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른이가 만들어준 저세상 홍보지를 끼어 수정하고 내턴을 마친다.

 

 

[마피아 오소×니트 쵸로] 이 넓은 우주 안에서 고양이도 아니고 문어도 아니고 연어도 아니고 달걀도 아닌 니를 만나서, 난 삽을 들고 빠른 속도로 내 오른쪽 가슴에 니 이름을 세기고 있어.

 

 

※ 른른님, 삽님, 화묘님, 민물연어님, 니히님, 타코님, 우주님, 훈연란님의 오소쵸로 트위터 릴레이 소설 합작입니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은 지 정확히 3시간 후,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더니 빗물이 쏟아지듯 내렸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리는 오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으니 추억에 빠져든다.

오소마츠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뭔가를 찾는 듯이 깊고 깊은 꿈으로 발걸음을 옮겨간다.

오소마츠의 꿈속은 옛날, 그때의 자신과 자신이 사랑한 이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밝게 웃고 있는 한 사람과, 마주보고 웃으며 그의 손을 맞잡은 다른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저게 나야...?"

 

자신은 여기에 있는데 저곳에 그와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그 둘의 모습이 너무나도 행복해보였기에, 이내 가만히 그 둘의 모습을 지켜봤다.

끼어들 수도 없을 것 같은 행복한 표정, 그리고 왠지 모를 기시감. 발밑을 내려다보자 그 아래는...

흐뭇한 웃음이라 생각했으나, 하회탈 같은 웃음을 짓고 있는 오소마츠 자신의 얼굴이 비춰졌다

하회탈은 미친 듯이 웃고 웃고 또 웃으며 오소마츠를 향해 달려들어따..

그리고 오소마츠는 하회탈에서 벗어나기 위해 꿈에서 깨어난다,

 

"방금 그 하회탈이 잔뜩 대체 그 꿈은 뭐야!"

 

라고 외치며 꿈에서 깨어난다.

헉헉, 숨을 내쉬며 잠에서 깨자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쵸로마츠가 보였고, 주위에 있는 열 몇 명의 부하들보다도 그 평온한 얼굴이 더욱 안심되어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의 하얀 볼에 살짝 입맞춤했다.

그때. 쬬로마쯔가. 눈을. 떳따!

 

"꺄악. 오소마츠씨. .해요."

"쵸로마츠...? 원래 말투가 그랬나?"

 

아앗, 미안해 너의 그 얼굴이 예뻐서 잠시 입맞춤을... , 말이랑 생각이 바뀌어버렸다.

 

뭐라고..? “

 

싸늘하게 식어버린 얼굴로 되묻는 쵸로마츠...

뭔가 "나의 쵸로마츠" 와는 다른데... 아까의 그 기시감이, 스산하게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숨을 크게 들이마쉬며 천천히 쵸로마츠의 볼에 손을 갖다 대었다

 

"쵸로맛쨩, 내가 평소에 너를 뭐라고 부르더라?"

"뭐야, 쥐약 먹었어? 왜 그래, 미친놈아, 껒지십쇼."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에게 평소 말투로 기분이 나쁜 듯이 말을 하는데, '꿈에 뭐가 나왔길래 저러는 거지?'라고 쵸로마츠는 생각한다.

그와 중에 쵸로마츠의 보스를 향한 거친 말에 부하들이 놀랄 법도 하건만, 익숙한 듯 다들 무덤덤 하자 어제 들어온 신입만이 작게 더듬거리며.

 

"...........래도 되는 겁니까?"

 

라고 말했고 선배들은 다 이해한다는, 마피아와는 어울리지 않는 눈빛으로 신입을 쳐다보았다.

신입은 알아차렸다. 저게 일상이구나. 선배님들은 익숙하구나. 신입은 납득하곤 다시 정자세로 자세를 고쳐 잡았다.

사실 신입은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왔다. 오소마츠 보스에게 발을 들이려면 우선 옷을 초록색으로 입어야했다. 그렇게 열심히 해서 들어온 이곳이 사실은 보스에게 막말하는 백수 형수님이 계실 줄은. '게다가 퍼스널컬러가 초록이야! 나랑 겹치잖아!' 그 뒤로 검정색을 입었다,

절대로 형수님과 같은 색을 입을 순 없었다. 사회생활력 만렙 감으로 느낀 결과, 그렇게 되면 나는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 목숨은 소중하니까 잊지 말자

그렇게 신입이 얻은 사회 지식은 수 년 후, 사회초년생인 당신을 위한 101가지 상식이라는 책으로 남게 되고, 그가 이후로 출판계의 샛별이 되었다는 것은 그 자리의 누구도 알 수 없을 터였다.

그렇게 신입이 본인의 미래를 걱정할(?) 무렵, 신입의 앞에서는 여전히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투닥대고 있었다. 투닥이라고 하기엔 나름 마피아의 수장이라는 오소마츠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 같지만.

이리고 생각하는 순간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에게 키쓰를 시도하는 제스처가 보였고 모여 있던 부하들은 신입쿤을 데리고 사람을 만난 벌레들보다 빠르게 사라졌다. 와장창창문 깨고 도망가는 녀석도 있었다.

"너 임마 감봉" 이라는 말과 함께 부하들은 자리를 양보한다,

 

"애들 앞에서 하지 않는 다고, 약속한 거 잊은 거야?!"

 

라고 오소마츠에게 소리치는 쵸로마츠 였다.

 

"그래서, 싫어?"

"이 씨발 여기서 좋다고 해도 이상하고 싫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냐?"

"하지만 몸은 솔직한 걸?"

"여기서 몸 얘기가 왜 나와!"

 

쵸로마츠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면서 소리쳤다.

아니 잠시만 쵸로마츠 이렇게 귀엽게 반응하면 더 어쩔 줄 모르겠는, 잠시 어두워진 시야에 문득 앞을 보면 숨이 닿는 거리에 네가.

 

"....이제는 우리 둘 뿐이니까.."

 

더 이상 가까이 올 수 없을 것 같은 거리임에도 계속 가까워지는 오소마츠를, 얼굴을 붉힌 채 바라보던 쵸로마츠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꾸욱 감으며 숨을 꼴깍 삼켰다.

 

"그러니까 이거 12금이라고 이 미친놈아!"

"하이하이~~~거기까지~~~~맛스루~~~~"

 

(와장창!) 쥬시마츠가 문을 부수고 들어와 덤블링을 넘고 있고 뒤이어 카라마츠 이치마츠 톳티까지...

 

"톳티 아니거든 쿠소보스!!!"

 

동생들의 등장에 오소마츠도 쵸로마츠도 얼굴이 붉게 물들고, 자기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오소마츠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지만 카라마츠랑 쥬시마츠에게 잡혀 의자에 앉는다.

 

"헤에~?!?!?!?!? 형아들 뭐했음까? 세크로스?!?"

"~~~쥬우시마츠~?"

"그래 씨발 할려했다 왜!!!!!! 니네만 아니었어도..."

 

얼굴을 들이밀며 주고받는 쥬시마츠와 카라마츠에 얄밉다는 듯이 눈을 흘기며 말하는 오소마츠가 진심으로 억울해 보여 형제들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 씨빨! 쬬로마쭈는. 강제로. 수치플. 당해따.

 

"그 입 좀 닥쳐봐..."

 

쵸로마츠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입을 악물고 말하는데, 오소마츠는 눈치 없이 동생들에게 계속 말한다.

 

"이제 눈치 좀 생겼으면 좀 나가라!!!!"

네 놈이나 눈치 좀 챙겨, 이 빌어먹을 장남새꺄!"

 

결국 부끄러움과 창피함으로 폭발한 쵸로마츠는 옆에 있던 베개를 오소마츠한테 던졌다.

-, 하는 얼빠진 소리와 함께 베게는 얼굴에 철퍽- 부딛혔다. 에이.. 우리 사이에 눈치는 뭘~ 나한테는 우리 쵸로쨩 뿐인 거 알잖아- 하며 능글맞게 넘어가려 해 봐도 쵸로마츠는 단단히 삐져버린 것 같았다. 난감한데..

둘 사이의 분위기가 조금 바뀌자, 분위기 파악이 가장 빠른 토도마츠는 은근슬쩍 이치마츠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얼굴을 잔뜩 찌푸린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선글라스를 뺏어 도망쳤고, 카라마츠는 "My sunglasses !!!" 를 연발하며 따라서 뛰었고, 쥬시마츠도 뒤를 이었다. 막내는 똑똑했다.

~ 제법이쟌? 하고 뒤를 도는 순간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져있었는데 그거슨...!!!!(두둥

쵸로마츠가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이불 속에서 울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어떻게든 쵸로마츠를 달래야 한다! 아까 로맨틱한 분위기로 바꿔야 한다고 다짐을 하고 뭔가 준비하는 오소마츠 는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며 훌쩍임이 들리는 이불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근데. 알고 보니! 허미. 시방 이게 뭐시여!! 우는 게 아니여따!! 걍 하품한 것이여따.

 

"쵸로쨩 졸린 거야?"

 

특명, 쵸로마츠를 재워라!

 

, 갑자기?!”

 

허공을 향해 외치다가 곧 쵸로마츠에게로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오면서,

 

쵸로쨩~ 아까는 형아가 미안- 다시 잘까? “

 

긍정도 부정도 아닌 듯 한 애매한

 

우응...”

 

하는 소리는 쵸로마츠의 (졸릴 때만 나오는) 흔치 않은 애교다. 가만히 서서 머리를 몇 번이고 쓰다듬어주면 나른하게 닫히는 얇은 눈꺼풀이며, 기대오는 머리며,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늘 새로워! 짜릿해! 최고야! 내적흥분맥스를 찍고 내적광란의 탭댄스를 추는 오소마츠는 겉으로는 침착하게 그리고는 천천히 토닥이다가 곧 색색거리며 귀여운 숨소리를 듣던 오소마츠도 곧 같이 잠에 빠져들었다. 창문과 문이 죄다 작살이 났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했기에.

 

 

* * *

 

 

 

쵸로마츠와 같이 침대에서 잠든 오소마츠는 또 꿈을 꾼다, 그 꿈의 내용은 쵸로마츠를 처음 만난 과거의 이야기로 쵸로마츠를 만나기 전의 오소마츠와는 완전 다른 사람이라 볼 정도로 사납고 무서운 오소마츠였다.

 

"개새끼야. 아직 안 끝났어. 누가 니 맘대로 기절하래?"

 

씹듯이 말하며 따귀를 때리는 오소마츠의 손아귀에는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은 사람이 있었고, 그 주위는 피와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소마츠에게 붙잡혀 피떡이 되버린 자의 동료들은 덤비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오소마츠가 자신들의 동료의 목에 손을 가져다대고

 

"내가, 이거 하나 못 부러트릴 것 같아?"

 

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진심이다. 저건 진심이다. 또한 오소마츠는 정말로 그의 목을 아주 쉽게 부러트릴 수 있었다.

 

"... 그만둬 주세요!"

 

뭔가 남자치고는 높은 고음소리가 오소마츠 뒤에서 울려 퍼졌다. 뭔데, 하고 뒤돌아보자 거기엔 초록색 파카를 입은 한 명의 남자가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그걸 보고 오소마츠는 그 초록색파카의 남자에게

반하고

오소마츠는 제 손에 들렸던 걸 바닥에 내팽겨 치듯이 내려다 놓고는 손을 탈탈 털며 그대로 웃으면서 다가갔다.

 

- 이거 못 볼꼴을 보여줬네~ 미안미안~ 그런데, 우리 예쁜이는 이름이 뭐야? “

 

여전히 손에는 피가 묻은 채로 보란 듯이 웃으며 다가오는 남자가 쵸로마츠는 달가울 리 없었다. 하물며 그 피가, 방금 전까지 제 앞에서 멀쩡하게 살아 있던 이름 모를 사람의 것이었다면.

머리가 아파져서 잠깐 미간을 손가락으로 누른 쵸로마츠는 제 앞의 오소마츠에게 제대로, 또박또박 말했다.

 

"그 피, 다 지우고 오면 이름 알려 드릴게요."

 

흐응~~그럼 이건 어때?

.!하고 갑자기 잡혀버린 손목은 아픔을 호소했지만 이 힘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이쁜이가 이름을 알려주면 지금 당장 사라져 줄께! ! 전화번호도 알려주면 좋고~?

하고는 사르르 녹듯이 눈웃음을 짓는 남자를 보자 숨이 막혔다.

거역할 수 없는 힘에 쵸로마츠는 싫다는 표정으로 저항했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쵸로마츠의 반응에 오소마츠는 난감하다는 듯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한다.

결국 오소마츠는 다가가 쵸로마츠의 맑은 눈물들을 핥아 올렸다. 그리곤 짜지도 않은지 다시금 예쁘게 눈웃음치며

 

"예쁜이, 무섭게 해서 미안해. 그만 울어, ?"

 

하고 녹을 듯 다정한 목소리로, 놀라서 눈물이 멈춰버린 쵸로마츠를 얼렀다.

그러곤 깨버렸다. . 생생한 과거의 꿈.

 

 

* * *

 

 

 

아아- 뭐야 우는 쵸로쨩 귀여웠는데.”

 

라고 중얼거리며 옆에 누워있을 쵸로마츠를 바라보았다.

새근새근 잘 자고 있는 모습에 흐뭇하게 웃으면서 곧 이마에다가 가볍게 입을 맞추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숨이 새어나간다. ‘잘 자 쵸로마츠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얼굴로 잠이 든 쵸로마츠를 바라보던 오소마츠는 많은 일이 있었던 것을 떠올리며 조금 쉬기 위해, 쵸로마츠의 옆에 누웠다.

박살난 창과 문에서 들어오는 빗소리는 참으로 운치 있었지만 쵸로마츠는 추웠는지 이불을 덮어줬음에도 바들바들 떨었다.

오소마츠는 의자에 걸쳐놓았던 재킷을 쵸로마츠에게 덮어주고 커튼을 치고 쵸로마츠 곁으로 다가가 쵸로마츠를 꼬옥 안아주었다.

따스하게 느껴지는 온기에 쵸로마츠가 작게 우웅.. 하며 오소마츠의 품속으로 바르작거리며 들어갔다.

 

'아니아니아니~~~!!!!!!! 이거, 초 위험하잖? 애인이 이러는거 보고 참을사람이 누가있냐고!!!!!!'

 

그런 쵸로마츠에 마피아의 보스라는 이름이 무색할정도로 귀까지 벌게진 오소마츠는 쬬로마쯔의. 얼굴을. 자세히. 보는데! 시벌탱. 쬬로가 눈을 떳따! 어여뿐 초록색 눈동자! 예쁘당. ㅎㅎ.

오소마츠의 얼굴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놀란 쵸로마츠가 비명을 지르며 오소마츠의 따귀를 때렸다.

 

"으아악!!! 놀랐잖아 시벌!!!"

쵸로쨩...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보스는 얼굴이 생명이라굿...!”

 

억울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호소했지만 눈앞의 당당하고 사랑스러운 애인은 전혀 뉘우치는 기색이 없는 듯하다..

 

웃기고 있네. 지금 본인이 잘생겼다고 생각한 거야? 진짜 미쳤네.”

 

쵸로마츠는 혀를 쯧 하고 한 번 찼다. 아무리 나랑 사귀는 사람이라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봐야지.

