아- 뒤끝 없고.”

그건 그래. 그래도 보스는 나니까.”

너무하네. 내가 보스거든?”

서로 보스하자. 내가 보스 1. 네가 2.”

오소코 상, 은근슬쩍 날 2호로 넘기지 말아줄래?”

너한텐 양보하기 싫단 말야.”

나도 양보 못해!”

그래, 양보 없는 인생 살자. Yes Boss. 잘 부탁해. 공식적 대립적 협력관계.”

“Yes Boss, 나도 잘 부탁해!”

 

전화를 끊은 오소마츠가 씨익- 웃었다. 암묵적으로 서로를 돕고 서로 견제하던 오소코와 드디어 공식적으로 대립적 협력관계가 된 것이다. 딱히 비밀리에 진행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드디어 믿음직한 동료가 공식적으로 생긴 기분이었다.

대부님 아래에서 두 편으로 갈라져 서로를 적으로 돌렸지만 사실 협력관계였음을. 그리고 그것을 정확히 확인 받고자 대부님에게도 서로에게도 서류 같은 인증서가 필요했음을. 오소마츠와 오소코는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말한다.

 

Yes B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