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쿠파생] 꿈여우미쿠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면 하얀 구름같은 작은 여우들이 소녀를 이끈다. 그러면 소녀는 그 아이들을 따라 검은 구름길을 걷기 시작한다.

 딸랑-, 딸랑-, 방울소리를 내어 걸으면 검은 구름길에서 작은 빛이 하나- - 밝아진다.

 은은한 별빛을 품고 빛이 나는 그 길은 사실 꿈의 별빛길. 소녀의 할 일은 그 꿈길을 삼킨 검은 악몽구름들을 쫓아내고 본래 반짝이던 빛을 밝히는 일이다.

 

 소녀가 걷는 길에는 가끔 검은 구름에 갇혀 쪼그려 앉아 울먹이는 아이가 있다. 검은 구름에 갇혀 우는 소리를 못들을 때, 하얀 여우들이 우는 아이를 찾아내 검은 구름들을 걷어내면 소녀는 그 아이의 눈을 맞추며 작게 묻는다.

 "아이야- 왜 여기서 길을 헤메고 있니?"

 아이가 훌쩍이며 소녀를 보면 소녀는 작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러면 아이는 훌쩍임을 멈추고 같이 눈을 맞추며 말한다.

 "길을 잃었어요..."

 아이가 속삭이는 듯 말하면 소녀는 아이를 다독이며 대답해준다.

 "그럼, 내가 같이 길을 찾아줄게-"

 소녀가 아이를 살포시 안아들고 방울을 흔들면, 아이가 잃었던 검은 구름길에 빛이 들어와 아이가 갈 곳을 별빛의 길이 알려준다.

 "- 이제 갈 수 있겠니?"

 소녀가 아이를 바라보며 물으면 아이는 그새 눈물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그럼 소녀는 아이를 내려주어 어서 가보라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아이가 외롭지 않도록, 또 길을 잃지 않도록 작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자장가의 선율을 따라 아이가 자신이 갈 곳을 잃지 않고 갈 수 있도록. 소녀는 계속 계속, 노래를 불러주며 아이의 안녕을 계속 계속, 바라봐주었다.

 

 

* * *

 

 

 자장가, 그것은 작은 멜로디.

 그 멜로디에 맞춰 선율을 따라 걷고 걷고 또, 걸어가면- 그곳엔 조용히 눈감고 있는, 여우탈을 쓰고 있는 파란 머리 소녀가 나를 보고 작게 미소지어주며 있다. 그 미소가 아름다워 천천히 가까이 다가가면 소녀는 몽롱해져 내 앞에서 흐려지고, 그리 흐려지면 나는.

 

 오늘도 그 소녀가 꿈에 나왔다. 요즘 근래에 꾸고 있는 소녀의 꿈은 언제나 똑같은 상황. 나는 왜 소녀의 꿈을 꾸는지, 왜 항상 같은 꿈만 꾸는지 전혀 알길이 없었다.

하지만 소녀의 꿈이 싫지는 않았다. 나를 향해 웃어주는 그 미소가 가장 그러했다. 아니, 오히려 좋아했다. 그 미소는 나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나에게 속삭인다. 마치, 걱정말고 안심하라는 듯이.

 그녀의 자장가마저도 나는 좋아한다. 허밍에 가까운 음이면서도, 나는 그것이 자장가라는 것을 알아챈다. 그것은 마치 허공에 음표를 그리며 어여쁜 포물선을 따라 나에게로 흘러온다. 나는 그것을 좋아한다.

 소녀가 내 꿈에 나타나면, 나는 그 어느때보다도 마음이 평안해진다. 분명 꿈을 꿨는데 그 어떤것도 남지 않는 꿈보다 소녀가 나오는 꿈이 훨씬 마음이 놓인다. 나는 소녀가 나오는 그 파란 꿈을 좋아한다.

 오늘 밤에도 소녀가 나와주기를.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린다. 그 소녀가 나와준다면, 나는 오늘도 기분 좋은 꿈을 꿀 수 있을것만 같다.

 

 

* * *

 

 

 소녀의 꿈 속은 어떠할까. 남이 꾸는 꿈은 지켜주면서 정작 소녀의 꿈은 어떠할까. 소녀는 눈을 감고 자신의 하얀 공간을 바라본다. 하얗고- 파랗고- 가끔 그 공간은 형형색색으로 아름답기도 하고- 가끔 그 공간은 검정색으로 어두침침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공간 속에는 그 아무도 없다. 소녀 말고는 아무도 없기에, 소녀는 너무도 외롭고 또 너무도 쓸쓸했다. 소녀 스스로가 원한다면 누구든 부를 수 있는 그 공간에서 소녀는 고독히 혼자만을 원했다. 누구를 불러온 다는건 누군가의 꿈을 훔쳐 온다는 것을 알기에 소녀는 그저 혼자 있을 수 밖에 없었고, 아무도 없을 수 밖에 없다는 그 외로움에 소녀는 그저 작은 상처를 마음에 내어버렸다. 혼자만이 갖고 있는 외로움의 상처를 매꾸기 위해 소녀는 하얀 구름같은 작은 여우들을 만들었고, 하얀 구름같은 작은 여우들은 소녀의 공간과 꿈의 별빛길을 드나들며 소녀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소녀는 자신이 만든 친구들과 함께 오늘도 꿈의 별빛길을 거닐고 있을 것이다. 검은 악몽구름을 몰아내고 길 잃은 아이를-, 길잃은 꿈을 찾아내 길을 인도해 주는.

 소녀는 오늘도 누군가의 꿈속에 나타나 걱정말라고 미소를 지어주고 또 작은 자장가를 불러줄 것이다. 악몽에 사로잡힐 그 아이를 지켜내기 위한.

 그리고 소녀는 오늘도, 자신의 하얗고 작은 여우들과 함께 그곳에 있을 것이다. 소녀의 할 일은 바로, 꿈을 지켜주는 꿈여우의 일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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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연성해버려서 이미 다른 글존잘님들이 썼던게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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