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연중/리메이크]

글쟁이문어 2020. 3. 23. 00:47

[연중/탐님글 리메이크]

 

 

 

 아, 눈 온다. 겨울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창문을 열면 춥겠지. 하얘지는 세상을 창 너머가 아닌 망막에 그대로 담고 싶어졌다. 손이 가는 대로 2층 창문을 활짝 열어서 본 세상은 생각대로 추웠지만 어딘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 따뜻함은 아마도 내가 들떠서 그런 거겠지. 맞아, 기력 없이 살던 내게도 눈에 내린다는 사실은 많이 들뜨는 일인 거 같아.

 너무 오랜만에 내리는 눈인 걸. 이건 나 말고 누구라도 속으로는 들떠있을 거라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쵸로마츠?

 

 "..."

 

 동의를 구해보려고 널 바라보았는데 너는 또 거지같은 라노벨 읽고 있었다. 역시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길 잘했어.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내리는 눈을 보니 다시 들뜨고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 너무 오랜만이잖아. 이 설렘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답지 않지만 직접 밖으로 나가서 눈 구경하고 싶어졌는걸. 시계를 보니 짧은 바늘이 벌써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후가 되면 눈 안 내릴지도 모르니까 잠깐 나갔다 올까나.

 

 "나 잠깐 밖에 나갔다 올게."

 ", ."

 

 라노벨 읽느라 책에 가려진 너의 둔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은 그런 거나 읽고 있으라고, 난 예쁜 눈이나 구경하러 갈 거니까. 새하얗고 소복이 쌓여있는 눈 보고 이따 후회하지나 않길 바라.

 

 '역시 눈이 내리는 날은 춥구나..'

 

 평상시처럼 후드와 바지를 입고 슬리퍼 신어 나갔더니 춥다. 나오지 말고 집에 있을 걸 그랬나. 후회가 들다가도 눈앞에 흩날려 내리는 눈을 보면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앞에서 금방 눈 오는 것만 보고 다시 돌아갈 거니까. 이 정도 추위는 견딜만하게 느껴졌다. 한가롭게 하늘하늘 내려오는 눈송이를 보고 있자니, 니트여서 조급한 마음으로 사는 나에게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야옹"

 

 익숙한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본 적 없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날 보고 있었다. 넌 처음 보는 아이인 거 같은데. 옆 동네에서 온 아이야? 아무리 고양이라도 추울 거 같은데 잘만 돌아다니는구나. 귀여워. 이리 와봐.

 

 "야옹"

 

 내게 오길 바랐지만 고양이는 되려 나의 반대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날 보고 도망가는 거 같진 않았다. 발걸음이 빠르지 않은 것이 꼭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뭐지, 날 쳐다보면서 그렇게 가면 꼭 따라오라고 하는 거 같잖아. 그럼 같이 가.

 추운 것도 잊은 채 낯선 고양이를 따라갔다. 따라간 그곳엔 내 친구들이 있는 골목길이었다. 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추위에 떨지 말라고 박스나 담요 같은 것들을 깔아주었는데, 그것들이 다행히 제 구실을 하는 거 같아보였다. 나를 데리고 온 고양이도 내 친구들의 새 친구인건가. 다행이다. 처음 보는 고양이여서 혹시나 추위에 떨고 있나 걱정했는데 여기 있는 거라면 안심이야. 내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 해준 걸까 그래서 날 발견하고 네가 날 부른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기특한 마음이 따뜻하게 뭉클 올라왔다. 겨울이 오고 나서 간만에 만난 건데 이야기나 조금 나누고 갈까.

고양이들이랑 놀다 보니 어느새 해 위치가 조금 달라졌다. 시계가 없으니 몇 시인지도 모르겠고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다.

 

 "넌 초면이니까 내가 선물을 줄게."

 

 먼저 만난 고양이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내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처음 문밖을 나섰을 때처럼 여전히 추웠다. 고양이들과 있다 보니 추운 걸 잠깐 잊었나보다. 그래도 안고 있는 고양이의 온기가 전해져서 지금은 몸이 따뜻해지는 거 같아.