 

에엣~~쵸로쨩~ 당연한 거 아니야? 이 몸의 미모는 세계를 정복한다구~!! 여기 여기 다시 잘 보라구~?"

 

라고 말하면서 쵸로의 턱을 잡고는

 

"이렇게 잘생겼으니깐 이렇게 예쁜 너랑 있는 거야. 사랑해?"

 

쪽하고 가벼운 소리와 함께 오소마츠는 다시 얻어맞았다.

오소마츠는 얻어맞는 줄 알고는 쵸로마츠가 팔을 휘두르는 척하더니 오소마츠는 살짝 겁을 먹고 눈을 감는데, 오소마츠의 볼에 쵸로마츠가 키스를 하고는 부끄러운지 이불 속으로 숨어버린다.

응응, 이거 절대로 뜨밤의 신호지?

 

뜨밤을 기대했나? 유감. 이거 12세다.

 

, 12세라니. 오소마츠가 툴툴 거리며 쵸로마츠를 따라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대낮에 이불 속에 들어가며 설레는 패턴이라니, 분명 그 클리셰다.

 

"쵸로마츠 이거 볼래? 야광시계야!"

 

사실 저번에도 저저번에도, 몇 번이고 쵸로마츠에게 울트라카리스마레전드 한정판 야광시계를 자랑하려고 했었는데... 그래서 매일매일 끼고 다녔는데... 눈치 없는 쵸롬츄는 한 번도 눈치채주지를 않았다.

심지어 우리 어릴 때 유행하던 ☆☆레인저 야광시계인데!

 

"왠 야광시계... ?"

 

드디어 눈치를!

 

"시간이 이렇게 오래 됐어?"

 

...쵸로쨩.....내가 널 사랑하지만 이런 눈치 없는 점이...정말.....최고야! 짜릿해! 늘 새로워!!눈치 없는 쵸로쨩~~카와이ㅣㅣ

주접떠는 오소마츠를 무시한 채 쵸로마츠는 허겁지겁 일어나더니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쵸로마츠! 어디가려고?"

 

오소마츠는 쵸로마츠를 부르지만 대답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 집에 돌아갈 시간이라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늦는다고!"

 

그 말과 함께 쌩하고 쵸로마츠가 침실을 빠져나간다!

오소마츠가 급히 발 빠른 부하들을 시켜 쫒아가게 했고, 무전기를 통해 들은 소리는....

 

"냐쨔아아앙ㄹㄱㄹㄹㄱ날잉깅앍!!!!!!@@!@!!!!!@!~!~!#!!!!!"

 

냐쨩? 레이카, 그러니까 냐쨩은 오소마츠의 오랜 친구였다. 이거 냐쨩을 좋아하는구만! 냐쨩 앨범이랑 굿즈 준다고 말해볼까?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에게 전했다.

 

"쵸로쨩!!! 오늘 집 가지 말고 내 옆에서 자고가면 냐쨩 앨범이랑 굿즈 줄게!!!"

"??? 하지만 라이브도 있는걸..!!"

"아예 우리 집에서 무대 보여줄게! 자고 가줘!!!"

 

조직이 괜히 조직인 게 아니라구! 그렇게 오늘도 오소마츠는 회계장부를 몰래 조작할 마음을 굳게 다졌다. , 갚으면 되는 거잖~??

그런 오소마츠의 원대한 계획을 알지 못하는 쵸로마츠는 이미, 냐쨩에 넘어가 다시 발걸음을 오소마츠에게로 돌렸다.

그래, 직접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눈 딱 감고 자고 가자.

그렇게 자고 가게 된 쵸로마츠는 오소마츄와 멋진 밤을 보내며 청첩장 디자인을 골라따.

종이 재질과 디자인 옅은 연두색 바탕에 붉은색 테두리으로 된 청첩장에 글씨도 잘 어울리는 걸로 그리고 턱시도와 쵸로마츠는 흰색 턱시도 인데, 하늘하늘한 느낌의 턱시도를 고른다.

가는 손목과 허리에 여린 느낌의 쵸로마츠가 하늘하늘한 흰 턱시도를 걸쳤다. 오소마츠는 대비되는 각이 잡힌 검은 턱시도를 빼입은 채로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그의 앞에 흰 턱시도를 입고 쑥스러운 듯 웃고 있는, 머지않아 자신의 배우자가 될 이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마치 천사와도 같아서.

천사! . 쫓겨났나봐! 불상하따. 하지만 이젠! 내가! 행복하게. 해줘야지. ㅎㅎ.

그렇게 결심한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제 남은 건 우리 결혼뿐이네~ 쵸로쨩 꼭 홍콩으로 보내줘야지~ , 신혼여행 이야기였어! 무슨 생각한 거야?

..무슨 생각이냐니... 라며 말꼬리를 흐려보지만 쵸로마츠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 한다. 에이 농담인데 쵸로마쮸, 정말 홍콩이 그렇게 가고 싶었어? 하고 눈을 접어 웃어주었다. 알기 쉽구만.

한차례 뜨거운 농담이 스쳐 지나간 후,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의 손을 꽉 잡으며 "그럼 갈까? 결혼의 맹세를 맺으러!" 라고 말했고, 그 말에 얼굴을 살짝 붉힌 쵸로마츠는 오랜만에 활짝 웃어주며 말했다.

"오소마츠, 사랑해."

“....!나도...ㅅㅏ...”

 

(빰빠밤~-빰빠밤~~~)

결혼식 입장곡이 흘러나오며 오소마츠의 말을 끓었다.

에라이

말을 끊겨서 기분이 나빴지만 오늘은 쵸로마츠와 부부의 연을 맺는 날 형제들과 부하들이 오소마츠와 쵸로마츠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고, 예정대로 결혼식을 치루고 홍콩으로 신혼여행을 가는데 오소마츠는 한 조직의 보스로 목숨이 노려질 수도 있기에 동생들이 몰래 자신들의 비행 표를 구해 따라간다.

하지만 오소마츠가 누구인가, 따라오려는 동생들을 일찌감치 눈치 채고 공항 입구에서 돌려보냈다. 그리고 둘은 날아오르는 비행기 안에서도, 짐을 푸는 호텔 안에서도, 그리고 침대 안에서도 사랑을 속삭였다. 쵸로마츠가 예쁜 눈에 투명한 눈물을 매단채로 오소마츠의 귀에 대고 무어라 말했다.

 

새끼야 사랑한다.”

"어흑..! 나도 사랑해 쵸로쨩...!!"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을 속삭이며 밤을 보냈다. 그들의 밤에 있어서 가장 반짝였던 건 아마도... 오소마츠가 벗어둔 야광시계뿐이었을 것이다.

그에 못지않게 빛나는 은하수도 하늘을 수놓았고, 모든 것이 완벽한 밤이었다고, 오소마츠는 단언할 수 있었다.

은하수만큼 아름다운 신혼여행을 보내고,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여느 부부처럼 일상으로 돌아왔다.

한 명을 더 집에 들인 채.

그럿타...! 그들은 한것이여따...! 그거슬...!!!!

바로.......!!!!!! 양을!!!!

 

[다들 뭘 생각했는지 알겠지만 재차 강조 만 12세이여 이렇고 저렇고 야한 것은 없기에 건전하게 입양해왔습니다.]

 

그 아이는 전혀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쵸로마츠를 닮은 반짝이는 숲을 닮은 눈과 오소마츠를 닮은...

장난 끼와 말투에 쵸로마츠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가 마음에 드는 아이라 괜찮겠지 하고 그 아이를 쳐다보고, 쵸로마츠와 비슷한 느낌에 자신과 비슷한 느낌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사이에서 태어났다면 바로 이런 느낌이겠구나, 라는 생각에 바로 입양 절차를 밟고 가족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셋이서 단란하게 지내던 도중, 쵸로마츠에게 축복이 찾아왔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를 조심스레 껴안고 한참을 울었으며, 고마워, 고마워... 하는 울음소리에 얹혀 진 진심이 한참동안 메아리쳤다. 그는 아이들을 위해, 가정을 위해 자신이 이뤄왔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을 준비를 했다.

그러따. 3명이서 야광시계를 세트로 맞추기를 쬬로가 허락해따! 히히힉.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에필로그]

 

 

저기, 쵸로쨩

?”

우리 애 한 명만 더 낳을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낳은 게 아니잖아.”

우응~? 그치만 둘째 있으면 좋쟌? 어때 오늘 밤을 찐하게 지내볼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아침이나 만들어라,”

앗 넵....”

어젯밤에도 니 멋대로 해 놓고서는.. 나 오늘 라이브 있다고 말 했어, 안 했어?”

아니 그래도 쵸로마쮸... 남편 두고 라이브라니 너무하지 않음..?”

그렇다고 잠을 못 자게 해? 내일은 눈을 뜨고 싶지 않은가 봐?”

“...제가 죄송합니다..”

 

늘 상 반복되는 이 대화들이, 누군가에게는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환하게 웃고 있는 이 신혼부부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대화들이었다.

그렇게 둘은 아이들을 기르고, 손주들도 보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고, 손을 마주 잡고 한낱 한 시에 세상을 떴다.

누구보다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 END -

[연중/탐님글 리메이크]

 

 

 

 아, 눈 온다. 겨울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창문을 열면 춥겠지. 하얘지는 세상을 창 너머가 아닌 망막에 그대로 담고 싶어졌다. 손이 가는 대로 2층 창문을 활짝 열어서 본 세상은 생각대로 추웠지만 어딘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 따뜻함은 아마도 내가 들떠서 그런 거겠지. 맞아, 기력 없이 살던 내게도 눈에 내린다는 사실은 많이 들뜨는 일인 거 같아.

 너무 오랜만에 내리는 눈인 걸. 이건 나 말고 누구라도 속으로는 들떠있을 거라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쵸로마츠?

 

 "..."

 

 동의를 구해보려고 널 바라보았는데 너는 또 거지같은 라노벨 읽고 있었다. 역시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길 잘했어.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내리는 눈을 보니 다시 들뜨고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 너무 오랜만이잖아. 이 설렘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답지 않지만 직접 밖으로 나가서 눈 구경하고 싶어졌는걸. 시계를 보니 짧은 바늘이 벌써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후가 되면 눈 안 내릴지도 모르니까 잠깐 나갔다 올까나.

 

 "나 잠깐 밖에 나갔다 올게."

 ", ."

 

 라노벨 읽느라 책에 가려진 너의 둔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은 그런 거나 읽고 있으라고, 난 예쁜 눈이나 구경하러 갈 거니까. 새하얗고 소복이 쌓여있는 눈 보고 이따 후회하지나 않길 바라.

 

 '역시 눈이 내리는 날은 춥구나..'

 

 평상시처럼 후드와 바지를 입고 슬리퍼 신어 나갔더니 춥다. 나오지 말고 집에 있을 걸 그랬나. 후회가 들다가도 눈앞에 흩날려 내리는 눈을 보면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앞에서 금방 눈 오는 것만 보고 다시 돌아갈 거니까. 이 정도 추위는 견딜만하게 느껴졌다. 한가롭게 하늘하늘 내려오는 눈송이를 보고 있자니, 니트여서 조급한 마음으로 사는 나에게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야옹"

 

 익숙한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본 적 없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날 보고 있었다. 넌 처음 보는 아이인 거 같은데. 옆 동네에서 온 아이야? 아무리 고양이라도 추울 거 같은데 잘만 돌아다니는구나. 귀여워. 이리 와봐.

 

 "야옹"

 

 내게 오길 바랐지만 고양이는 되려 나의 반대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날 보고 도망가는 거 같진 않았다. 발걸음이 빠르지 않은 것이 꼭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뭐지, 날 쳐다보면서 그렇게 가면 꼭 따라오라고 하는 거 같잖아. 그럼 같이 가.

 추운 것도 잊은 채 낯선 고양이를 따라갔다. 따라간 그곳엔 내 친구들이 있는 골목길이었다. 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추위에 떨지 말라고 박스나 담요 같은 것들을 깔아주었는데, 그것들이 다행히 제 구실을 하는 거 같아보였다. 나를 데리고 온 고양이도 내 친구들의 새 친구인건가. 다행이다. 처음 보는 고양이여서 혹시나 추위에 떨고 있나 걱정했는데 여기 있는 거라면 안심이야. 내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 해준 걸까 그래서 날 발견하고 네가 날 부른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기특한 마음이 따뜻하게 뭉클 올라왔다. 겨울이 오고 나서 간만에 만난 건데 이야기나 조금 나누고 갈까.

고양이들이랑 놀다 보니 어느새 해 위치가 조금 달라졌다. 시계가 없으니 몇 시인지도 모르겠고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다.

 

 "넌 초면이니까 내가 선물을 줄게."

 

 먼저 만난 고양이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내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처음 문밖을 나섰을 때처럼 여전히 추웠다. 고양이들과 있다 보니 추운 걸 잠깐 잊었나보다. 그래도 안고 있는 고양이의 온기가 전해져서 지금은 몸이 따뜻해지는 거 같아.

 다행히 눈이 그쳤어. 너도 추울 테지. 빨리 갈게.

 

.

 

 '겉옷도 안 들고 나갔으면서. 여태 안 온다고?'

 

 신간 라노벨을 다 읽고 나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라노벨 읽느라 신경 쓰지 못했지만, 이치마츠가 나간다고 말하고 안 들어 온지도 이미 두 시간이 지난 거 같다. 아까 집 안에 있던 그 차림 그대로 나간 거 같은데. 눈까지 오는 이 추운 날에 그 차림으로 나갔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형제들한테 민폐라고.

 

 '더 밖에 있다 오는 건 상관없지만 적어도 따뜻하게 입고 나갔어야지.'

 

 걱정되는 마음에 이치마츠의 겉옷을 들고 무작정 집밖으로 나섰다. 네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만 내 발걸음은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체 어디로 간 거야. 너를 찾아 계속 걸어갔지만, 만약 네가 나랑 다른 방향으로 집에 오는 중이라면 내가 집에서 나온 게 헛수고인 것이 아닐까라는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후회가 들자 발걸음이 멈췄다. 네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으니까 답답하다. 하지만 이 날씨에 밖에 나간 동생이 사실 따뜻하게 입지도 않았다면 걱정되는 마음이 더 큰 게 맞으니까. 그렇게 형으로서의 도리로 합리화 시킨 뒤 다시 길을 걸었다. 이렇게 가다가 만나면 운이 좋은 거고, 안 만나면 집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였다.

 얼마나 이 눈길을 걸었을까. 그냥 집에 돌아갈까 생각하며 한참을 걷다보니 멀리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실루엣이 꼭 이치마츠 같았다. 그런데 상대가 품에 무언가를 안고 오고 있었다. 뭘 안고 올 녀석이 아닌데... 동생이 아닌 걸까 약간 의심이 들긴 하지만 만약 이치마츠가 아니라면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

 

 '쵸로마츠..?'

 

 길을 걷고 있는데 멀리에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분명 쵸로마츠 같은데 이 추운 날에 왜 나온 거지? 일이라도 생겨서 나온 걸까 바라보다가 네 손에 들려있는 것에 눈길이 갔다. 저거 내 옷 같은데.

 

.

 

 상대와 가까워지자 더욱 뚜렷이 알아볼 수 있었다. 역시 이치마츠였다. 품에 안고 있던 건 고양이였구나. 고양이 때문에 자기 추운 것도 모르고 여태 밖에 있었다니. 바보 아니야?

