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편] 임청아랑 연정우

 

 

 

# 1.

 

여어어언- 저어어엉- 우우우우우-!!!”

“......”

저 멀리서 손 흔들며 한 여자가 한 남자를 향해 달려온다. 그 여자는 남자와 동갑이라 다른 호칭이 없다. 그냥 편하게 대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왜 남자의 표정은 그리도 썩어 있는가.

오지 마...”

싫은데!”

제발 오지 마...”

네가 불렀잖아-!!!”

그래도 달려는 오지 ...”

시이이이- 르으으은- 드에에에-!!!”

하면서 여자는 남자에게 달려들어 안겼다. 남자가 피곤한 이유는 이것뿐만이 아니겠지.

무거워...”

나 가볍거든!!! 많이 컸네, 연정우!!!”

입 다물고 내려와 제발...”

남자는 습관적으로 벌점을 먹이고 싶었지만 다른 학교여서 그러질 못했다. 왜 다른 학교 인거지-하지만 같은 학교라도 이런 일로 벌점 먹이는 건 불가능하다.-.

처음 만났는데 이럴 거야!!!!”

설 때 봤잖아...”

오늘 보는 건 처음이잖아!!!”

너 제발 목소리 크기 좀 줄여...”

싫어!!!!!!”

“......”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낫겠다고 생각하는 남자였다.

 

 

# 2.

 

, 만난 김에 이것 좀 봐줘.”

뭔데.”

편지.”

편지라며 건네는 여자의 편지를 남자가 받았다. 혹시 저에게 보내는 편지인가 읽어 보았다. 그런데 내용이 좀 이상하다.

“...누구한테 보내는 편지인데.”

애인!”

, 애인.”

여자에게 언제 애인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한테 보내는 편지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는 다시 읽어 보았다. 그런데도 내용이 이상했다.

애인이 누구인데.”

누구일거 같아?”

“...사람은 맞지...?”

아닌데!”

애인...이라며.”

내 애인이 누가 또 있겠니.”

“...만인의 사랑을 네 걸로 착각하지 말아줄래.”

여자의 애인 이름은 바로 초콜릿’. 여자는 흔히 말하는 초코덕후였다.

그래서 잘 쓴 거 같아 못 쓴 거 같아?”

나한테 묻지 마.”

그럼 내가 읽어 줄 테니 잘 들어봐.”

여자는 남자에게 건넨 편지를 다시 뺏어 들어 큼큼, 목을 한 번 가다듬고 자신이 쓴 편지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너는 내가 본 그 어떤 것 중에서 가장 멋지고, 가장 아름답다. 그렇게 멋진 너에게 나는 내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써가며 고백한다. 앞으로 너만 사랑할거고, 앞으로 너만 바라볼 거다. 그러니 나의 마음을 받아줘. 난 너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거 같아. 넌 멋지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달콤하고 맛있고... 난 너의 피부색이 어떻든 다 좋아할 수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다. 꿈에도 네가 나올 정도로 너를 사랑한다. 나의, 초콜릿.”

“......”

-필자가 약속한 청아 고록을 완성했다. 낚고가 아니라고 말한 적 없다.- 남자는 이상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애인한테 보내는 거라며. 이건 고백 글이잖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잖아? 답장이 없으면 수락이지!!!”

“......”

남자는 할 말을 잃은 참이었다.

 

 

# 3.

 

정우는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자에게 묻는다. 남자는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어라라, 무소식이 희소식? 정말 생긴 거야?”

“......”

뭔데 뭔데, 누군데 누군데???”

“...몰라 묻지 마...”

정말? 연정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 설마 내 애인은 아니지...?”

“...?”

내 애인은 안 돼!!!”

초콜릿은 아니거든...”

, 그럼 제대로 사람이라는 거네! 누군데???”

“...세상에 그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의... 사람.”

오오... 연정우가 드디어 사람을... 사람을... 어떻게 생겼어???”

“...잘 생겼어.”

이름은???”

굳이 아려는 이유는...?”

궁금하니까!”알아서 뭐하게...”

리재현한테 말하려고!”

“...걔는 누군데.”

초코동맹 회원!”

말해서 뭐하려고...”

초코동맹에 오라고 꼬시려고. 강추!!!”

“......”

눈을 반짝이며 엄지를 들어 올리는 여자를 보며 남자는 죽어도 여자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을 거라고 또 한 번 다짐한다.