 다행히 눈이 그쳤어. 너도 추울 테지. 빨리 갈게.

 

.

 

 '겉옷도 안 들고 나갔으면서. 여태 안 온다고?'

 

 신간 라노벨을 다 읽고 나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라노벨 읽느라 신경 쓰지 못했지만, 이치마츠가 나간다고 말하고 안 들어 온지도 이미 두 시간이 지난 거 같다. 아까 집 안에 있던 그 차림 그대로 나간 거 같은데. 눈까지 오는 이 추운 날에 그 차림으로 나갔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형제들한테 민폐라고.

 

 '더 밖에 있다 오는 건 상관없지만 적어도 따뜻하게 입고 나갔어야지.'

 

 걱정되는 마음에 이치마츠의 겉옷을 들고 무작정 집밖으로 나섰다. 네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만 내 발걸음은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체 어디로 간 거야. 너를 찾아 계속 걸어갔지만, 만약 네가 나랑 다른 방향으로 집에 오는 중이라면 내가 집에서 나온 게 헛수고인 것이 아닐까라는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후회가 들자 발걸음이 멈췄다. 네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으니까 답답하다. 하지만 이 날씨에 밖에 나간 동생이 사실 따뜻하게 입지도 않았다면 걱정되는 마음이 더 큰 게 맞으니까. 그렇게 형으로서의 도리로 합리화 시킨 뒤 다시 길을 걸었다. 이렇게 가다가 만나면 운이 좋은 거고, 안 만나면 집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였다.

 얼마나 이 눈길을 걸었을까. 그냥 집에 돌아갈까 생각하며 한참을 걷다보니 멀리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실루엣이 꼭 이치마츠 같았다. 그런데 상대가 품에 무언가를 안고 오고 있었다. 뭘 안고 올 녀석이 아닌데... 동생이 아닌 걸까 약간 의심이 들긴 하지만 만약 이치마츠가 아니라면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

 

 '쵸로마츠..?'

 

 길을 걷고 있는데 멀리에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분명 쵸로마츠 같은데 이 추운 날에 왜 나온 거지? 일이라도 생겨서 나온 걸까 바라보다가 네 손에 들려있는 것에 눈길이 갔다. 저거 내 옷 같은데.

 

.

 

 상대와 가까워지자 더욱 뚜렷이 알아볼 수 있었다. 역시 이치마츠였다. 품에 안고 있던 건 고양이였구나. 고양이 때문에 자기 추운 것도 모르고 여태 밖에 있었다니. 바보 아니야?

 자기 몸은 자기가 간수하자고.

 

 "이 날씨에 여태까지 잘도 돌아다녔네."

 

 고양이를 안고 있으니 겉옷을 건네주어도 스스로 못 입겠다고 생각하며 어깨에 걸쳐주었다. 그나저나 여태 뭐 하다가 이제 돌아오는 거야. 손 엄청 빨개지고 차가워졌잖아.

 

.

 

 쵸로마츠가 내 겉옷을 들고 다가오더니 내 어깨에 덮어주었다. 뭐야, 그럼 나 때문에 밖에 나왔다는 소리야? ? 설마 내 걱정해준 건가?

 이런 배려에는 익숙지 않아서 뇌가 빠르게 반응하지 못한다. 그리고 안 하던 배려 때문에 어색하게 느껴진단 말이야. 예상 못한 배려심덕에 뇌가 과부하 올 거 같은 와중에 쵸로마츠가 덮어준 외투 덕분에 몸이 따뜻해졌다.

 

 ".. 고마워."

 "천만에..."

 

 그렇게 우리는 이후 별다른 말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머리와 옷에 붙어버린 눈들은 다 녹아버려서 축축해졌다. 그래도 품속에 있던 고양이는 젖지 않고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다.

 고양이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작은 멸치를 주었다. 잘 먹네. 멸치를 다 먹은 고양이를 기특하다며 쓰다듬어 주고는 다음에 또 보자며 밖으로 보내주었다.