 자기 몸은 자기가 간수하자고.

 

 "이 날씨에 여태까지 잘도 돌아다녔네."

 

 고양이를 안고 있으니 겉옷을 건네주어도 스스로 못 입겠다고 생각하며 어깨에 걸쳐주었다. 그나저나 여태 뭐 하다가 이제 돌아오는 거야. 손 엄청 빨개지고 차가워졌잖아.

 

.

 

 쵸로마츠가 내 겉옷을 들고 다가오더니 내 어깨에 덮어주었다. 뭐야, 그럼 나 때문에 밖에 나왔다는 소리야? ? 설마 내 걱정해준 건가?

 이런 배려에는 익숙지 않아서 뇌가 빠르게 반응하지 못한다. 그리고 안 하던 배려 때문에 어색하게 느껴진단 말이야. 예상 못한 배려심덕에 뇌가 과부하 올 거 같은 와중에 쵸로마츠가 덮어준 외투 덕분에 몸이 따뜻해졌다.

 

 ".. 고마워."

 "천만에..."

 

 그렇게 우리는 이후 별다른 말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머리와 옷에 붙어버린 눈들은 다 녹아버려서 축축해졌다. 그래도 품속에 있던 고양이는 젖지 않고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다.

 고양이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작은 멸치를 주었다. 잘 먹네. 멸치를 다 먹은 고양이를 기특하다며 쓰다듬어 주고는 다음에 또 보자며 밖으로 보내주었다.

따뜻한 곳에서 지내다가 다시 만나자.

 

 "."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분명 잔소리할 테지.

 

 "너 얇은 옷만 입고서 돌아다니지 말란 말이야. 걱정될뿐더러 감기 걸려서 옮기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것 봐, 아직도 네 손 빨갛고 차갑다고."

 

 갑자기 내 손을 확 잡아놓고 그런 걱정하는 말 하는 게 어딨어. 평소 같았으면 잔소리만 실컷 할 거면서. 그 뒤로 쵸로마츠는 몇 마디 잔소리를 했지만 그닥 귀에 잘 박히지는 않았다.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내 마음이 더 들떠서 그런 거 같아.

역시 눈 내리는 겨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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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허접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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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드백 ]

 

탐님 사랑해요.

우선 겨울과 눈과 고양이와 연중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헤헤헤헿ㅎ

전체적인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 되는지 머릿속에 훤히 그려져서 좋았어요. 그림은 한 장면만 보여주는 게 장점이라면 글은 전체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게 장점이지요. 글과 그림 모두 탐님 머릿속에 있는 장면 장면이었고, 탐님이 그 글을 전체적으로 끊김없이 잘 표현해주었기 때문에 읽기도 보기도 아주 좋았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글에 대한 피드백을 해볼게요.

주의 - 저는 제가 쓰는 글에 만족하는 글러이지, 국문과라던가 글강사가 아니기 때문에 표준적인 기준보다 제 기준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니 탐님은 탐님의 글을 앞으로도 더 써주시면 됩니다! 각자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이니까요.

 

 저는 상황 묘사에 많이 신경쓰는 편이에요. 앞문장과 뒷문장을 읽을 때 바로 이해될 수 있는지, 아니면 뭔가 어색한지 봅니다. 그런 의미로 탐님 글은 제 기준으로 듬성듬성한 기분이었어요.

 문장이 듬성듬성하다고 글을 이해하지 못하진 않아요. 다시 읽어보면 앞문장과 뒷문장의 개연성을 추측해서 알 수 있기 때문이죠. 

 

ex) (원본글) , 눈 온다. 분명 겨울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눈이 펑펑 내린다. 세상이 조금은 하얘진 거 같아. 2층 창문을 열어서 본 세상은 춥지만, 어딘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은 내가 들떠서 그런 거겠지.

    (수정글) , 눈 온다. 겨울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세상이 하얘지는 거 같아. 창문을 열어 그 세상을 보고 싶어졌다. 2층 창문을 열어 본 세상은 추웠지만 어딘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 따뜻함은 아마도 내가 들떠서 그런 거겠지맞아, 기력 없이 살던 내게도 눈이 내린다는 사실은 들뜨는 일인 거 같아.

(리메이크 글이랑 수정본은 많이 다릅니다)

 

 빨간 문장이 제가 1차로 수정한 글이에요.

 첫번째 빨간 문장부분을 원본만 봐도 '아, 이치마츠가 2층 창문을 열어 밖을 봤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 경우는 이치마츠가 2층 창문을 여는 이유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글을 읽을 때 '왜 그런걸까?'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두번째 빨간 문장과 세번째 빨간 문장도 봅시다. 이치마츠는 왜 들떴을까요? '하얀 눈을 보니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내가 들떴기 때문이지.' 들뜨는 건 보통 기분이 좋다고 표현하지요. 그리고 이치마츠는 현재 눈을 보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즉, 이치마츠는 눈이 오는 것이 기분이 좋은 거에요. 그런데 만약 정말정말 만약에, 본 글에서 이치마츠가 들뜬 이유가 눈오는 것이 아니라면, 글을 읽는 사람이 이해한 것과 탐님의 의도가 다르게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무엇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표현하는게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해요.

 

 글이든 그림이든 창작을 할 때에는 내가 생각하는 걸 머릿속에서 꺼내는 거잖아요. 내가 전달하고 싶은 그 이야기의 흐름과, 내가 전달하고 싶은 장면 장면을 얼마나 세세하게 표현하는가가 상대에게 전달할 때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지만 상대는 '왜 그런걸까?'라고 의문이 들면, 나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못 보여준 것이니까요.

 

 근데 어느정도 애매하게 쓰는 것도 좋아요. 추측은 사람을 머리 굴리게 하니까요(?) 추리소설이 재미있는 이유일테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뒷부분에 쵸로랑 이치가 만나는 부분을 아주 좋아했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리를 추측하는 건 참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에요.

 

 

ex) (원본글) 갑자기 내 손을 확 잡아놓고 그런 걱정하는 말 하는 게 어딨어. 평소 같으면 잔소리만 실컷 할 거면서.

그 뒤로 쵸로마츠는 몇마디 잔소리를 했지만 그닥 귀에 잘 박히지는 않았다. 그냥 마음이 더 들떠서 그런 거 같아.

역시 눈 내리는 겨울 좋다.

     (수정글) 갑자기 내 손을 확 잡아놓고 그런 걱정하는 말 하는 게 어딨어. 평소 같았으면 잔소리만 실컷 할 거면서. 그 뒤로 쵸로마츠는 몇 마디 잔소리를 했지만 그닥 귀에 잘 박히지는 않았다.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내 마음이 더 들떠서 그런 거 같아.

역시 눈 내리는 겨울이 좋다.

 

 뒷부분은 크게 수정 안했어요. 심리표현이 너무 재밌었거든요.

 이부분은 제 생각엔,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아 추측이 가능한 것으로 보여요. 위에서 이치마츠는 '눈 내리는 것에 기분이 들뜬다.'라고 말했는데, 쵸로마츠를 만나서 '마음이 더 들뜬다.'라고 표현했어요. 크게 보면 떡밥회수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처음에 '쵸로마츠에 동의를 구한다'거나, 나중에 만난 뒤에 '자신을 걱정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마무리 부분에 와서 '자신은 자각하지 못하는 쵸로마츠를 향한 마음'이 커진 거 같았거든요.

 

상황묘사는 자세한게 좋지만 심리묘사는 애매하게 써도 재미있다는 이야기!(전혀 좋은 결론이 아니야!)

 

 

탐님~~! 글 많이 써주세요!!

 

 

 아래는 리메이크 전 1차 수정부분~!!

 빨간 글자추가부분, 파란 글자피드백 부분, 초록 글자보라 글자는 이야기 흐름 속 장면에 대한 의문수정사항, 생략한 건 따로 (괄호표시) 해두었는데, 어차피 생략이라 빠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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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수정 및 피드백]

 

 아, 눈 온다. 겨울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세상이 하얘지는 거 같아. 창문을 열어 그 세상을 보고 싶어졌다. 2층 창문을 열어 본 세상은 추웠지만 어딘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 따뜻함은 아마도 내가 들떠서 그런 거겠지맞아, 기력 없이 살던 내게도 눈이 내린다는 사실은 들뜨는 일인 거 같아. (=앞문장과의 흐름과 개연성 이어줌)

 

 너무 오랜만에 내리는 눈인 걸. 이건 나 말고 누구라도 속으로는 들떠있을 거라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쵸로마츠?

 

 "..."

 

 너의 동의를 구해보려고 널 바라보았는데 너는 (=상황설명 기재) 또 거지같은 라노벨 읽고 있었다. 역시 입 밖으로 안 꺼내길 잘했어.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내리는 눈을 보니 다시 들뜨고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눈, 너무 오랜만이잖아. 이 기분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답지 않지만 눈 구경하고 싶어졌는걸. 시계를 보니 벌써 12, 오후가 되면 눈 안 내릴지도 모르잖아.

 

 "나 잠깐 밖에 나갔다 올게."

 ", ."

 

 라노벨 읽느라 책에 가려져 둔탁한 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은 그런 거나 읽고 있으라고, 난 예쁜 눈이나 구경하러 갈 거니까. 새하얗고 소복이 쌓여있는 눈 보고 이따 후회하지나 말길.

 

 '역시 눈이 내리는 날은 춥구나..'

 

평상시처럼 후드와 바지를 입고 슬리퍼 신 나갔더니 춥다. 나오지 말고 집에 있을걸 그랬나. 후회가 들다가도 눈앞에 흩날려 내리는 눈을 보면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앞에서 금방 눈 오는 것만 보고 다시 돌아갈 거니까. (=추우니까 집에 들어간다는 문장 사이의 개연성 적음) 이 정도 추위는 견딜만하게 느껴졌다. (=문단자체의 끝마무리가 완벽하지 않음) 한가롭게 하늘하늘 내려오는 눈송이를 보고 있자니, 니트여서 조급한 마음으로 사는 에게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나 분명 니트인데, 이렇게 사는 주제에 여유 있구나.) (=같은 문장 반복으로 인한 생략)

 

"야옹"

 

 익숙한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본 적 없는 아이가 날 보고 있었다. (=고양이 묘사 추가) 넌 처음 보는 아이인 거 같은데. 옆 동네에서 온 건가? 아무리 고양이라도 추울 거 같은데 잘만 돌아다니는구나. 귀여워. 이리 와.

 

 "야옹"

 

 내게 오길 바랐지만 고양이는 되려 나의 반대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날 보고 도망가는 거 같진 않았다. 발걸음이 빠르지 않은 것이 꼭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고양이의 행동묘사 추가) 뭐지, 날 쳐다보면서 그렇게 가면 따라오라고 하는 거 같잖아. 같이 가.

 발이 시리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는 것도 까먹은 채 낯선 고양이 따라갔다. 그렇게 추운 것도 모르고 간 골목길에는 날 여기로 데려다준 고양이와 다른 고양이들이 있었다. 다른 고양이들은 나랑 한 번씩은 봤던 얼굴들인걸.

새로운 고양이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 걸까 내심 걱정하면서도 새 고양이를 만날 생각에 어느 정도 기대했었는데.

그래도 다행인 거겠지. ( : 다행인 이유는 새 고양이들이 없어서?)

( → 고양이를 따라온 것, 고양이가 이치마츠를 따라오게 한 이유가 분명치 않음)

 

(= 수정글) 나는 추운 것도 잊은 채 낯선 고양이를 따라갔다. 따라간 그곳엔 내 친구들이 있는 골목길이었다. 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추위에 떨지 말라고 박스나 담요 같은 것들을 깔아주었는데, 그것들이 다행히 제 구실을 한 거 같아보였다. 나를 데리고 온 고양이도 내 친구들의 새 친구인건가. 다행이다. 처음 보는 고양이여서 혹시나 추위에 떨고 있나 걱정했는데 여기 있는 거라면 안심이야. 내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 해준 걸까 그래서 날 발견하고 네가 날 부른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기특한 마음이 따뜻하게 뭉클 올라왔다. 겨울이 오고 나서 간만에 만난 건데 이야기나 조금 나누고 갈까.

 

 얘네랑 놀다 보니 어느새 해 위치가 조금 달라졌. 시계가 없으니 몇 시인지도 모르겠고 슬슬 (발도 아픈 느낌마저 사라지고 있는걸.) ( → 이치마츠가 발이 왜 아팠을지에 대한 의문점 발생으로 생략. 추위로 인한 발 시림? 고양이들과 놀려고 앉아있던 발 저림?) 돌아가야겠다.

 

 "넌 초면이니까 내가 선물을 줄게."

 

 먼저 만난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고양이들과 있다 보니 추운 걸 잠깐 잊었을 뿐이었을까. 돌아가는 길은 처음 문밖을 나섰을 때처럼 여전히 추웠다. (=이전 문장과 다음문장의 흐름 및 상황설명 부족) 그래도 안고 있는 고양이의 온기가 전해져서 몸이 조금은 따뜻해지는 거 같아.

 너도 추울 테지. 빨리 갈게.

 

.

 

 '겉옷도 안 들고 나갔으면서. 여태 안 온다고?'

 

 신간 라노벨을 다 읽고 나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라노벨 읽느라 신경쓰지 못했지만, 이치마츠가 나간다고 말하고 안 들어 온지도 이미 두 시간이 지난 거 같다. (=누구를 걱정하고 있는지 정확한 묘사와 상황추가) 아까 집 안에 있던 그 차림 그대로 나간 거 같은데. 눈까지 오는 이 추운 날에 그 차림으로 나갔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형제들한테 민폐라고.

 

 '더 밖에 있다 오는 건 상관없지만 적어도 따뜻하게 입고 나갔어야지.'

 

 이치마츠의 겉옷을 들고 나섰다. 그런데 어디로 건지 몰라서. 무작정 오른쪽 길로 걸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문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음)

 어디 갔을지도 모르는 거고, 만약 돌아오고 있는데 엇갈린 거라면 나만 헛수고한 셈이니까. 그래도.. 이 날씨라면 걱정되는 마음이 더 큰걸. 그렇게 걷다가 멀리서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이치마츠라고 생각했지만 무언가를 안고 오고 있었기에 동생일거라는 확신이 조금 사그라들었. (=종결어미통일, 의심은 확신을 확정하기에 부정확함) 이치마츠가 아니라면 마저 가던 길 가면 되니까, 계속해서 걸었다.

 

.

 

'쵸로마츠..?'

 

길을 걷고 있는데 멀리에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분명 쵸로마츠 같은데 왜 나온 거지? 들고 있는 건 내 옷 같은데.

 

.

 

역시 이치마츠였다. 고양이 안고 있네. 고양이 때문에 자기 추운 것도 모르고 여태 밖에 있다니. 바보 아니야?

자기 몸은 자기가 간수하자고.

 

"이 날씨에 여태까지 잘도 돌아다녔네."

 

고양이를 안고 있으니 겉옷을 입혀줄 수도 없고 조금이라도 따뜻할 수 있도록 어깨에 걸쳐주었다. 이게 최선이다. 걸쳐주는 것 정도는 이치마츠도 이해해주겠지. 그나저나 여태 뭐 하다가 이제 돌아오는 거야. 손 엄청 차갑고 빨개졌다고.

