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쿠파생] 방사능 미쿠
파란 꿈을 꾸고 파란 노래를 부르며 파란 춤을 추던 아름다운 파란머리의 파란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는 파랗게 웃고 파랗게 행동하며 항상 파란 목소리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파랗게 물들였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소녀는 파란색에서 초록색으로 꿈이 바뀌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는, '파란 꿈이 초록색으로 뒤틀려버렸다.'가 맞는 표현일까.
소녀가 파란 노래를 부르면 초록색으로 뒤틀려버린 소녀의 노래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귀가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고장난 귀로 변해버렸고, 소녀가 파란 손을 뻗으면 그 손에 닿는 것은 뭐든지 기괴한 초록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그 모든 변화에 소녀는 자신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부정해도 눈에 보이는 현실이 사실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소녀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귀를 틀어막고 자신의 입을 꾹 다물었다.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가 없어."
소녀는 자신의 목소리마저도 틀어막기 위해 마스크를 뒤집어 쓰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않게 하기 위해 헤드셋을 덮어 씌웠다. 또한 그 아무도 이 초록 소녀가 그 파란 소녀였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 소녀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어둡게 꾸며냈다. 소녀의 파란 꿈이 뒤틀리고 파란 목소리가 막히고 더 이상 그 파란 소녀가 아니게 되자 파랗고 아름다웠던 긴 머리도 초록색으로 뒤틀려 버렸다.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초록 소녀는 다른 이들을 멀리 하고 그들이 자신을 찾을 수 없도록, 자신이 지닌 기괴한 색상과 같은 숲 속 깊은 곳으로 조용히 도망쳤다.
숲 속에 와서도 소녀는 기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뒤틀린 기괴함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멀리하여 스스로 '외톨이'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자신의 손이 닿는 곳은 모두 기괴하게 일그러져 버리기 때문에 이 곳에 와서도 무엇하나 제대로 만질 수 있던 것이 없었다.
오감중에 청각과 미각을 막았으니 시각과 후각과 촉각은 남겨두고 싶었다. 그러나 촉각마저도 쓸모가 없어졌으니 이 이상의 슬픔은 남겨두기 싫었다. 그래서 소녀는 억지로 손을 뻗고 말았다.
'예쁜 꽃이네.'
소녀가 응시하고 있던 그 꽃은 초록색으로 뒤틀리기 전의 파란 자신과 닮은 파란 꽃이었다. 그 꽃은 눈에 보였지만 말은 할 수 없어서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한 뒤 일부러 손을 꽃을 향해 뻗었다.
자신이 손을 뻗으면 변해버린 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있으면서도 자신은 손을 뻗었다, 그 이유는.
'나랑 같잖아. 파란 꽃잎이 원하지 않은 색으로, 원하지 않은 모양으로 바뀌는 것이.'
그 파란 꽃은 초록에 물들여버리자 살아있는 것처럼 기괴하게 움직이더니 이내 빨갛게 오염되고 말았다. 아아, 너는 빨강이구나, 소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꽃을 뽑아 들었다.
이미 소녀에 의해 뒤틀린 꽃은 그 이상 뒤틀리지 않았고 소녀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말도 하지 못하고 듣지도 못 하는, 소녀만이 유일하게 파랬던 자신을 알아주는 친구. 더 이상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것을 아는, 유일한 동병상련의 친구.
'이제 그 누구도 우리를 알려고 하지 않을거야.'
그러니 걱정마, 소녀는 꽃에게 속삭였다. 그렇게 소녀는 꽃과 함께 까만 밤을 환히 비추는 달을 바라보았다.
저 달처럼 아름다웠던 자신, 항상 즐겁게 노래하던 자신, 친구들과 함께해서 매일이 즐거웠던 자신, 이제는 그렇지 못하는 자신.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스스로가 한심해져 눈물이 고였다. 초록빛 눈물이 녹안을 타고 흘러 차갑게 상기된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젠 그 어느것도 돌릴 수 없게 되어 버린 초록 소녀는, 항상 자신의 파란 꿈을 되세겨 그리며 오늘도 초록빛의 악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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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님이 기뻐해주셨던 것이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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