따뜻한 곳에서 지내다가 다시 만나자.

 

 "."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분명 잔소리할 테지.

 

 "너 얇은 옷만 입고서 돌아다니지 말란 말이야. 걱정될뿐더러 감기 걸려서 옮기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것 봐, 아직도 네 손 빨갛고 차갑다고."

 

 갑자기 내 손을 확 잡아놓고 그런 걱정하는 말 하는 게 어딨어. 평소 같았으면 잔소리만 실컷 할 거면서. 그 뒤로 쵸로마츠는 몇 마디 잔소리를 했지만 그닥 귀에 잘 박히지는 않았다.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내 마음이 더 들떠서 그런 거 같아.

역시 눈 내리는 겨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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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허접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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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드백 ]

 

탐님 사랑해요.

우선 겨울과 눈과 고양이와 연중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헤헤헤헿ㅎ

전체적인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 되는지 머릿속에 훤히 그려져서 좋았어요. 그림은 한 장면만 보여주는 게 장점이라면 글은 전체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게 장점이지요. 글과 그림 모두 탐님 머릿속에 있는 장면 장면이었고, 탐님이 그 글을 전체적으로 끊김없이 잘 표현해주었기 때문에 읽기도 보기도 아주 좋았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글에 대한 피드백을 해볼게요.

주의 - 저는 제가 쓰는 글에 만족하는 글러이지, 국문과라던가 글강사가 아니기 때문에 표준적인 기준보다 제 기준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니 탐님은 탐님의 글을 앞으로도 더 써주시면 됩니다! 각자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이니까요.

 

 저는 상황 묘사에 많이 신경쓰는 편이에요. 앞문장과 뒷문장을 읽을 때 바로 이해될 수 있는지, 아니면 뭔가 어색한지 봅니다. 그런 의미로 탐님 글은 제 기준으로 듬성듬성한 기분이었어요.

 문장이 듬성듬성하다고 글을 이해하지 못하진 않아요. 다시 읽어보면 앞문장과 뒷문장의 개연성을 추측해서 알 수 있기 때문이죠. 

 

ex) (원본글) , 눈 온다. 분명 겨울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눈이 펑펑 내린다. 세상이 조금은 하얘진 거 같아. 2층 창문을 열어서 본 세상은 춥지만, 어딘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은 내가 들떠서 그런 거겠지.

    (수정글) , 눈 온다. 겨울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세상이 하얘지는 거 같아. 창문을 열어 그 세상을 보고 싶어졌다. 2층 창문을 열어 본 세상은 추웠지만 어딘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 따뜻함은 아마도 내가 들떠서 그런 거겠지맞아, 기력 없이 살던 내게도 눈이 내린다는 사실은 들뜨는 일인 거 같아.

(리메이크 글이랑 수정본은 많이 다릅니다)

 

 빨간 문장이 제가 1차로 수정한 글이에요.

 첫번째 빨간 문장부분을 원본만 봐도 '아, 이치마츠가 2층 창문을 열어 밖을 봤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 경우는 이치마츠가 2층 창문을 여는 이유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글을 읽을 때 '왜 그런걸까?'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두번째 빨간 문장과 세번째 빨간 문장도 봅시다. 이치마츠는 왜 들떴을까요? '하얀 눈을 보니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내가 들떴기 때문이지.' 들뜨는 건 보통 기분이 좋다고 표현하지요. 그리고 이치마츠는 현재 눈을 보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즉, 이치마츠는 눈이 오는 것이 기분이 좋은 거에요. 그런데 만약 정말정말 만약에, 본 글에서 이치마츠가 들뜬 이유가 눈오는 것이 아니라면, 글을 읽는 사람이 이해한 것과 탐님의 의도가 다르게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무엇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표현하는게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해요.