 

.

 

 쵸로마츠가 내 겉옷을 들고 오더니 내 어깨에 덮어주었다. 뭐야, 그럼 나 때문에 밖에 나왔다는 소리? ? 설마 내 걱정 해준 건가? 이런 건 너무 오랜만이라 반응이 느려져. 그리고 갑자기 어색하게 느껴진단 말이야. 그래도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해야겠지.

 

 ".. 고마워."

 

 그렇게 우리는 이후 별다른 말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머리와 옷에 붙어버린 눈들은 다 녹아버려서 축축해졌다.

처음 보는 고양이에게 선물을 주기위해 작은 멸치를 주었다.(=앞문장(선물을 줄게, 부분)과 연상할 수 있도록 설명추가) 잘 먹네. 멸치를 다 먹은 고양이를 기특하다며 쓰다듬어 주고는 다음에 또 보자며 밖으로 보내주었다. (=황과 상황 사이의 설명추가)

 따뜻한 곳에서 지내다가 다시 만나.

 

 "."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황에 대한 명확한 종결문장 추가)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분명 잔소리할 테지.

 

"너 얇은 옷만 입고서 돌아다니지 말란 말이야. 걱정될뿐더러 감기 걸려서 옮기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것 봐, 아직도 네 손 빨갛고 차갑다고."

 

갑자기 내 손을 확 잡아놓고 그런 걱정하는 말 하는 게 어딨어. 평소 같으면 잔소리만 실컷 할 거면서.

그 뒤로 쵸로마츠는 몇 마디 잔소리를 했지만 그닥 귀에 잘 박히지는 않았다.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내 마음이 더 들떠서 그런 거 같아.

역시 눈 내리는 겨울좋다.

[마피아au/오소마츠상vs여자마츠상] Yes, Boss.

 

 

 

이치맛쨩~.”

“...그렇게 부르지 마.”

왜애-? 이렇게 부르는 게 어때서?”

-, 꼭 뭐 부탁할 때마다 그렇게 부르잖아.”

어라- 들킴! 맞아, 뭐 부탁할 거야~ 들어줄 거지?”

청력은 멀쩡해.”

청력 말고 행동 말이야.”

하아... 뭔데.”

 

보스가 달력을 들어보였다. 하아? 달력? 뭘 보여주려고 하나 보고 있는데 보스의 손가락이 어떤 숫자를 가리켰다.

 

이 날, 거래가 두 개거든?”

그런데...?”

네가 보스대행 좀 해줘.”

하아? 쿠소마츠는 뒀다 뭐해. 부보스잖아.”

그거랑 별개라구- 부보스의 대행과 부보스의 행차는 완전 다르단 말야!”

- 그래서 대행 보스가 필요하시다. 어느 쪽인지 몰라도 대행 보스가 가는 곳은 불쌍하네, .”

그거 오소코쪽이니까.”

“...하아? 속일 사람을 속여야지 그게 말이 되는...”

대부님이 오늘 보자는데 하필 오소코도 이 날 보자네? 다음 주 안 되냐니까 그 날은 오소코가 대부님 보는 날이래. 1순위도 대부님인걸? 어쩔 수 없쟌~”

다른 날은 안 돼...?”

우리 일정 왕 빡빡함!”

... 그럼 오늘부터는? 아직 그 날까지 기간 남았잖아...”

걔네도 일정 왕 빡빡함!”

뭐야... 그걸 어떻게 알아.”

대립적 협력관계 몰라? 공유할 건 다 공유한다구~”

그게 뭔데... 처음 들어봐.”

이치맛쨩 아직 멀었쟌~ 오소코랑 나는 말야-”

.”

“...아냐. 다음에 말해줄게!”

뭐야... 김빠지게.”

어쨌든! 정장 준비 해야겠다. 삐까번쩍하게 흰색 어때?”

안 어울려...”

겁나 어울릴 텐데? 내가 쵸로마츠한테 말해놓을게~”

... . 어쩔 수 없지 뭐...”

부탁할게~”

 

이치마츠는 준비된 흰 정장을 바라보다가 혀를 찼다. 이런 일 귀찮단 말이야, 투덜거리던 그가 흰 중절모를 머리에 쓰고는 고개를 슬 까딱였다. 이러고 있으니 옛날 생각나네,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아마 오소코가 자신의 보스대행을 썩 반기지는 않을 텐데. 안 봐도 비디오다. 자신을 낮잡아본다고 생각할 테고, 오소마츠와 똑같이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니까. 이치마츠는 절로 한 숨이 나왔다. 하지만 약속을 무를 수는 없었다. 아직 시간 있나? 이치마츠는 잠시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오소마츠와 오소코. 그들은 서로 다섯 동생을 데리고 대부님이라고 부르는 사람 아래에서 길러졌다. 그 때에는 12명의 아이들을 기른다는 이야기로 떠들썩했던 거 같다. 하도 어릴 때라 그들은 정확히 모르지만. 여섯 쌍둥이인 형제들과, 똑같이 여섯 쌍둥이인 자매들을 힐끗힐끗 곁눈질하며 수군거리던 어른들의 등이 여전히 그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어른들이 그러든 말든 대부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12명의 아이들을 거두어 기르셨다. 장차 이 세계의 거물들을 직접 만들어 보이겠다던 그 분은 결국 괴물같이 성장하는 두 패밀리를 만들어 보였다. 원래는 12명의 한 조직을 만들 생각이었지만, 두 개로 나눠진 이유는 아마 오소마츠와 오소코라는 두 고집쟁이 때문이겠지.

성격도 비슷하니까...”

이치마츠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어렸을 때는 오소마츠와 오소코가 하자는 대로 따라 다녔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대립적 협력관계. 대립하지만 서로 도울 땐 도울 수 있는 그런 관계. 이치마츠는 피식 웃었다. 그거 대체 무슨 관계인 건데. 대립이면 대립이고 협력이면 협력인거지. 왜 말없이 서로 대립하고 서로 협력하는데. 이치마츠는 시계를 보다가 생각을 멈췄다.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겠네,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소코라면 아마 보스대행으로 나온 자기를 탐탁찮게 여길 테지. 오소코가 대놓고 싫어할 기색이 눈앞에 선했다. 보스를 보스가 마중하지 않으면 그 자존심 강한 오소코가 분명 화를 낼 테니까, 이치마츠는 또 다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 * *

 

 

시간이 되자 거래가 시작될 장소에 문이 벌컥- 열렸다. 가끔 보스 대신 보스의 자리에 앉기는 하지만 이치마츠는 그 때보다 지금이 더 떨렸다. 이치마츠가 보스대행이여도 거만할 수 있던 이유는, 이치마츠 본연의 성격 탓도 있지만, 여섯 쌍둥이라는 이유로 진짜 보스와 본인의 얼굴을 잘 구분 못하는 녀석들이 대다수여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발소리만 들어도 여섯 쌍둥이를 모두 구분해낼 능력의 소유자가 왔다. 게다가 이치마츠가 오소코를 오소마츠와 대등한 사람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에, 이치마츠는 평소보다 몇 배는 긴장한 상태이다.

다행히 지금은 포커페이스를 유지 중이지만.

 

나 왔다, 오소마... 뭐야. 왜 너만 여기 있어?”

 

역시나. 보스자리에 누가 앉아있는 지 이미 눈치 챈 오소코가 히죽이듯 피식- 웃어보였다. 오소코는 자기들과의 거래는 뒷전으로 미뤄버렸단 것을 알아챘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이치마츠에게 웃어보였고, 이치마츠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시가를 하나 입에 물었다. 그걸 보던 오소코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렇게 나오겠단 말이지, 오소코는 이치마츠를 빤히 바라보다가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러자 이치마츠는 미리 준비된 서류를 보여주었다.

 

흐음, 오소마츠 마피아놈들이 좀 바쁜가 보지? 이치마츠.”

... 오소마츠 형 대신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어서 좀 그런가?”

아냐. 얘기는 대충 들었어. 그래도 이렇게 대접받을 줄은 몰랐잖아? 어떻게 시간도 안 조정하고 너만 여기 남겨놔?”

 

그렇게 말하던 오소코는 이치마츠가 넘겨준 서류를 꺼내 주욱- 훑어보았다. 오소코는 그것을 보다가 또 피식 웃는다. 귀엽네, 골빈 녀석들이 이 정도로 머리도 굴릴 줄 알고, 오소코는 서류를 보다가 이치마츠와 눈을 마주쳤다. 잔뜩 긴장한 기색을 보이는 동생이 조금은 안쓰러워졌다.

 

오소마츠네 다른 동생들은?”

지금은 없어.”

, 보고 싶었는데.”

“...누나네 쪽은?”

밖에 있지. 원래는 카라코랑 쵸로코는 부르려고 했는데. 너밖에 없어서 나 혼자만으로 충분할 거 같아서 안 불렀어. 불러줘?”

아니... 나중에.”

그래-”

 

그래도 이치마츠라서 다행이다, 오소코는 어릴 때 많이 귀여워했던 게 떠올랐다. 오소코는 쿡쿡 웃다가 다시 서류를 바라봤다. 얼마나 좋은 조건을 걸었을까. 오소코의 관심사는 그것이 아니었지만 일부러 관심사를 그쪽으로 돌렸다. 혹시나 얼굴이라도 한 번 볼 수 있을까하고 잡은 날짜이건만 오소마츠가 자신보다 더 큰 일로 한 명만 남겨두고 토꼈으니까. 오소코는 오소마츠에게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는 기분으로 싱긋 웃으며 서류를 받아들였다.

 

좋아, 서류는 잘 받았어. 그럼 갈게.”

, 데려다 줄...”

어허, 앉아있어. 너네 진보스 머리에 구멍 내기 전에.”

...”

그럼 다음엔 꼭 얼굴보자고 전해줘? 너네 보스는 물론이고 카라마츠랑 쵸로마츠랑 쥬시마츠랑 토도마츠 전부. 알았지?”

... 그럴게.”

 

오소코가 문을 열고 나가자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동생들이 모두 오소코를 바라보았다. 내 동생들은 다 여기에 있는데 오소마츠는 왜 여기에 없는지. 오소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립적 협력관계에 금가게 만들려고 작정했나. 아니지, 그래도 이치마츠를 볼 수 있었으니 오소코는 만족했다.

 

오늘은 오소마츠가 없었어.”

? 그럼 누가 있었는데?”

이치마츠.”

이치마츠만?”

. 걔만.”

보스대행이었나 보네...”

그런 셈이지?”

우리가 들어갈 기회도 없었단 말이지??”

. 전혀. 애초에 오소마츠가 없었는걸?”

이치마츠 뿐이래도 인사하면 좋잖아?”

다음에 진짜 보스 나올 때나 인사해야지. 거래를 조건으로 보스대행에게 인사하는 건 아냐. 이미지 구겨져.”

 

동생들의 말에 차례로 대답해주고 차에 올라탔다. 그러자 오소마츠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그쪽 거래도 전부 끝났나보다.

 

여어- 오소코-”

뭐야, 일 끝났어?”

, 방금. 너는?”

나도 이치마츠 잘 만나고 왔어. 보스는 안 보여서 기분 더럽더라.”

미안- 미안. 하지만 이쪽도 중요했는걸.”

보스대행이래도 보스 옆에 보좌는 있어야 하지 않아? 보좌 없어서 나도 카라코랑 쵸로코 안 들여보냈잖아.”

그건 내 얘기지.”

너무했네.”

그래도 이치마츠쟌? 난 우리 사남 믿는다구~”

그나저나 이 서류 뭔데. 이게 이렇게 거창한 거래였나?”

그래도 뭐 증거물 있으면 좋잖아- 뒤끝 없고.”

그건 그래. 그래도 보스는 나니까.”

너무하네. 내가 보스거든?”

서로 보스하자. 내가 보스 1. 네가 2.”

오소코 상, 은근슬쩍 날 2호로 넘기지 말아줄래?”

너한텐 양보하기 싫단 말야.”

나도 양보 못해!”

그래, 양보 없는 인생 살자. Yes Boss. 잘 부탁해. 공식적 대립적 협력관계.”

“Yes Boss, 나도 잘 부탁해!”

 

전화를 끊은 오소마츠가 씨익- 웃었다. 암묵적으로 서로를 돕고 서로 견제하던 오소코와 드디어 공식적으로 대립적 협력관계가 된 것이다. 딱히 비밀리에 진행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드디어 믿음직한 동료가 공식적으로 생긴 기분이었다.

대부님 아래에서 두 편으로 갈라져 서로를 적으로 돌렸지만 사실 협력관계였음을. 그리고 그것을 정확히 확인 받고자 대부님에게도 서로에게도 서류 같은 인증서가 필요했음을. 오소마츠와 오소코는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말한다.

 

Yes Boss.

 

 

[오소마츠상/온천au] 새해에는 온천여행!

 

 

First Side.

 

오늘 초대박 예감!”

응응~ 오늘 분명 초대박 예감이라니까~ 파칭코를 해도 초대박! 경마를 해도 초대박! 우리 막내에게 믿어보라 했지만 안 믿네... 하지만 오늘은! 이 장남님을 믿어보라구~! 낄낄 웃으며 가까운 파칭코 가게를 들렸다. ,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

대박...”

띠리릭- 파칭코를 돌려 이렇게까지 대박난 적 또 있었던가. 숫자 기계판이 내가 원하는 대로 굴러 나오기 시작했다. 구슬이 우수수수-! 와하핫! 나 이제 부자가 되는 건가?!

그럼 이 김에 경마도...?”

촉이 세워진 김에 말을 보려고 달려 나갔다. 좋아, 오늘 초대박 숫자는...!

“1... 2.... 5...”

대박!!!! 대박 숫자 나왔다구~!! ? 어떻게 내가 고른 숫자 그대로 말들이 들어올 수가 있지?! 오늘 뭔 일 나는 거 아냐?

일어나라 오소마츠.”

...?”

카라마츠가 나보고 일어나라고 한다. 뭐야... 왜 일어나라고...? 횽아 지금 완전 깨어있는데요...? 라고 생각하며 눈을 비볐다. 눈앞이 밝아졌다. .... 뭐야...

 

꿈이야...?”

드림은 아니다.”

꿈 아니면 뭔데...”

오소마츠가 파칭코랑 경마에서 잭팟 터진 건 맞다.”

, 뭐야. 그걸 어떻게 알아?”

잠꼬대를 엄청 하더군, 그리고 그 돈으로 온천도 오고,”

?”

? ... ...! - ~! 조금씩 기억나네~ 맞아. 돈 엄청 따서 기분 좋게 한 잔 하고 집에 들어갔다가 가족들에게 말하고 그 날 밤 바로 온천 여행을 오게 되었지~ ~ 내 돈! 내 돈 없는 거냐!!!

기억났나?”

... 기억났다. ... 그래서 지금 몇 신데.”

새벽이다. 그리고 새해다.”

, 새해구나! 그럼 목욕하러 가는 거?”

그게 좋을 거 같다. , 어쩌면 브라더들도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래도 내가 첫 번째로 들어간다!”

...! 퍼스트는 나다!”

장남이 당연히 첫 번째거든~!!”

해뜨기 전 새벽에 노천탕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건 새해에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좋잖아? 그렇게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Second Side.