 

 

# 4.

 

넌 근데 왜 이리 신났어.”

우리 정우 만날 생각하니까 신나서!!!”

“......”

사실 여자와 남자는 사촌이다. 동갑내기 사촌. 외가 사촌이기에 성이 다르다. 어렸을 때 같이 다닌...

정정하시지. 끌려 다녔거든.”

? 누구한테 말하는 거? 연정우 드디어 미친 거?”

“......”

...끌려 다닌 터라 나이를 먹어도 서슴없이 잘 지내고 있는 편.

그나저나 어렸을 때는 참 우리 정우 귀여웠는데~”

어렸을 때 임청아는 사내 대장부였지.”

말 다했냐.”

여자의 머리 위에 빠직이라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지만 무시하는 쪽으로 남자는 생각했다.

“...여행가고 싶어서 그런데 돈 빌려줘.”

?? 뭔 여행?? 랄까 돈 없거든!!!”

돈 많잖아.”

우리 회원님 먹여 살리느라 바빠. 당충전은 꼬박꼬박 해야 하거든.”

흐음,”

게다가 여행이라면 한 두 푼 아니잖아? 그렇게 큰 돈 없단 말이야.”

그렇군... 그럼 돈 빌리는 건 포기. 이제 각자 헤어지자.”

잠깐 잠깐, 연정우씨? 지금 이 누님을 고작 돈 얘기 하려고 부르셨나요???”

누님은 무슨... 내가 생일 빠르거든.”

그거 따질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아앙? 얼른 돈 빌리려고 했던 목적이나 불어!!!”

말했잖아, 여행이라고.”

그거 말고!!! 여행의 본 목적 말이야!!!”

 

 

# 5.

 

아 그러니까, 으음- 그래서 그러니까, 으음-”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남자가 여자를 만난 목적은 사실 돈 때문이기도 했으나, 어느 정도의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사촌인 여자를 만나면 여자의 멍청한 회로 때문인지...

누가 멍청하데?!”

맞는 말 했는데 왜 그래.”

우씨... 들리니까 열나네...”

...그래서 그랬는지 아무 생각도 안하고 시간이 지나가는 걸 만끽 할 수 있었으니까.

여하튼 오늘 만나서 나름 즐거웠어, 임청아.”

계속 말 돌릴래? 여행 목적이나 불어.”

아까 알아듣는 척 다 해놓고 뭘 하라고?”

그렇게 하면 좀 똑똑해 보이는 줄 알았지.”

누구도 너 똑똑하게 안 봐. 근데, 여행 목적을 말하면 나한테 돈이 생기나?”

들어보고 타당한 이유가 된다면, 조금은 용돈으로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래? 그럼 들어봐. 내가 여행가는 건...”

속닥속닥-, 소곤소곤-, 웅얼웅얼-, 중얼중얼-.

지금 사귀는 애인하고 여행가고 싶다고?!?!?!?!?”

“......”

여자의 성격을 아는 남자였지만, 얘기하고 나니 부끄러움은 남자의 몫이 되고 말았다. 남자도 자신이 무슨 만행을 저질렀는가 후회중이다.

하지만 내게 있어 타당한 이유는 초코투어 뿐인 걸. 넌 안 되겠다.”

“...그래. 안 될 거 같았어.”

남자는 덤덤히 이어 대답했다.

그래야 임청아 답지.”

역시 날 너무 잘 알아.”

 

 

# END.

 

즐거웠다, 정우아우.”

어디서 아우를 붙여. 생일은 내가 빠르다니까.”

하지만 정우형 보단 정우아우가 더 입에 착착 붙는데.”

오빠란 호칭은 어디가고.”

정우오빠는 너무 오글거리지 않냐? 그러니까 패스. 대신에 따라해 봐. 청아누나- ”

입 다물어, 청아꼬맹이.”

. 꼬맹이??? 야 연정우 말 다했냐!!!”

응 다했다, 꼬맹이. 고로 오늘 잘 가고 추석 때 보자.”

겨우 추석 때냐! 중간에 좀 보자구!! 영화도 보고 팝콘도 먹고!!!”

너랑은 싫네. 그럼 잘 가.”

, 그래 잘 가라. 가다가 꼬꾸라져 버려.”

너나.”

 

서슴없는 모습은 참 좋다. 필자는 또 언제 이 둘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쓰는데 나름 재미있었으므로 또 언젠간 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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