 

 글이든 그림이든 창작을 할 때에는 내가 생각하는 걸 머릿속에서 꺼내는 거잖아요. 내가 전달하고 싶은 그 이야기의 흐름과, 내가 전달하고 싶은 장면 장면을 얼마나 세세하게 표현하는가가 상대에게 전달할 때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지만 상대는 '왜 그런걸까?'라고 의문이 들면, 나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못 보여준 것이니까요.

 

 근데 어느정도 애매하게 쓰는 것도 좋아요. 추측은 사람을 머리 굴리게 하니까요(?) 추리소설이 재미있는 이유일테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뒷부분에 쵸로랑 이치가 만나는 부분을 아주 좋아했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리를 추측하는 건 참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에요.

 

 

ex) (원본글) 갑자기 내 손을 확 잡아놓고 그런 걱정하는 말 하는 게 어딨어. 평소 같으면 잔소리만 실컷 할 거면서.

그 뒤로 쵸로마츠는 몇마디 잔소리를 했지만 그닥 귀에 잘 박히지는 않았다. 그냥 마음이 더 들떠서 그런 거 같아.

역시 눈 내리는 겨울 좋다.

     (수정글) 갑자기 내 손을 확 잡아놓고 그런 걱정하는 말 하는 게 어딨어. 평소 같았으면 잔소리만 실컷 할 거면서. 그 뒤로 쵸로마츠는 몇 마디 잔소리를 했지만 그닥 귀에 잘 박히지는 않았다.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내 마음이 더 들떠서 그런 거 같아.

역시 눈 내리는 겨울이 좋다.

 

 뒷부분은 크게 수정 안했어요. 심리표현이 너무 재밌었거든요.

 이부분은 제 생각엔,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아 추측이 가능한 것으로 보여요. 위에서 이치마츠는 '눈 내리는 것에 기분이 들뜬다.'라고 말했는데, 쵸로마츠를 만나서 '마음이 더 들뜬다.'라고 표현했어요. 크게 보면 떡밥회수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처음에 '쵸로마츠에 동의를 구한다'거나, 나중에 만난 뒤에 '자신을 걱정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마무리 부분에 와서 '자신은 자각하지 못하는 쵸로마츠를 향한 마음'이 커진 거 같았거든요.

 

상황묘사는 자세한게 좋지만 심리묘사는 애매하게 써도 재미있다는 이야기!(전혀 좋은 결론이 아니야!)

 

 

탐님~~! 글 많이 써주세요!!

 

 

 아래는 리메이크 전 1차 수정부분~!!

 빨간 글자추가부분, 파란 글자피드백 부분, 초록 글자보라 글자는 이야기 흐름 속 장면에 대한 의문수정사항, 생략한 건 따로 (괄호표시) 해두었는데, 어차피 생략이라 빠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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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수정 및 피드백]

 

 아, 눈 온다. 겨울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세상이 하얘지는 거 같아. 창문을 열어 그 세상을 보고 싶어졌다. 2층 창문을 열어 본 세상은 추웠지만 어딘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 따뜻함은 아마도 내가 들떠서 그런 거겠지맞아, 기력 없이 살던 내게도 눈이 내린다는 사실은 들뜨는 일인 거 같아. (=앞문장과의 흐름과 개연성 이어줌)

 

 너무 오랜만에 내리는 눈인 걸. 이건 나 말고 누구라도 속으로는 들떠있을 거라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쵸로마츠?

 

 "..."

 

 너의 동의를 구해보려고 널 바라보았는데 너는 (=상황설명 기재) 또 거지같은 라노벨 읽고 있었다. 역시 입 밖으로 안 꺼내길 잘했어.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내리는 눈을 보니 다시 들뜨고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눈, 너무 오랜만이잖아. 이 기분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답지 않지만 눈 구경하고 싶어졌는걸. 시계를 보니 벌써 12, 오후가 되면 눈 안 내릴지도 모르잖아.

 

 "나 잠깐 밖에 나갔다 올게."

 ", ."

 

 라노벨 읽느라 책에 가려져 둔탁한 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은 그런 거나 읽고 있으라고, 난 예쁜 눈이나 구경하러 갈 거니까. 새하얗고 소복이 쌓여있는 눈 보고 이따 후회하지나 말길.