 

잠에서 깬 건 우연이었다. 오소마츠의 잠버릇 덕분에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 나를 잠에서 깨운 오소마츠가 더 길티가이 같군...

파치...... ... ... ......”

잠꼬대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 그래도 오소마츠는 어제 밤에 의외의 잭팟이 터졌다며 시끄럽게 집에 들어왔었다. 술김에 온천 얘기까지 나와 버려서 즉흥적으로 여기 오게 되었지.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이란 게 그저 놀랍군.

밖을 내다보았다. 해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더니 정말 그런 거 같군. 이 옆방엔 브라더들이 자고 있겠지. 21실이라니 생각보다 좋은 조건이 아닌가! 우리는 즉흥적으로 온 거 치곤 4개의 방을 받게 되었고 한 방은 마미와 대디에게 드렸다. 3개의 방이 남았으니 각각 두 명씩 들어가자면 굿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저쪽 방에 쵸로마츠와 이치마츠가 있을 테고, 그 옆방에 쥬시마츠와 토도마츠가 있겠군!“

각자 원하는 방에 들어가는 게 어떤가 싶어 짝을 정하지 않고 골랐는데, 어쩐지 태어난 순서대로 방을 선택하게 된 거처럼 되었다. 참 재밌지 않은가?

“1... 2... 5...”

아아, 슬슬 오소마츠를 깨우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군. 해 뜨기 전에 탕에 들어가자고 하면 분명 좋아할 것이다.

일어나라 오소마츠.”

 

- 뭐야!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오소마츠를 깨우고 탈의실로 가자 이미 일어난 브라더가 있었다. 역시 부지런하군, 마이 브라더 쵸로마츠!

, 카라마츠랑 장남.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네?”

카라마츠가 깨웠거든-”

, 잘했어. 부지런한 것도 좋지.”

이치마츠는 어딨나?”

같이 오긴 같이 왔는데... 중간에 마당으로... 곧 오겠지. 나 먼저 들어간다.”

아앗! 내가 첫 번째라구!”

옷도 안 벗었잖아...”

카라마츠랑 이야기하고 있어. 나 들어갈 거니까~”

오우, 난 천천히 해도 좋다!”

저건 그냥 장남이 욕심 부리고 싶은 거거든... 됐다. 좀 이야기 하다가 들어가지 뭐.”

오우!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형이랑 한 방 썼잖아. 별 일 없었어?”

형님이 잠꼬대 한 거 빼면 괜찮았다. , 쵸로마츠는?”

? 난 이치마츠랑 한 마디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냥 조금 어색했어. 방 바꿀걸 그랬나봐...”

... 그래도 즐거운 부분이 있지 않았나. 으응~?”

즐거운 부분...? 글쎄. , 이제 들어갈까?”

오우, 그러면 좋겠군!”

짧은 대화였다만, 쵸로마츠가 이미 옷을 벗은 상태라 오래 밖에 있을 수는 없었다. 브라더가 감기에 걸린 모습을 보기 힘드니까. 쵸로마츠랑 나는 온천으로 들어갔다.

 

 

Third Side.

 

온천에 들어가니 사람이 정말 없었다. 새벽이라 그런 걸까. 장남은 이미 노천탕으로 간 거 같고. 온천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닦는 게 좋으니까 결국 나는 계속 카라마츠랑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나저나 어제 장남은 어떻게 데려 온 거야?”

아아, 우연히 지나가다가 치비타가 얼른 데려가라고 부르더군.”

그랬구나? , 좀 일찍 온 덕분에 이렇게 놀러도 와보고. 좀 즉흥적이었지만?”

그래서 더 즐겁지 않나! 오늘은 분명 즐거운 날이 될 거라구? 흐응~?”

그럴까나... 하긴, 아직 해 뜨지 않았잖아. 무려 새해인데. 새해에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거 엄청 뿌듯해. 올 한 해는 취직 될 거 같은 느낌?”

, 전혀 안 그럴 수도 있지만!”

새해부터 초치기 싫거든... 돌아봐. 이제 등만 씻으면 되니까 얼른 씻고 우리도 몸 담그자.”

오우!”

서로의 등을 번갈아가며 씻겨주고 노천탕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다른 브라더들은 언제 오는 건가?”

글쎄, 만나서 오는 걸까?”

 

이치마츠와 같은 방을 쓰게 될 줄 진짜 몰랐다. 아니, 왜 하필 골라도 같은 방을 고르는 건데?! 세 개의 방 중에서 하필...!

어쩔 수 없잖아...오소마츠 형은 쿠소마츠가 이미 부축하고 있었고... 토도마츠가 쥬시마츠 옆에 있었는걸.”

그건 그렇지만...”

둘이 있는 거 여전히 어색하고... 우리는 별 얘기 나누지 않은 채로 일찍 잠들었다. 내일 일찍 일어나서 먼저 온천이나 갈까. 생각했다. 그러면 어색함을 피할 수 있겠지? ,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 말았다.

... 좋은 아침.”

... 으응.”

설마 같은 생각으로 일찍 일어날 줄은 몰랐지만...! 내적으로 비명을 지르지만 태연한 척 있다가 또 눈이 마주쳤다. ... 무슨 말이라도 좀...

온천... 갈 생각?”

? ... 그게 좋을 거 같아. 밖에 보니까 아직 해 안 떴고. 뜨끈한 온천에서 해 뜨는 거 보는 것도 좋잖아?”

, 이하동문. 가자 그럼.”

그렇게 나는 이치마츠와 함께 방문을 나섰다.

 

 

Fourth Side.

 

온천 가는 길. 어색함의 연속이네... 뭔가 말을 꺼내기가 참... 운 좋게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를 만난다던가, 쿠소 둘을 만난다던가... 그런 이벤트는 없는 거야? 인생 참 원하는 대로 굴러가는 일이 없다. 가는 길은 왜 이리 긴 건데. ...

“...나중에 화과자라던가 사면 좋겠네.”

아아, . 기념품점이었구나.”

그냥 보이는 것에 생각나는 대로 말했을 뿐인데, 딱히 더 이상의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나가는 것 마다 보면서 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보이는 것도 아니고... 6명이 다 같이 있을 때는 그냥 말해도 되는데 왜 이 녀석만 있을 때는 말이 안 되는 걸까.

, 고양이다.”

? 그래?”

가다가 보인 마당에 고양이 두 마리가 야옹거리고 있었다. 럭키. 어두워서 질 안 보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시간 좀 때우다 들어가야지. 설마 그것까지 기다려 주진 않겠지?

나 먼저 들어가도 돼?”

아아, , 나 이 녀석들이랑 친해지려면 오래 거릴 테니까.”

그래. 좀 이따 봐.”

이렇게 우리는 어색함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이치마츠 형아!”

? ... 쥬시마츠.”

한참을 놀고 있다 보니 누가 곁에 오고 있는 줄도 몰랐나보다. 쥬시마츠가 오는 걸 모를 정도였다면, 진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날이 점점 밝아지는 게 느껴졌다. 지금이라도 빨리 가야 겨우 해 뜨는 걸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너도 지금... 온천에 가는 중?”

! 토도마츠랑 같이 가고 있었는데, 이치마츠 형이 근처에 있다는 게 느껴져서 여기로 왔슴다!”

헤에... 토도마츠는?”

내가 먼저 형에게 뛰어와 버려서 헤어지고 말았슴다.”

그래, 여기 생각 외로 복잡하니까. 드라이 몬스터... 막내 녀석이면 먼저 온천에 갔을 수도 있겠다. 우리도 슬슬 갈까.”

아이- 아이-!”

고양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게 아쉽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쥬시마츠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나저나, 쥬시마츠는 지난 밤 어땠어? 난 상대랑 어색해서 놀지도 못했는데.”

? 나는 토도마츠랑 무지 무지 재밌었어!”

 

 

Fifth Side.

 

헤에- 뭐 어떻게 놀았길래 재밌었데?“

토도마츠와 밤새 얘기 나눴어! 아이- 아이!”

어떤 이야기?”

같이 늦게 자자는 이야기!”

그래서 늦게 일어난 거였냐.”

하지만 토도마츠가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줬는데?”

물론 아직 늦진 않았지만... 그래, 가기나 하자.”

어제 밤에는 동생이랑 얘기하고 오늘은 형이랑 얘기 나누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이랑 함께 여행 온 것도 좋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 이제 다 모여서 야구하는 건가?!

, 오늘 야구는 무리니까.”

??!! 오늘 야구는 무리인 겁니까!!”

그렇잖아? 집에서 급하게 나와서 준비해 둔 것도 없고...”

그럼 달리기라도 할까?”

“...난 안 할 거니까. 그렇게 부담스럽게 보지 말고... 쿠소마츠한테나 부탁해 보던지...”

아이- 아이-!”

이치마츠 형이랑 온천에 들어왔습니다! 목욕탕을 갈 때처럼 사물함을 정하고 옷을 벗어 넣었습니다. 옷 벗으니 편합니다! 허스루 허스루- 머스루- 머스루-!

 

, 형들 이제 왔어?”

톳티-!”

너 어디서 나타나는 거냐...”

잠깐 화장실? 랄까, 이미 다른 형들은 들어간 거 같던데. 우리 같이 들어갈까?”

아아... 그러던지.”

아이- 아이-!”

이치마츠 형이랑 토도마츠랑 같이 온천에 들어갔습니다! 이치마츠 형은 머리부터 감는다며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머리를 감을 생각은 없습니다. 탕에 들어갈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탕에 들어갑니까?!

아직이야, 쥬시마츠 형. 서로 등 밀어주기 할까?”

! 허스루- 허스루-! 머스루 머스루-!”

토도마츠와 서로 등 밀어주기를 했습니다! 몸이 뽀득뽀득 해서 깨끗합니다! 이런 기분 좋습니다- 이제 탕에 들어갑니까?!

이제 노천탕 가자. 형들 분명 거기에 있을거야.”

! 이제 들어가자!”

그러고보니 형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토도마츠 말대로 노천탕에 있는 거 같습니다! 목욕탕에는 노천탕이 없으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이제 노천탕 들어갑니다!

 

 

Sixth Side.

 

역시 형들 여기 있었네!”

쥬시마츠 형이랑 같이 밖으로 나가니 안 보였던 형들이 모두 그곳에 있었다.

쥬시마츠랑 토도마츠- 늦었쟌~”

, 브라더들. 드디어 왔는가!”

아직 해 안 떴으니까. 얼른 오라고.”

나랑 쥬시마츠 형을 발견한 형들이 얼른 들어오라며 손짓해주었다. 밖이라 그런지 겨울이라 그런지 진짜 춥다. 으으-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거 기분 좋으니까 얼른 발을 담가 노천탕에 들어갔다.

보우웨에-!”

쥬시마츠 형은 들어가자마자 강가에서 수영하듯 헤엄치기 시작했다. 얌전히 앉아서 보긴 힘들지도? 몰아치는 물보라에 얼굴을 씻으며 쥬시마츠 형을 바라보았다.

쥬시마츠 형, 내 옆에 앉을래?”

! 톳티 옆에~”

물보라가 멈추고 형이 내 옆에 앉았다. 이치마츠 형도 언제 다 씻고 왔는지 어느새 옆에 와서 앉아 있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쪽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해 뜨는 거야-?”

, 하늘이 점점 밝아오고 있잖아? 곧 저기에 해가 뜰 거야.”

새해의 해가 점점 떠오른다.

 

너희들은 새해 소원이 뭐야?”

오소마츠 형이 말을 꺼냈다. 새해 소원이라- 형들은 어떤 소원을 생각하고 있을까?

나의 해피 뉴이어 소원은! 더 많은 카라마츠들과 만나기 위한 콘서트 개최를-”

그거 어려울 거니까. 좀 더 현실적인 걸 생각해보라고. 나라면... 취직이려나.”

그것도 불가능해 보이는데요. 그냥 올해도 아무 일 없이 무탈히 가기를.”

와하핫-! 난 야구! 올해도 야구하고 싶슴다!”

형들의 새해 소원은 그렇구나. 끄덕거리며 듣고 있다 보니 어느새 내 소원을 말할 차례가 되었나보다. 오소마츠 형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 ?”

! 토도마츠의 새해 소원은 뭐야?”

내 소원 말이지...”

뭘 말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할 이유는 없지. 형들 모두 지금 생각한 걸 말했을테니까. 그럼 나도 지금 생각하는 걸 말하면 되는거지?

난 여자친구 생기는 거!”

뭐야~ 올해도 전원 백수 동정 예약이네!”

- 그런거야?”

당연하지! 전원 발전이 없잖아~ 크으! 올해도 잘 부탁해!”

 

 

Final Side.

 

오야? 너희들 다 여기 있었느냐?”

아빠!”

늦게 일어나는 줄 알고 안 깨우려고 했는데, 다들 여기 모였구나. 약속이라도 했느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뭐어- 가장 먼저 들어온건 이 장남님이지만!”

그러느냐? 그럼 아빠도 들어가마.”

그래도 가장 먼저 일어난 건 나다, 대디!”

부지런해보여서 다행이구나. 쵸로마츠, 조금만 옆으로 가줄 수 있겠느냐?”

, 아빠 여기 앉으세요. 경치가 좋아요.”

그래, 고맙구나. 날이 점점 밝아오는구나.”

, 엄마는요...?”

물론 같이 왔단다. 저 건너편에서 우리와 같은 풍경을 보고 있지 않을까 싶구나. 그나저나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느냐?”

다 같이 야구하자는 이야기!”

야구를? 새해부터 운동하는 거냐?”

그게 아니잖아 쥬시마츠 형. 우리 새해 소원 말하고 있었어요. 아빠는 새해 소원 있어요?”

새해 소원이라... 너희들이 전부 취직해서 집에 보탬이 되면 소원이 없겠구나.”

아빠...!”

하하-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기도 빌고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거라!”

 

[오소쵸로/단편/리퀘]

 

 

 

2016. 01. for 푸중

 

 

 

 햇빛이 찬란하게 내리쬐는 어느 화창한 겨울 날, 한가롭고도 조용한 오후였다. 할 것이 없어 TV라도 볼까하고 거실 중앙에 놓여있는 코타츠 안으로 쏙 들어갔다. 코타츠 안쪽은 생각 했던 것만큼 적당히 따뜻하게 데워져 있어서 기분 좋게 나른해 질 수 있었다.

 “이 형님 빠칭코 돌리고 올게~”

 오소마츠형이 거실로 내려와 그렇게 한마디 툭 던지고 집을 나섰다. 형뿐만이 아니라 이미 다른 형제들도 일 있어 바쁘다며 집에 없었다. 결국 집 안에 있는 건 나 혼자라고 해야 하나.

 “... 다들 니트주제에 바쁘네.”

 오소마츠형은 빠칭코, 카라마츠형은 안쓰러울 산책, 이치마츠는 아마도 뒷골목, 쥬시마츠는 야구, 토도마츠는 아르바이트 아니면 데이트... 나는 손가락으로 바쁜 형제들을 한명 한명 짚어보며 그들이 바쁜 이유를 천천히 곱씹어보았다.

 “하아... 이번 달엔 냐쨩 콘서트도 없단 말이지...”

 결국 나 혼자 안 바쁜 건가, 한숨을 한번 내쉰 뒤 TV보는 것도 뒤로하고 할 일을 찾아보고자 구직 전단지를 꺼내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미 한번 훑어보고 구석에 치워두었던 것이었기에 봐도 얻는 건 없었다.

