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쿠파생] 수박미쿠, 여름은 나의 무대.
겨울은 조용한 계절이다. 눈으로 덮힌 세상은 그리도 조용하기 때문에 나도 겨울엔 조용히 있는다. 나의 무대가 아직 안왔기 때문에, 조용히 조용히 잠복기를 가진다.
이 시기가 내게 있어 가장 힘들고 졸린 시기이다. 하지만 이 때를 견뎌야만 내가 그 자리에 설 수 있다.
봄은 따뜻한 계절이다. 땅 속에 잠들어 있던 씨앗들이 따뜻한 봄빛 맞이하며 깨어날 때, 나도 슬슬 일어날 준비를 한다. 봄이 오면 나의 기나긴 잠복기가 끝났다는 걸 의미한다. 나는 이제 이곳저곳 얼굴을 들이밀며 나를 세상에 알린다.
이 일은 어쩌면, 바람에 흩날리는 약하고 여린 떡잎의 몸짓 같아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겐 커다란 움직임이자, 거대하게 내딛은 한 발자국이다. 이 움직임으로 나의 무대가 완성될 수 있다고 믿기에 나는 이 시기에 열심히 한 발작, 한 발작 나아간다.
날씨가 조금씩 조금씩 더워지자 6월의 초여름이 찾아왔다. 봄에 열심히 움직인 덕분에 사람들은 날 알아본다. 하지만 아직 커지지 못한 열매는 그저 커다란 꽃만을 매달고 있을 뿐이기에 아직 모르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러나 꽃만이라도 누군가 나를 알아봐준다면, 나는 이보다 더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 확신은 곧 나의 꿈이 된다.
7월, 여름이 되었다. 햇빛은 따사롭게 내리쬐고 날씨는 대지를 감싼 습기때문에 더 덥게만 느껴지는 여름. 이 때 나의 열매는 매우 커져서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 알맞을 때이다. 나는 때가 왔음을 느낀다.
장마가 아직 하늘을 장악하지 못했을 때 내가 먼저 하늘을 장악해야한다. 비가 오면 당도가 떨어져 사람들의 입맛에 알맞지 못하기 때문에 이제 나는 일어선다.
여름은 나의 무대, 그 무대 위에 내가 섰다. 사람들은 무대 위에 선 나를 바라본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가지각색이다. 누구는 나를 보며 믿는다는 눈빛이었지만, 다른 누구는 나를 두들겨 보기도하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는다. 매년 그래왔고, 매년 사람들은 날 선택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긴장이 되어도 그 확신을 잃지 않는다.
이 무대 위에 서기 위해 고생했던 지난 계절들을 떠올리며 나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더위를 날리기 위한 청량한 목소리를 스피커 너머로 내보냈다. 그 시원하고도 빨갛게 알찬 울림은 사람들의 시선을 바로 바꾸었다. 모두가 날 보며 격려하고 또 응원하는 눈빛. 나의 확신은 역시나 옳았고, 나의 꿈은 이렇게 아름답게 이루어진다.
8월, 늦여름이 왔다. 그러나 꺾이지 않는 더위에 사람들은 나를 찾고 내 노래를 흥얼거린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어도 아직도 덥단 이유로 내 노래와 나의 인기는 사그라들줄 모른다. 그러나 슬슬 준비해야한다. 다시 맞이할 그 잠복기를.
가을은 고독하고도 쓸쓸한 계절이라 불린다. 낙엽이 떨어지고 날씨가 추워지면 내 마음도 가을과 같아진다. 더워서 시원한 걸 찾는 건 당연하지만 추운데 시원한 걸 찾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나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겨울이 오기 전 가을에 활동을 점차 줄인다. 마치 따뜻한 계절의 봄처럼.
그래도 아직 낮이 덥다며 내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겐 감사함을 느낀다. 노래의 당도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아직도 나를 알아봐주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은 내게 고마운 사람들이다.
가을은 쓸쓸하고 고독한 계절이지만, 낙엽이 땅을 살포시 덮어주듯 포근하기도 한 계절이기에, 나는 여름 봄 다음으로 가을을 무척 좋아한다.
다시 겨울이 왔다. 나는 이제 더이상 활동하지 않는다. 겨울에는 겨울에 맞는 노래의 당도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이 맞는 나는 그저 가만히 조용히 나의 무대가 올 것을 다시 기다린다.
겨울은 내게 있어 그리도 조용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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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코끝나고 써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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