 

 '역시 눈이 내리는 날은 춥구나..'

 

평상시처럼 후드와 바지를 입고 슬리퍼 신 나갔더니 춥다. 나오지 말고 집에 있을걸 그랬나. 후회가 들다가도 눈앞에 흩날려 내리는 눈을 보면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앞에서 금방 눈 오는 것만 보고 다시 돌아갈 거니까. (=추우니까 집에 들어간다는 문장 사이의 개연성 적음) 이 정도 추위는 견딜만하게 느껴졌다. (=문단자체의 끝마무리가 완벽하지 않음) 한가롭게 하늘하늘 내려오는 눈송이를 보고 있자니, 니트여서 조급한 마음으로 사는 에게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나 분명 니트인데, 이렇게 사는 주제에 여유 있구나.) (=같은 문장 반복으로 인한 생략)

 

"야옹"

 

 익숙한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본 적 없는 아이가 날 보고 있었다. (=고양이 묘사 추가) 넌 처음 보는 아이인 거 같은데. 옆 동네에서 온 건가? 아무리 고양이라도 추울 거 같은데 잘만 돌아다니는구나. 귀여워. 이리 와.

 

 "야옹"

 

 내게 오길 바랐지만 고양이는 되려 나의 반대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날 보고 도망가는 거 같진 않았다. 발걸음이 빠르지 않은 것이 꼭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고양이의 행동묘사 추가) 뭐지, 날 쳐다보면서 그렇게 가면 따라오라고 하는 거 같잖아. 같이 가.

 발이 시리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는 것도 까먹은 채 낯선 고양이 따라갔다. 그렇게 추운 것도 모르고 간 골목길에는 날 여기로 데려다준 고양이와 다른 고양이들이 있었다. 다른 고양이들은 나랑 한 번씩은 봤던 얼굴들인걸.

새로운 고양이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 걸까 내심 걱정하면서도 새 고양이를 만날 생각에 어느 정도 기대했었는데.

그래도 다행인 거겠지. ( : 다행인 이유는 새 고양이들이 없어서?)

( → 고양이를 따라온 것, 고양이가 이치마츠를 따라오게 한 이유가 분명치 않음)

 

(= 수정글) 나는 추운 것도 잊은 채 낯선 고양이를 따라갔다. 따라간 그곳엔 내 친구들이 있는 골목길이었다. 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추위에 떨지 말라고 박스나 담요 같은 것들을 깔아주었는데, 그것들이 다행히 제 구실을 한 거 같아보였다. 나를 데리고 온 고양이도 내 친구들의 새 친구인건가. 다행이다. 처음 보는 고양이여서 혹시나 추위에 떨고 있나 걱정했는데 여기 있는 거라면 안심이야. 내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 해준 걸까 그래서 날 발견하고 네가 날 부른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기특한 마음이 따뜻하게 뭉클 올라왔다. 겨울이 오고 나서 간만에 만난 건데 이야기나 조금 나누고 갈까.

 

 얘네랑 놀다 보니 어느새 해 위치가 조금 달라졌. 시계가 없으니 몇 시인지도 모르겠고 슬슬 (발도 아픈 느낌마저 사라지고 있는걸.) ( → 이치마츠가 발이 왜 아팠을지에 대한 의문점 발생으로 생략. 추위로 인한 발 시림? 고양이들과 놀려고 앉아있던 발 저림?) 돌아가야겠다.

 

 "넌 초면이니까 내가 선물을 줄게."

 

 먼저 만난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고양이들과 있다 보니 추운 걸 잠깐 잊었을 뿐이었을까. 돌아가는 길은 처음 문밖을 나섰을 때처럼 여전히 추웠다. (=이전 문장과 다음문장의 흐름 및 상황설명 부족) 그래도 안고 있는 고양이의 온기가 전해져서 몸이 조금은 따뜻해지는 거 같아.

 너도 추울 테지. 빨리 갈게.