 한가로운 오후, 아무의미 없는 두 시간이 그냥저냥 흘러갔다.

 “다녀왔습니~다리근육 다리근육-!!!!”

 “쥬시마츠왔어?”

 “응응응응-!!!! 쵸로마츠형 있었네에~!!!”

 쥬시마츠가 오고 나니 제 일을 끝낸 듯 이치마츠와 카라마츠형이 차례로 집에 들어왔다. 저녁시간이 다가오자 토도마츠도 집에 돌아왔다.

 “토도마츠까지 왔으니 오소마츠형만 들어오면 되겠네.”

 “, 오소마츠형 아직도 집에 안 돌아 온 거야-?”

 “... 빠칭코를 얼마나 돌리는지, 아직도 안 왔어.”

 “헤에- 오소마츠형답네-”

 동생들은 다 왔는데 정작 장남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건지, 거실 벽에 걸려있는 시계의 시계바늘이 거침없이 숫자 사이를 달리고 있는데도 형의 소식은 깜깜무소식이었다. 창밖의 어둠이 깊어지자 형제들도 슬슬 배고프다며 저녁을 먹자고 보챘다. 형이 올 때까지 기다리려 했으나 배고픈 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 저녁쯤은 형이 오면 알아서 차려 먹으라 하면 되니까.

 따르르릉-, 밥을 먹고 있던 중에 현관 쪽에서 전화벨이 울려왔다.

 “내가 받고 올게~ 우오오오-!!!!”

 쥬시마츠는 들고 있던 밥그릇을 내려놓고 현관 쪽으로 투다다다다- 달려가 수화기를 낚아채 날아갔다. 결국 쥬시마츠는 아무렇지도 않게 현관문을 또 깨 부셨다. 매번 요란한 쥬시마츠의 전화 받는 퍼포먼스를 알고 있던 나는 그 상황을 전부 예측했기에 밥그릇을 내려놓고 쥬시마츠를 따라 천천히 현관 쪽으로 나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쥬시마츠입니다- 말씀하세요~!!”

 오늘은 또 어떤 식으로 상대방의 말을 들을지 걱정됐지만 쥬시마츠는 한번 수화기를 들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잘 안 내려놓는 성격이니까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이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치비타~ ? 오소마츠형이...!!”

 “오소마츠형?”

 형의 이름이 나오자 눈이 약간 휘둥그레졌다. 빠칭코 돌린다더니 치비타랑 같이 있던 건가. 아님 다 돌리고 그곳으로 간 건가.

 “... ... 잘 알아먹었습니다.”

 “치비타가 뭐래?”

 쥬시마츠가 어느 정도 치비타의 이야기를 들은 거 같아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쥬시마츠는 날 보며 해맑게 웃고는 대답했다.

 “~ 오소마츠형이 뭔가~ 치비타네 오뎅가게에서 술 마시고 있다나봐. 근데 주술인지 주문인지를 외우면서 소환준비를 하고 있다는데~?”

 “...무슨 소리야. 잠깐 바꿔줘 봐.”

 역시 쥬시마츠, 내 둘째 동생은 이번에도 상대방의 말을 멋대로 해석해 버렸다. 주술인지 주문인지를 외우면서 소환준비를 한다는 건 마법사 얘기 일려나, 난 제대로 된 상황을 듣기 위해 바꿔달라고 말한 뒤, 동생의 손에 들려있던 수화기를 뺏어 들어 귀로 가져갔다.

 “전화 바꾼 쵸로마츠입니다. 치비타, 우리 집 장남이 너희 가게에서 술 쳐마시고 마법사가 되어 소환준비를 한다는 게 사실이야?”

 “흐아-... 마법사가 아니고 쵸로마츠-... 오소마츠녀석, 우리 가게 와서 술 마시고 주정 중이니까 있으니까 아무나 와서 데려가라고...”

 “- 그 소리였구나.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그럼 주술인지 주문인지는 술주정이고, 소환준비는 형을 데리러 가라는 전화였을까. 치비타와의 전화를 끝낸 뒤 수화기를 내려놓고 쥬시마츠와 함께 거실로 돌아왔다.

 “누구 전화야-?”

 거실로 돌아오니 토도마츠가 수저를 든 채 내게 물었다.

 “치비타였어. 형이 지금 가게에 있으니까 데려가라고 하더라고. 밥 먹고 있어, 내가 데려 올 테니까.”

 “내가 데려와도 괜찮은데, my brother~”

 “아니 아니, 카라마츠형은 안쓰러우니까 쵸로마츠형이 다녀와!”

 “그래 알았어. 다녀올게.”

 장남을 데려오기 위해 옷을 단단히 입고 집을 나섰다. 분명 밤은 추울 테니 안 껴입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현관문을 밀어 젖혔더니 눈앞에 보이는 건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얀 눈송이였다.

 “뭐야, 눈인가...”

 하긴 겨울이었다. 요즘 겨울은 춥기만 하고 가끔 비 내리는 게 다였는데 웬일인지 오랜만에 함박눈이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어른이 된 지금은 어렸을 때랑 달리 눈이 귀찮기는 하지만, 겨울이란 기분을 만끽하는 것엔 매우 충분했다.

우산을 가져갈까 했지만 전에 쥬시마츠가 야구배트대신 스윙연습으로 우산을 썼던지라 멀쩡한 것이 하나 없었다. 오히려 멀쩡한 것들은 아마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어딘가에 깜박 잊고 놓고 온 것들이겠지. 한숨을 한번 내쉬고 그냥 현관 밖으로 걸어 나갔다. 눈보라치는 수준도 아니고 눈송이가 하늘하늘 내리는 정도이고 또 곧 그칠 거 같은 속도로 내리는 중이니 우산 없어도 상관없을 거 같았다.

 치비타네 가게를 가는 길에는 지금껏 내린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밟을 때마다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 옛날에는 이런 눈길을 연인과 함께 손잡고 걷고 싶어 했는데...”

 철부지 중고등시절 때에는 그런 상상을 자주했었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된 지금은 제대로 상상할 수 없는 꿈이 되어버렸다.

 “, 현실은 시궁창이니까-...”

 연인은커녕 술에 찌든 장남을 데리러 가는 눈길이라니, 장남을 향해 궁시렁궁시렁 거리며 걷다보니 어느 세 치비타네 빨간 오뎅가게에 도착해 있었다. 다행히 하늘에서 눈 내리는 것이 멈추고 있었기에 술 취한 장남을 데려가는 것은 쉬울 것 같았다.

 “치비타? 오소마츠형 있어?”

 “, 어서 와라 쵸로마츠. 오소마츠 이 녀석, 빠칭코 돌리고 왔다고 하더라고. 다 따였다나 졌다나 뭐라나 하면서 술을 얼마나 들이키던지...”

 역시나 그럴 줄 알았어, 한숨을 내쉬며 엎드려 있는 형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들이마셨길래 뻗은 걸까 생각하며 손을 뻗어 형을 흔들어댔다.

 “, 오소마츠형. 일어나.”

 “...? -... ...! 우리 삼남 아니야아-? 횽아보러 왔어~?”

 “그래 삼남 쵸로마츠다. 빨리 일어나 장남새꺄. 폐 끼치지 말고 얼른 집에 가자.”

 “그래 짜샤. 밤도 늦었으니까 얼른 집에 가버려.”

 “흐아아-?? 버얼써어-? 흐아아-...... 싫어어 더 있고 싶어어어-...”

 “일어나, 집에 가자. 치비타 외상 해줘

 “... 그래 짜샤, 눈길이니까 조심해서 돌아가라.”

 “어 고마워.”

 형의 팔을 들어 내 목에 두르고 부축해 일으켰다. 가게의 빨간 천막을 거둬내니 아까 잠깐 멈췄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아앗 추워어-... ... 눈 내리는 거야-?”

 “. 눈 내리니까 빨리 가자.”

 “-... 눈 내리는 거 오랜만이네에~ 있지 있지 쵸로마츠으-, 빨리 말고 천천히 가면 안 될까-? 이 횽님 눈에 대한 로맨스가 있다구우-”

 술이 좀 깬 듯한 형이 내 부축에서 벗어나 살짝 달려 나갔다. 술 마셔서 평소보다 더욱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의 행동에 걱정되었다.

 “헤헤-, 궁금하지 않아~?”

 “...안 궁금해.”

 “에에~ 이 횽아 슬프다구? 궁금하다고 말해줘, 쵸로마츠~”

 씨익 웃는 미소를 짓는 형을 보며 어쩔 수 없이 못 이기는 척 한 숨을 한번 쉬고 짧게 뭔데, 라고 물었다.

 “그게 뭐냐아며언~ 이런 눈 오는 날에 눈을 밟으며 연인과 함께 있고 싶달까~”

 “......”

 나랑 같은 생각이었다. 형이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으음, 우리 여섯 형제 전부가 설마 모두 같은 걸 생각하는 건가-... 여섯 형제에게 있어 개성이나 특별난 게 없을 거란 생각에 약간 미간이 찌푸려졌다.

 “뭐야 뭐야, 삼남~ 미간 구겨졌다구~? 랄까나- 이런 눈길을 연인 아닌 삼남과 함께 걷게 될 줄 몰랐는거얼~”

 “...나도 마찬가지거든.”

 장남의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져 버려서 잠바 주머니 안에 손을 찔러 넣었다. , 나도 형 말고 연인이랑 같이 있고 싶었거든, 이왕에 있을 거면 냐쨩이 연인으로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 진짜. 카라마츠한테 그냥 부탁 할걸 내가 괜히 데리러 온다고 한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억지로 짜증을 죽이며 걷고 있었는데 앞서 걷던 형이 갑자기 내 옆에 다가와 나란히 섰다.

 “삼남~ 뭐 안 좋은 일 있어~?”

 “..., 있어. .”

 “~ 설마 횽아가 애인대신 같이 있어서 그래~?”

 “하아...?”

 “이 횽아, 알고 있다구-? 우리 삼남도 눈 오는 날에 애인이랑 같이 있고 싶은 거~ 하지만 현실은 횽아랑 함께지, 안 그래?”

 “......”

 내 마음은 또 언제 꿰뚫었는지, 찔릴 것도 없는데 괜스레 마음이 움찔거렸다.

 “헤헤-, 우리 삼남은 기분 나쁠지 몰라도~ 이 횽아는 기쁘단 걸 알아줬음 좋겠는데~”

 “...뭔 소리야. 형도 없는 애인이랑 같이 있고 싶어 한 거 아니었어?”

 “-, 우리 쵸로마츠생각이 역시 거기까지이지.”

 “...그러니까 무슨 소리냐고.”

 내가 더 뭐라 말하기 전에 형은 갑자기 내 잠바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내가 깜짝 놀란 사이에 손을 꼬물딱 거리다가 내 손을 맞잡았다. 맞잡은 거까지 모자라 형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 사이사이로 천천히 밀고 들어와 손깍지까지 끼는 꼴이 되어 버렸다. 당황해서 형을 바라보았는데 형은 날 보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 모르겠는데.”

 “으음~ 뭐어, 모르면 모르는 대로 있어~ - 삼남 손 따셔~!!!”

 “하아...?”

 형의 말이 귓구멍에 찝찝하게 걸리고 말았다. 거슬리는 게 짜증나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형이 먼저 무언가를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저것 좀 봐봐 쵸로마츠-, 빛에 반사되어 내리는 눈 말야-, 꼭 다이아몬드가 내리는 거 같지 않아~?”

 “...?”

 형이 손끝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하얀 눈이 가로등빛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반짝거리며 내리고 있었다. 장남이 말한 거 치고는 아름답긴 매우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저 다이아몬드 하나 주워서 반지로 만들면 예쁘겠지~?”

 “...예쁘긴 금방 녹지.”

 “에엑-, 횽아 로맨스 깨진다구우~”

 뭐 내 알반 아니잖아?, 픽 웃으며 말하자 형은 더욱 에에엑-, 이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형 표정 웃기네, 피식 피식 웃었더니 형은 삐진 표정으로 뭐가 그리 재밌냐고 물었다.

 “그냥-, 랄까, .”

 “?”

 “연락도 없이 또 늦게 까지 밖에 있을 거야?! 나 밥 먹다가 튀어나왔다고!!!”

 “아아, 미안 미안-, 다음에 늦을 거 같을 땐 제대로 늦을 거라고 미리미리 얘기할게~”

 “그게 아니잖아 장남새꺄!!!!”

 하-, 오늘 밤도 장남 때문에 시끄러울 것만 같았다. , 이게 일상이니까 시끄럽지 않으면 이상하겠지만, 이런 걸 일상이라고 자연스럽게 물들여 있는 내가 불쌍하군. 하아-...

 그래도 눈 내리는 밤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형이 주머니 안에서 맞잡은 손도 매우 따뜻했다. 믿기 힘들 정도로 따뜻한 손에 어쩌면 겨울이란 낮은 기온의 차디찬 밤이란 걸 몰랐을지도.

 

 

 햇빛이 찬란하게 내리쬐는 어느 화창한 겨울 날, 한가롭고도 조용한 오후였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니 몇 백엔이 짤랑거리며 나왔다. , 이 정도라면- 오늘 오후에 뭘 할지 결정해 놓으니 마음이 살짝 들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타고 거실로 내려왔더니 쵸로마츠가 혼자 코타츠 안에 앉아있었다.

 “이 형님 빠칭코 돌리고 올게~”

 사실 형제들이 모두 밖에 나가 있고 집엔 나랑 삼남뿐이었기에 쵸로마츠랑 같이 코타츠 안에 느긋이 앉아 있고 싶었지만, 우리 사랑스런 삼남이 또 어떤 구직적인 잔소리를 할지 무서워 집에서 나온다는 결정을 했을지도 모른다. 에이, 까짓 거 돈 벌면 되지!, 돈 좀 따오면 우리 삼남, 이 형님 보는 눈빛을 좀 달리 해주려나-.

 “으아아-, 사랑스런 눈빛받기 무리!!!!!!”

 결국 빠칭코에 건 돈은 죄다 따이고 말았다. 집에 있으나 빠칭코를 다녀오나 삼남의 잔소리는 언제나 그 누구보다 제일 먼저 날 반길 것만 같았다. 하아...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 삼남 무섭단 말이지?

 내가 선택한 마지막 길은 치비타네 오뎅가게였다. 술 마시고 들어가면 우리 삼남 마음이 좀 약해지지 않으려나- 싶었지만, 그것 또한 무리. 막상 술이 목구멍 너머로 들어가니 기억도 안 날 술주정을 치비타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오늘 빠칭코얘기 또한 계속-. 게다가 술주정으로 모자라 이번 술값도 외상일터인데, 결국 난 그 어떤 좋은 해결책도 못 얻은 채 잔소리의 근원지가 되는 걸까 싶었다.

 “짜샤, 작작 좀 쳐마셔라.”

 보다 못한 치비타가 술에 찌든 내게 한마디 했지만 난 이미 엎질러진 물, 이판사판으로 더 엎지르자 싶어 술잔에 술을 따랐다.

 “에에-... 아직 더 마실 수 있다구우우- 치비타아-...”

 “어휴, 네 형제들한테 전화 할 테니 누구 오면 곱게 집에 가라. 알았지 짜샤?”

