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쿠 파생] 새장 문지기 미쿠 
 
 
 
 "안녕하세요."
 소년이 인사를 하며 문을 열자 딸랑-, 하고 작은 종소리가 차갑게 울려퍼졌다. 소년이 그렇게 조심스럽게 들어간 그 곳은 차가운 종소리 처럼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의 가게였다.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 계세요...?"
 소년은 그 낯선 공간이 조금 두려워져서 부들거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소년은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 무슨 이유로 왔는지 그 무엇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손에 들린 빈 '새장'만이 그곳에 온 해답을 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뿐이었다.
 "저... 이걸 채우러 왔는데요..."
 카운터 가까이로 다가간 소년은 카운터에 자신의 빈 새장을 올려두었다. 그리고 누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듯, 카운터 앞에서 소년은 불안하게 서 있었다.
 "이걸... 이대로 두면... 그러니까... 빈 상태로 두면 안 될 거 같아요... 너무 불안해요... 이걸 채워주세요... 제발..."
 소년은 이제 초조한 목소리로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제발 이것을 채워달라고, 불안해서 못 견디겠다며 발을 동동 구는 소년은 자신을 엄습해올 무언가에 의해 공포에 떨고 있었다. 아니, 아마 소년은 자신이 어떤 이유로 보이지도 않는 공포에 떨고 있는지 전혀 모를 것이다.
 소년은 아마, 본능에 가까운 공포를 느끼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 본능적인 공포로 부터 자신을 지켜줄 거 같은 본능적인 방어. 그것이 소년의 '새장'이란 것을 느꼈지만, 그 새장은 쓸쓸하고도 차갑게 비어 있었다. 
 
 소년이 불안한 그 상태로 부들부들 떨고 있자 소년에게 안 보이는 공포가 소년의 가까이로 조금씩 조금씩 다가왔다. 그리고 먹이를 노리는 포식자처럼 때를 노려 소년을 서슴없이 휘감아 버렸다.
 소년에게 닥쳐온 어둠의 공포가 소년을 감싸 서서히 조이며 잡아 먹으려 했던 그 때, 소년의 귀에는 어떤 아름다운 멜로디가 그의 귓가로 다가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 멜로디는 소년의 마음을 다스려줬고, 소년은 본능적인 공포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었다. 공포가 소년에게서 물러서자 멜로디는 더욱 정확히 들려왔다.
 이제 소년의 귀에는 멜로디 대신에 들어본적 없는 어떤 소녀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전해 들려왔다. 아니, 평생을 통틀어 들어본 그 어떤 노래보다 더 아름다운 노래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이 그 어떤것에 편곡될지어도, 이 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는 정도로- 소년은 그 정도로 노래에 자신도 모르는 포근함에 안겨들어 '안심'이 되었다.
 노래를 부른 소녀는 소년이 가져온 빈 새장에 가만히 손을 올려 놓았다. 노래는 계속 이어졌으며, 그 화음이 어우러진 오선이 마치 새장 속에 새를 그려내는 듯 보였다. 아니, 정말로 그러했다. 화음 코드들이 모여 새의 얼굴이 되고 음표 하나하나가 전부 새의 깃털이 되어 완연한 새의 모습이 갖춰져 소년의 빈 새장이 채워지자 소녀의 노래가 비로소 끝이 났다. 
 
 "이제부터 이 아이가 너를 지켜줄거야."
 소녀는 새가 지저귀는 듯한 목소리로 소년에게 말했다. 소년은 그 화음같은 목소리를 들으며 이제는 가득찬 자신의 새장 안을 바라보았다. 새장 안에는 찬란한 빛이 깃든 깃털을 가진 새 한 마리가 말끔한 눈동자로 소년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이 새는..."
 소년이 '안심'하며 새장 속 새에 대해 물어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소년의 눈에 비친 소녀는, 푸른 그녀의 머릿결에 알맞는 푸른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그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머금고만 있는 소녀의 미소에 소년은 물어보려던 무언가를 입밖으로 뱉지 않았다. 오히려 삼켰다. 뱉지 않아도 답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했다.
 "고맙습니다..."
 소년이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안심이 섞인 울음소리는 계속해서 고맙다는 인사만을 뱉을 뿐이었다. 소녀는 그런 소년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작게 대답했다.
 "이제 잃지마렴. 또 잊지마렴."
 소년은 새장을 힘껏 끌어안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고는 소녀를 향해 활짝 웃어보였다. 그것이 소년의 '결심'이자 또 하나의 '시작'이었다. 
 
 "그럼 저, 그만 가볼게요."
 소년이 꾸벅 인사를 하고 그곳을 나갔다. 혼자가 된 소녀는 그 소년이 안 보일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 비로소 소년이 안 보이자, 소녀는 자신의 푸른 모자를 꺼내 머리 위에 올렸다. 소녀는 가게 가장 안 쪽 어두운 커튼을 걷힌 다음 뒤에 숨겨져 있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열린 문 뒤로는 아주 큰 방이 나왔고, 소녀는 그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소녀가 들어간 그곳엔 수 많은 새들이 누군가의 꿈이 적혀 있는 악보 위에서 한창 지저귀고 또 날아 다니고 있었다.
 "또 오세요, 꿈을 잃은 자."
 소녀는 그 수 많은 악보를 모두 훑어보며 대답했다.
 "당신의 새장이 꿈을 잃어 절망하고 있을 때."
 또 악보 위의 새들을 한번씩 어루어만져 주며 대답했다.
 "당신의 빈 새장을 채워 드릴게요."
 그리고 방의 가운데까지 걸어갔을 때 쯤 걸음을 멈추고 다시 대답했다.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당신의 미래를 '어둠 속 공포'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소녀는 그 자신이 선 곳의 위를 바라보며 계속 대답했다.
 "저 날개돋힌 하얀 찬란함이 당신의 미래를 밝게 비춰줄 거예요."
 소녀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그러니 걱정말고 나에게 오세요."
 나는, 당신이 잃기도 하고 잊기도 하여 비어버린 당신의 새장 속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꿈을 노래로 지키는.
 "새장 문지기 미쿠 랍니다."

 

 

--------------------------------------------------------------------------------------

녀인님께 드린 새장문지기미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