 

.

 

 '겉옷도 안 들고 나갔으면서. 여태 안 온다고?'

 

 신간 라노벨을 다 읽고 나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라노벨 읽느라 신경쓰지 못했지만, 이치마츠가 나간다고 말하고 안 들어 온지도 이미 두 시간이 지난 거 같다. (=누구를 걱정하고 있는지 정확한 묘사와 상황추가) 아까 집 안에 있던 그 차림 그대로 나간 거 같은데. 눈까지 오는 이 추운 날에 그 차림으로 나갔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형제들한테 민폐라고.

 

 '더 밖에 있다 오는 건 상관없지만 적어도 따뜻하게 입고 나갔어야지.'

 

 이치마츠의 겉옷을 들고 나섰다. 그런데 어디로 건지 몰라서. 무작정 오른쪽 길로 걸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문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음)

 어디 갔을지도 모르는 거고, 만약 돌아오고 있는데 엇갈린 거라면 나만 헛수고한 셈이니까. 그래도.. 이 날씨라면 걱정되는 마음이 더 큰걸. 그렇게 걷다가 멀리서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이치마츠라고 생각했지만 무언가를 안고 오고 있었기에 동생일거라는 확신이 조금 사그라들었. (=종결어미통일, 의심은 확신을 확정하기에 부정확함) 이치마츠가 아니라면 마저 가던 길 가면 되니까, 계속해서 걸었다.

 

.

 

'쵸로마츠..?'

 

길을 걷고 있는데 멀리에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분명 쵸로마츠 같은데 왜 나온 거지? 들고 있는 건 내 옷 같은데.

 

.

 

역시 이치마츠였다. 고양이 안고 있네. 고양이 때문에 자기 추운 것도 모르고 여태 밖에 있다니. 바보 아니야?

자기 몸은 자기가 간수하자고.

 

"이 날씨에 여태까지 잘도 돌아다녔네."

 

고양이를 안고 있으니 겉옷을 입혀줄 수도 없고 조금이라도 따뜻할 수 있도록 어깨에 걸쳐주었다. 이게 최선이다. 걸쳐주는 것 정도는 이치마츠도 이해해주겠지. 그나저나 여태 뭐 하다가 이제 돌아오는 거야. 손 엄청 차갑고 빨개졌다고.

 

.

 

 쵸로마츠가 내 겉옷을 들고 오더니 내 어깨에 덮어주었다. 뭐야, 그럼 나 때문에 밖에 나왔다는 소리? ? 설마 내 걱정 해준 건가? 이런 건 너무 오랜만이라 반응이 느려져. 그리고 갑자기 어색하게 느껴진단 말이야. 그래도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해야겠지.

 

 ".. 고마워."

 

 그렇게 우리는 이후 별다른 말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머리와 옷에 붙어버린 눈들은 다 녹아버려서 축축해졌다.

처음 보는 고양이에게 선물을 주기위해 작은 멸치를 주었다.(=앞문장(선물을 줄게, 부분)과 연상할 수 있도록 설명추가) 잘 먹네. 멸치를 다 먹은 고양이를 기특하다며 쓰다듬어 주고는 다음에 또 보자며 밖으로 보내주었다. (=황과 상황 사이의 설명추가)

 따뜻한 곳에서 지내다가 다시 만나.

 

 "."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황에 대한 명확한 종결문장 추가)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분명 잔소리할 테지.

 

"너 얇은 옷만 입고서 돌아다니지 말란 말이야. 걱정될뿐더러 감기 걸려서 옮기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것 봐, 아직도 네 손 빨갛고 차갑다고."

 

갑자기 내 손을 확 잡아놓고 그런 걱정하는 말 하는 게 어딨어. 평소 같으면 잔소리만 실컷 할 거면서.

그 뒤로 쵸로마츠는 몇 마디 잔소리를 했지만 그닥 귀에 잘 박히지는 않았다.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내 마음이 더 들떠서 그런 거 같아.

역시 눈 내리는 겨울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