 내가 얼마나 마셨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신이 몽롱하고 눈앞이 흐릴 정도로 마신 것은 확실했다. 술기운을 버티지 못한 나는 치비타가 전화를 하려는 건지 핸드폰화면을 켜고 귀로 갖다 댄 것을 마지막 장면으로 정신이 잠깐 끊기고 말았다.

 “, 오소마츠형. 일어나"

 얼마쯤 지났을까, 익숙한 목소리의 누군가가 엎드려 있던 날 흔들어 댔다. 흔들림에 살짝 정신 차려 보니 눈앞엔 쵸로마츠가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 삼남이 걱정하고 있든 말든 내겐 그것보단 그가 내 앞에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지만.

 “...? -... ...! 우리 삼남 아니야아-? 횽아보러 왔어~?”

 “그래 삼남 쵸로마츠다. 빨리 일어나 장남새꺄. 폐 끼치지 말고 얼른 집에 가자.”

 “그래 짜샤. 밤도 늦었으니까 얼른 집에 가버려.”

 “흐아아-?? 버얼써어-? 흐아아-...... 싫어어 더 있고 싶어어어-...”

 “일어나, 집에 가자. 치비타 외상 해줘

 “... 그래 짜샤, 눈길이니까 조심해서 돌아가라.”

 “어 고마워.”

 쵸로마츠가 치비타와의 대화를 마치자 내 한쪽 팔을 들어 올려 자신에 목에 둘렀다. 삼남의 부축에 의해 몸이 일으켜지니 두 다리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가까스로 정신없는 몸을 지탱하고 가게에서 천천히 나왔다. 천한 장 차이인데도 불구하고 가게 안과 가게 밖의 기온은 왜 그리도 차이가 나던지.

 “아앗 추워어-... ... 눈 내리는 거야-?”

 겨울밤이라 추운 건 당연했을지 모른다. 찬바람이 머리를 훑고 가자 술기운이 싹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분명 오후엔 안 내리던 눈이 까만 밤을 하얗게 덮고 있었다.

 “. 눈 내리니까 빨리 가자.”

 이런 아름다움을 뒤로 한 채 빨리 집에 가자고 재촉하는 쵸로마츠가 사알짝 미워지려 했다. 그래서 난 약간 심굴 궂은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 눈 내리는 거 오랜만이네에~ 있지 있지 쵸로마츠으-, 빨리 말고 천천히 가면 안 될까-? 이 횽님 눈에 대한 로맨스가 있다구우-”

 난 쵸로마츠의 부축에서 벗어나 천천히 내리는 눈 속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우리 삼남을 바라보며 씨익 웃고 물었다.

 “헤헤-, 궁금하지 않아~?”

 “...안 궁금해.”

 “에에~ 이 횽아 슬프다구? 궁금하다고 말해줘, 쵸로마츠~”

 "...하아, 뭔데."

 결국 물어봐 줄 걸 왜 그리 내뺐는지 몰라, 우리 삼남-. 난 그의 물음에 즐거운 듯 대답해줬다.

 “그게 뭐냐아며언~ 이런 눈 오는 날에 눈을 밟으며 연인과 함께 있고 싶달까~”

 “......”

 솔직히 말해보자면, 우리 삼남이 생각하는 로맨스와 같다는 거 이미 알고 있었다. 학창시절에 눈 오는 날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어.’라고 노래 부르고 다니던 사람이 사랑스런 삼남이었는데 내가 그것을 모를 리가. 그래서 일부러 말한 건데 쵸로마츠는 아마 알 리가 없겠지~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놀리기 위해서 말한 것만은 아니라구-? 누구나 로망이잖아? 좋아하는 사람이랑 눈 맞는 거! 이왕이면 첫 눈 맞는 거! 하지만 이미 이 장남은 그 로망 이뤘다구-?

 뭘 생각하고 있는 지 머릿속이 훤히 보이는 삼남의 미간이 미세히 구겨졌다.

 “뭐야 뭐야, 삼남~ 미간 구겨졌다구~? 랄까나- 이런 눈길을 연인 아닌 삼남과 함께 걷게 될 줄 몰랐는거얼~”

 ‘삼남이 아직 연인이 안 됐으니 아직 연인이 아닌 거지, 안 그래-?

 “...나도 마찬가지거든.”

 하지만 내 말에 1%도 삼남의 마음에 안 닿을 거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씨익 웃고는 표정이 구겨져 있는 삼남의 옆으로 다가가 섰다.

 “삼남~ 뭐 안 좋은 일 있어~?”

 “..., 있어. .”

 분명 날 데리러 온 것에 후회 중 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분이 나빠졌다는 검은 오오라를 뿜어내며 잠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 설마 횽아가 애인대신 같이 있어서 그래~?”

 “하아...?”

 “이 횽아, 알고 있다구-? 우리 삼남도 눈 오는 날에 애인이랑 같이 있고 싶은 거~ 하지만 현실은 횽아랑 함께지, 안 그래?”

 “......”

 “헤헤-, 우리 삼남은 기분 나쁠지 몰라도~ 이 횽아는 기쁘단 걸 알아줬음 좋겠는데~” 

이렇게 멋진 날이 언제 또 오겠나 싶었다. 천천히 내리는 하얀 눈-, 아무도 없는 깜깜한 밤-, 술의 기운에 흠뻑 젖은 나-, 그리고 이런 내 곁에 있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 하하, 정말 좋은데 말이지!

 “...뭔 소리야. 형도 없는 애인이랑 같이 있고 싶어 한 거 아니었어?”

 그러나 우리 둔한 삼남은 전혀 눈치 못 챈다고-!! 항상 생각 많은 척하면서 가장 생각 짧다고-!! , 그것도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지만 서도 말이다.

 “-, 우리 쵸로마츠생각이 역시 거기까지이지,”

 “...그러니까 무슨 소리냐고.”

 답답한 삼남의 말에 난 그의 잠바 주머니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어디보자, 우리 삼남이 어떤 식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나-, 손을 꼬물꼬물 움직이고 삼남의 손 모양을 파악하고 잡았다. 따뜻한 삼남의 손은 만족이지만 손잡은 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해서 손가락까지 천천히 끼어 넣었다. 역시 이런 스킨쉽은 아직 면역 없나보다 우리 삼남,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너무 가득하잖아! , 표정은 어떻든 잡은 손을 떨쳐내지 않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며 씨익 웃어보고는 다시 물어봤다.

 “무슨 소리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이러면 좀 알겠나 싶어서 내심 기대했는데, 역시나 우리 삼남-,

 “..., 모르겠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저 담담한 대답! 물론 내가 기대한 거랑 다른 기대지만 여러모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구나!

 “으음~ 뭐어, 모르면 모르는 대로 있어~ - 삼남 손 따셔~!!!”

 “하아...?”

 물론 쵸로마츠가 반박할 것을 난 알고 있었다. 자기 마음에 안 드는 말은 분명 태클걸기 일쑤일 테니. 삼남이 한소리 하기 전에 정신을 딴 곳으로 팔기위해 손을 뻗고 먼저 말했다.

 “봐봐 쵸로마츠-,”

 아무생각 없이 팔 뻗어 가리킨 곳은 가로등,

 “빛에 반사되어 내리는 눈 말야-,”

 그 눈은 마치,

 “꼭 다이아몬드가 내리는 거 같지 않아~?”

 그래, 꼭 맞는 표현이야. 빛나는 보석,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

 “저 다이아몬드 하나 주워서 반지로 만들면 예쁘겠지~?”

 다이아몬드반지, 정말 아름다울 거 같았다. 그 반지가 쵸로마츠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서 예쁘게 반짝여 준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울까-...

 “...예쁘긴 금방 녹지.”

 차가운 한마디에 상상의 흥이 깨지고 말았다. 와장창 쨍그랑-!

 “에엑-, 횽아 로맨스 깨진다구우~”

 “, 내 알반 아니잖아?”

 에에엑-, 그 말이 더 상처라고 삼남-, 살짝 삐져서 뾰로퉁 해 있으니 뭐가 웃긴지 자꾸만 피식피식 거리며 웃는 우리 삼남.

 “뭐가 그리 재밌는데에-.”

 내 물음에 쵸로마츠는 그냥-, 이라고 대답했다. , 그냥이라고 대답할지언정 우리 삼남이 기분 좋으면 나야 상관없지만!

 “랄까, .”

 “?”

 “연락도 없이 또 늦게 까지 밖에 있을 거야??!!!! 나 밥 먹다가 튀어나왔다고!!!”

 “아아, 미안미안-, 다음에 늦을 거 같을 땐 제대로 늦을 거라고 미리미리 얘기할게~”

 “그게 아니잖아 장남새꺄!!!!”

 하하, 오늘 밤도 우리 삼남은 우렁차구나! 바뀌지 않는 일상적인 반복, 아주 좋아!

 오늘 밤은 눈까지 내리는, 분명 추운 밤이다. 하지만 난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또 이렇게 손을 잡고 있으니 추워도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따뜻했다. 그렇게 따뜻했기에 오늘이란 밤이 정말 최고인 것만은, 그리고 꿈이 아니란 것만은 매우 확실한 밤이었다.

[속도/학오소×쵸로스케] 은혜 갚은 학

 

 

 

 

 “혼인 하지 않겠느냐.”

 “좋아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 소리만 10년째인 건 아느냐. 하기 싫으면 그냥 하기 싫다고 말해라.”

 싫은 것이 아닙니다, 이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말하진 않았다.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꼿꼿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가 보거라, 한숨과 함께 나를 방 밖으로 밀어내는 말에 허리를 숙여 인사를 드리고 방을 나왔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그 때를 잊을 수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내게 잊을 수 없는 그 때는 한 편의 동화와도 같이 나의 14살 때로부터 시작된다.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마음씨 좋은 노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예의범절을 배워온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꽃꽂이를 배워왔었다. 풍류를 즐길 취미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된다는 아버지의 말에 내가 선택한 것은 꽃꽂이였다. 다른 취미도 있었겠지만, 나는 실물을 두고 바라보는 것이 그 어린 시절부터 참 좋았다.

 색색의 꽃 중에서 가장 눈을 끌었던 색은 빨간색, 파란색, 보라색, 노란색, 분홍색이었다. 이 색들의 조합은 그 어릴 적에도 지금에도 참 재미있었다. 마치 꽃들이 그들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거 같아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상을 할 때면, 꽃꽂이란 일이 얌전히 앉아서 해야 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빙긋 지어지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도련님은 정말 꽃꽂이를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그래 보이나요?”

 “꽃들에게 생기가 보이잖습니까. 정말 아름다워요.”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보며 칭찬을 해주었고, 나는 꽃꽂이를 취미로 삼은 것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도련님다운 취미라거나, 사내가 하기엔 너무 조용한 취미가 아니냐는 소리를 주변에서 듣곤 했지만, 나는 그와 별개로 꽃꽂이를 할 때가 가장 마음이 놓였다.

 “궁금한 게 있어요. 꽃꽂이를 할 때는 꼭 놓여 진 꽃만 해야 하나요?”

 “준비된 꽃으로 하면 편하긴 하죠. 그건 왜 물어보시나요, 도련님?”

 “제가 직접 꽃을 준비해보고 싶어서요.”

 “필요한 꽃이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셔도 되세요.”

 “물론 그게 더 편하겠지만, 직접 꽃들을 보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여 허락된 공간은 숲 가까운 곳에 있는 넓은 뜰에 놓여있는 화원이 전부였다. 분명 형형색색의 꽃들이 가득했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느낌은 없었다. 어쩌면 그 꽃들이 너무 형식에 얽매여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꽃을 보던 그 때의 나는 '항상 보던 꽃'과 화원에 피어진 꽃들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래도 나는 꾸준히 다섯 색깔의 꽃을 준비해서 꽃꽂이를 했다.

 꽃꽂이를 할 때마다 매번 비슷한 꽃들로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내며 무의식적으로 진부함을 느끼고 있었던 때, 내 발걸음은 화원이 아닌 그보다 더 넓은 곳으로 향하고자 했다. 가본 적 없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숲 속, 그곳엔 무엇이 있을까.

 

 

할아버지가 숲으로 가서 나무를 베던 어느 날, 저 나무 뒤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숲 속 그곳은 가본 적 없었고 갈 시도조차 안했던 곳이었다. 애초에 그곳에 가려는 내 마음을 헤아리고 허락해줄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아무도 몰래 들어간 그곳은 온통 궁금한 것뿐이었고, 그곳에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우면서도 신비로웠다.

 초록색은 그저 줄기와 잎의 색인 줄 알았는데 이곳엔 차고도 넘칠 만큼의 초록색이 가득했다. 우거진 나뭇잎들 사이로 햇빛이 새는 그 틈을 따라 조금씩 발을 들였다. 본적 없는 아름다움이 어린 시절의 눈엔 찬란하고도 신선하게 보였었다. 그리고 곳곳에 보이던 야생화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크고 화려한 꽃들이 아닌 작고 수수한 꽃들. 그것을 하나씩 구경하며 나도 모르는 새에 깊이 깊이 들어갔다.

 “이 꽃 정말 예쁘다...”

 그 깊은 곳에서 보게 된 한 송이의 빨간 꽃이 내 눈길을 끌었다. 처음 보는 생소한 꽃이라 집에 이 꽃을 준비해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때문에 직접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한 송이를 따고나면 한 걸음, 또 한 송이를 따고나면 또 한 걸음.

 “여기 어디야...?”

 그렇게 한 다발의 꽃을 꺾어올 때까지 걸어갔다. 수많이 따온 꽃만큼 걸어왔으니, 내가 얼마나 많이 걸어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뒤를 돌아봐도 길을 알 수 없어서 그 자리에 그만 주저앉아 버렸다.

 누군가 와줄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나를 누군가 찾으러 와줄까? 내가 이곳까지 온 것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말도 없이 나왔으니 알 수가 있을까.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갈까?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내가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찬란하게 반짝이던 햇빛들이 자취를 감추자 그 자리엔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의 처음 본 숲의 어둠은 점점 두려움이 되어 다가오고 있었다. 저녁바람에 사르륵 부딪히는 나뭇잎의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다른 곳에서는 무언가가 나타날 듯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발 걸음소리까지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거기 누구 있냐?”

 그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얀 기모노에 하얀 면사포를 쓴 누군가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 사람이잖아? 그것도 어려 보이는데. 여기서 뭐해?”

 난 그곳에서 그 분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마치 어느 동화의 속 이야기처럼.

 

 

그곳에는 학 한마리가 덫에 걸려 날아오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학에게 걸려있는 덫을 풀어주고 학이 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길을 잃었다고 했지? 일단 나는 길을 아니까 마을입구까지는 같이 가줄 수 있어. 거기까지 가면 길은 알 수 있을 거야. 걸을 수 있겠어?”

 “, 걸을 수 있어요.”

 “, 여기까지 오느라 피곤할 텐데 씩씩한 도련님이네- 포부가 좋아~ 그런데 도련님은 여기 처음 와본 거야?”

 “, 처음이에요... 제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 난 이 숲의 모든 걸 꿰고 있거든! 그나저나 여기까지 오는데 초행길이라니, 대단한데? 여기 꽤나 높은 곳인데!”

 “걷다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혹시 손에 들린 그 꽃 때문에?”

 “, ...”

 “꽃 보는 눈이 좋나봐? 그 꽃 정말 예쁘지?”

 “, 꽃꽂이 하면 좋을 거 같아서...”

 “꽃꽂이? 고상한 도련님인가 봐~ 꽃꽂이도 할 줄 알고?”

 “그냥 집 안에 있을 때 취미로 하곤 해요.”

 “재밌어?”

 “저는 재밌어요.”

 “도련님이 재밌으면 됐지~ 나도 꽃꽂이 하는 거 보고 싶다-”

 “저희 집에 놀러 오실래요? 보여드릴 수 있는데.”

 “? - 나 아마 못 갈걸?”

 “? 왜요?”

 “그으-? 글쎄, 사람들이 날 잘 안 반겨주더라고.”

 “그런가요?”

 “으응- 뭐 괜찮아. 난 숲에서 살거든. 그래서 이곳을 훤히 알고 있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즐거운 걸? , 덕분에 길 잃은 도련님도 찾았잖아.”

 “그렇네요... 찾아주셔서 고마워요.”

 “~ 사람들 인연이야 얽히고설킨 거라, 도련님이 착하게 살았나보지. 날 만났으니까.”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그렇지? -, 저기 마을 입구가 보여!”

 “벌써요?”

 “으응- 빨리 왔지? 크으- 내가 지름길을 알고 있었거든. 어서 가봐. 도련님의 엄마 아빠가 걱정 많이 하시겠다.”

 “...저 또 와도 돼요?”

 “? 또 길 잃으려고?”

 “아뇨... 꽃꽂이. 꽃꽂이 보여드리러 올게요.”

 “그럴래? , 오늘처럼 깊이만 안 갈 거라고 약속한다면.”

 “약속할게요! 약속의 의미로 이 꽃 드릴게요.”

 “꽤나 낭만적인 도련님이잖아? 좋아, 받아줄게. 그럼 다음에 봐-!”

 

 

그 날 밤, 노부부의 집에 누군가 찾아왔습니다.

 

 

 “도련님 왔어?”

 왜 그 때의 나는 꽃꽂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그 때 헤어지기 싫은 그 마음이 무의식 속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덕분에 그 분을 만나기 위해 종종 숲 속을 놀러갔다.

 “, 저 왔어요. 이건 선물.”

 비밀스러운 만남은 나에게 즐거운 재미가 되었고, 그 분은 나에게 숲의 신비를 하나씩 알려주었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던 숲은 그리 멀지 않은 어린 시절의 나에게 즐거움이 되어주었다.

 “, 화과자네? 나 매일 이렇게 선물만 받아도 되는 거야?”

 “보답하고 싶으면 마을에 와주세요. 함께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으니까.”

 “으음- 무리 무리. 역시 사람들이랑 부대끼며 있는 건 좀 힘들단 말이지.”

 나는 그 분의 이름도, 정확히 사는 곳도, 직업도 모르지만 굳이 알아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 분이 내게 이름도, 정확히 사는 곳도, 직업도 안 물어본 거처럼. 그런 뒷배경 없이도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집에서 어느 가문의 사람을 만나는 것밖에 안하는 내게 가장 큰 위안이 되었다.

 “그래도 저는 만나주시잖아요.”

 “도련님이 나한테 꽃 줬잖아.”

 “옛날 일을...”

 “그게 뭐 옛날 일이라고- , 그 때 도련님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그 때보다 도련님 키가 많이 컸네? 아직 나보단 작지만!”

 “많이 컸죠. 앞으로 더 클 거지만.”

 “네네- 무럭무럭 크세요.”

 이런 평범한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분밖에 없었다.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 그 시간만큼은 마음이 편해졌고. 잠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지 않아도 됐으며. 그 분과 있는 이 시간을 정말 좋아했다. 그 분과 있는 이 시간이 멈추어 영원하기를 감히 바라봤다.

 그러나 그 꿈이 헛된 희망이 되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실례지만 하룻밤만 묵을 수 있을까요?” 아리따운 소녀가 물었습니다.

 

 

 “우리 가문에 어울리는 아이다. 이제부터 만나서 정이라도 쌓아보려무나.”

 내가 18살이 되던 해, 내게 한 여인의 사진이 왔었다.

 “이제 숲도 그만 가라. 흙장난하며 놀 나이는 지나지 않았느냐.”

 나의 즐거움을 빼앗으려는 아버지가 이렇게 원망스럽게 느껴진 적이 또 있을까. 그곳에 가서 약속이라도 한 듯 그 분을 만나는 거만큼은 저지당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생각해보겠다는 말만 남기고 방을 나왔다. 이미 해가 진 깜깜한 하늘이 보였다. 방으로 돌아갈 발길을 돌려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올 줄 알았어.”

 숲에 다다르자 그 분이 그 앞에 서계셨다. 갈 곳이 한 곳 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곳에 있어줄 분을 지금 이 시간에 만나게 될 줄이야. 꿈인가? 꿈이 아닌가? 내가 헛것을 보는지 명확히 분간을 못하고 있었을 때, 안심하라는 듯 그 분이 다가와 내 손을 잡아주셨다.

 “고마워요. 정말 계실 줄 몰랐지만...”

 “나도 올 줄 몰랐네. 하지만 긴말 안 할게. 도련님, 돌아가.”

 “...왜요?”

 “왜긴, 여긴 왜 왔어. , 그 나이에 반항이라도 하는 거야? 이 밤에?”

 “하지만...”

 “돌아갈 마음 있다고 얼른 말해.”

 “...그런 마음 없습니다. 안 돌아갈 거예요.”

 “그럼 이 밤은 어떻게 지내려고.”

 “...재워주세요.”

 “당돌하네, 정말.”

 그 분이 잡은 손을 내가 먼저 놓을 생각이 없었다. 길을 잃지 않을 생각으로, 그 분을 놓치지 않을 생각으로 더욱 손을 꼭 잡았다. 그러자 그 분이 한숨을 작게 내쉬더니 자신이 졌다는 듯이 내게 말을 걸었다.

 “알았어, 알았어- 돌아갈 생각이 없다면 나도 혼자 둘 생각은 없으니까. 따라와.”

 그렇게 나는 그 분을 따라 숲 속을 걷게 되었다.

 

 

제가 베를 짜는 밤 동안은 절대 들어오지 말아주세요.”

 

 

여기가 내가 묵는 신사야. 좀 허름하지만 제법 넓어서 방도 많고... 사람들이 쓰던 물건도 있어. 하룻밤 자기는 괜찮을 거야.”

 “, 감사합니다.”

 “난 이 방에서 있을 거니까, ...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알았지?”

 “, 그럴게요.”

 비어 있는 방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잠잘만한 자리를 마련해두고 그 분의 방으로 향했다. 발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노크를 하자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뭐 필요한 거 있어?”

 “, 있어요.”

 “어떤 거?”

 “당신이요.”

 “? 난 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잠시 괜찮을까요.”

 “... 그 정도야. 잠깐만- 정리할 게 있어서... , 됐다. 이제 들어와.”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분은 이불 위에 앉아계셨다. 내가 들어온 걸 보고 히죽 웃으시더니 옆 자리를 손으로 툭툭 치셨다. 그곳에 앉으라는 이야기겠지. 나는 조용히 다가가서 그 옆에 앉았다.

 “뭐어- 사람들 사정이야 대충 알고 있어. 곱상한 도련님이 나이 찼겠다, 혼기 찼겠다... 뭐 그런 이유였겠지?”

 “맞아요. 그런 이유입니다.”

 “흐응- , 결혼 싫어?”

 “...싫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본 적도 없는 여인의 사진을 보여줄뿐더러, 더 이상 숲에 가지 말라고 말하셔서...”

 “, 집에 있으면서 더 고상하길 바랐나보네. 도련님은 그게 싫어 뛰쳐나온 거고.”

 “...”

 “근데 왜 숲으로 왔어?”

 “그냥 발걸음이 닿는 곳으로...”

 “닿는 곳으로 갔다면 마을 아무대나가 더 가깝지 않나? 여긴 멀잖아.”

 “그렇지만 저는 여기에 오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왜?”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그러니까 왜, 나는 이곳에 오고 싶었더라. 숲에 가지 말란 소리를 듣고 반항심에? 내가 기댈 곳은 이곳밖에 없다는 생각에? 아니다. 난 왜 이곳에 오고 싶었는지 알고 있었다.

 “당신을 보고 싶었어요.”

 “결론 참 재밌네!”

 “보고 싶어 해서 이렇게 왔어요. 그리고 그곳엔 당신이 있었고.”

 “도련님이 올 걸 알았거든. 난 이 숲에 모든 걸 꿰고 있으니까.”

 “모르시는 게 없으셨죠.”

 “그럼- 그리고 지금 도련님 마음속도 훤히 보여.”

 “제 마음이요?”

 “날 좋아하잖아.”

 “?”

 “맞을 텐데? 난 도련님이 날 좋아하는 거. , 도련님은 나랑 있고 싶고, 나랑 있는 게 즐겁고 또 행복하잖아. 날 보고 싶어 하잖아. 그거 사람들 사이에서는 좋아하는 감정이라고 불리는 거 아냐?”

 “...”

 “그런데 도련님이 부정하면 부정되는 감정이니까 무시해도 돼.”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말 그대로야. 난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과 나누는 감정은 이루어지지 못해.”

 “사람이 아니라고요...?”

 “, ... 설명하면 긴데. 백문이 불여일견. 조금 이따 내 방에 와봐. 그럼 알게 될 거야.”

 

 

노부부는 호기심에 소녀의 방을 열어보았습니다.

 

 

 “어서와.”

 눈앞에서 어서 오라고 인사하는 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 눈엔 그저 한 마리의 커다랗고 하얀 학처럼 보였다.

 “어때,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이해하겠어?”

 “하지만... 하지만...”

 “낮에는 사람으로 둔갑하기가 좀 편해서 그 모습으로 만나고 있었어. 밤에는 힘들고.”

 “...”

 아무 말 없이 한참을 바라보니 커다란 학은 날개를 펼쳐 제 몸을 감쌌다가 다시 펼쳐보였다. 그러자 내가 알고 있던 그 분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분은 날 보며 씨익- 미소 지어보였다.

 “나를 좋아해줘서 고마워, 도련님. 나도 도련님 많이 좋아했어. 하지만 이런 모습으로 만나는 건 힘들잖아. 이제 숲에도 그만 와. 나도 떠날 거니까.”

 “떠나실 거라고요...?”

 “본 모습 보여주고 좋은 꼴 본 적이 없었거든. 도련님은 사람이니까 사람이랑 사는 게 좋잖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곱상한 도련님으로 살아가면 되잖아.”

 그렇지? 라며 내게 다가온 그 분은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읽으시고 숲을 모두 꿰고 계시는 분. 그렇기에 이리 들통 난 내 마음은 당신께 속일 수 없었을 것이다.

 “도련님이 내게 꽃을 주고, 꽃꽂이도 보여주고, 항상 놀러와 주고, 선물도 줘서 특별히 도련님에게만 내 마음 열어 준거야. 나도 도련님을 이만큼 좋아한다고.”

 그 분이 다시 내 손을 잡아주었다. 나는 그 손을 또 놓지 않고 싶었다.

 “...고마워요.”

 “천만에. 하지만 아침엔 정말 돌아가야 해. 알았지?”

 “정말 떠나실 건가요...?”

 “. 도련님이 마을에 가는 거 보고 갈 생각이야.”

 “제가 보고 싶다고 해도요?”

 “말했잖아, 사람은 사람이랑 사는 게 좋다고. 그러니 사람 아닌 나는 그냥 우정으로 남겨두고 좋은 추억으로 생각해. 알았지?”

 당신이 지어주는 미소가 내 마음에 새겨지고 있는데 그걸 그저 남겨두라니, 이만큼 견디기 힘든 일이 또 있을까 싶었다.

 “...다시 만날 수는 없을까요?”

 “글쎄, 내가 다시 온다면야 만날 수 있겠지? 근데 내가 올 때까지 도련님이 있을 수 있을까?”

 “기다릴게요.”

 “얼마나 걸릴 줄 알고.”

 “얼마가 걸리든 기다릴 테니, 꼭 오셔야 해요.”

 이 손을 놓으면 바로 날아가실 거 같아서 밤새 손을 잡았던 거 같다. 이 밤은 어디 안 간다며 날 다독거려 주셨는데, 그 손길이 여전히 선하게 느껴졌다. 이 밤이 끝나지 않기를 감히 바라며 잠에 들었다.

 그리고 해가 뜬 아침에 그 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자신이 학인 걸 들킨 소녀는 지금까지 짜놓은 베를 놔두고 집을 떠났습니다.

 

 

 “좋아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 말만 하며 혼사를 파기한 것이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아직 서른 전의 나이라 아버지는 계속 나를 설득하시려고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내가 좋아하는 그 분을 잊을 수가 없어서 혼인을 거부하고 있었다. 참 대단하지, 고집을 안 꺾으시는 아버지도, 여전히 일편단심인 나도.

 “...추워.”

 가 보거라, 한숨과 함께 나를 방 밖으로 밀어내는 말에 허리를 숙여 인사를 드리고 방을 나오자 급격히 추워진 날씨가 입김을 하얗게 만들었다. 어쩌면 눈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거 같다. 하지만 추운 건 추운 거니 얼른 방에 들어가서 하다 말은 꽃꽂이를 할 생각이었다.

 “도련님, 방 따뜻하게 데워놨습니다.”

 “고마워요.”

 “차라도 한 잔 드릴까요?”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자리에 앉아 꽃을 다듬으며 차 한 잔을 여유로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이 안정되면 꽃꽂이도 정성스레 되는 법이니까.

 “도련님, 차 가져왔습니다. 밖에 눈이 내리는데 보셨나요?”

 “아까는 오지 않아서 못 봤습니다.”

 “, 지금 내리고 있어요. 그런데 도련님, 저기 마루에 꽃 한 송이가 떨어져 있는 거 같던데 가져다 드릴까요?”

 “옮기는 중에 떨어졌나 보군요. 눈 내리는 것도 볼 겸, 제가 가지러 가겠습니다. 차는 옆에 둬주세요.”

 방밖으로 나와 보니 아까는 내리지 않았던 눈이 정말 천천히 내리고 있었다. 춥지만 눈 내리는 걸 보는 건 참 편안한 일이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떨어졌다는 꽃을 찾고 있었다. 어떤 꽃이 떨어졌을까.

 “, 저기 있다.”

 꽃잎이 빨간색의 꽃이었다. 덕분에 찾기 쉽다며 꽃을 주우러 다가갔다. 그런데 가까이 가면 갈수록 그 꽃이 꽃꽂이 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 겨울에 피어날 꽃이 아님도 알 수 있었다. 그 꽃은, 그 빨간 꽃은...

 나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설마, 설마 하는 마음에 밖을 내다보고 마당으로 뛰어 나갔다. 이미 눈밭으로 덮인 길은 하얗게 보였지만, 그곳에 내 눈에 띈 하나의 발자국이 보였다. 사람의 발자국이 아닌 한 마리의 새가 있다간 흔적처럼 남겨진 발자국이었다.

 나는 숲을 바라보았다. 이미 하얗게 덮여버린 산 속에서 하얀 새를 찾기는 어려울 듯 했으나, 나는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구해 준 학이 바로 그 소녀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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