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 전 누군가의 글을 리메이크 한 걸 다시 리메이크

 

 

 

 

[카게히나]

 

 

 태양의 주황빛에 가까운 붉은색 머리의 소년 히나타는 방과 후에 자신의 배구부로 달려갔다. 오늘도 그의 가슴은 요통치고 있었다. 그는 가방을 벗고 옷을 갈아입은 뒤 자신의 동료에게로 달려가 말했다.

 “카게야마, 토스 올려줘-!”

 히나타의 부탁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동료의 수락에 기분 좋게 웃고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 공을 기다렸다. 히나타에게 있어서 카게야마의 토스는 언제나 그의 가슴을 뛰게 한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카게야마에게 토스를 올려달라고 부탁한다. 매번 부탁해서 이젠 익숙할 지도 모르지만 히나타는 동료의 토스를 칠 때가 더욱 짜릿하고 항상 새롭고 또 즐거웠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히타나는 카게야마의 토스를 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의 설렘은 그리 오래 가질 못했다. 그에게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난 것이었다,

 

 「 안타까운 속보입니다. 한 중학생 소년이 자전거로 등교하다가 차에 치이고 만 큰 사고가 났습니다,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소년의 자전거가 갑자기 멈추질 않았고 속도가 붙어 내려가던 중 소년을 못 보고 골목에서 좌회전을 해버린 차가 소년의 자전거와 부딪혔습니다. 다행히 소년은 운전자의 도움으로 가까운 병원에 옮겨져 목숨은 건졌고…… 」

 

 목숨을 건진 것. 그것이 전부였다. 히나타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 가긴 했지만 다리에 문제가 생겨버리고 만 것이다. 그는 짧게는 몇 개월, 길면 몇 년 정도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 의사에게서 들은 절망적인 진단은 그는 물론 카라스노 배구부 모두가 당황하였다. 작은 거인을 동경해서 시작한 그의 배구를 사고 때문에 못하게 된 것이 그저 당황스럽고 어이없어서 슬퍼졌었다.

 에이스가 되겠다고 했었던 그.

 배구에서 최강의 미끼였었던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배구를 좋아했던 그.

 그런 그에게 다리를 못 쓴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이대로... 이대로 배구를 못하는 건... 싫어...”

 히나타는 자신이 다리를 못 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며칠째 울고만 있었다. 그와 함께 배구를 했던 사람들이 그를 찾아와 위로해줬지만 그는 자신의 슬픔에 못 이겨 계속 울기만 했었다. 그렇게 맑았던 붉은 머리도 시들어 엉망진창인 것처럼 보였다.

 “빨리 나으면 좋을 텐데.”

 누군가가 말해주는 위로의 말이 그에게는,

 “너에겐 배구는 이젠 무리야.”

 처럼,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는 점점 좌절감에 휩싸여 가기만 했다.

 

 “카게야마.”

 “?”

 “네가 히나타에게 말해줘.”

 “...네 그럴게요.”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서 사는 히나타를 보며 스가와라는 그가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카게야마에게 부탁했다. 두 명은 하나의 콤비처럼 완벽했으니 분명 카게야마는 옳은 답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카게야마는 방과 후 히나타의 병실로 달려갔다. 오늘도 시들어 있는 그를 보며 카게야마는 천천히 다가가 그를 불렀다.

 “어이, 히나타.”

 “...카게야마...”

 카게야마를 본 그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사람처럼 울먹이기 시작했다. 카게야마는 그런 그에게 손을 뻗어 그의 머리에 살짝 얹으며 말했다.

 “, 네가 나에게 토스 올려달라고 말할 때까지 기다릴게.”

 “......?”

 그 말을 끝내고 바로 손을 내렸는데 한 번에 못 알아들은 그의 질문에 카게야마는 눈을 꽉 감으며 다시 대답했다.

 “... 빨리 나으라고, 멍청아! 언제까지 그렇게 기 죽어 있을 거냐!! 네가 그랬잖아! 나를 쓰러트리는 건 너라면서!”

 “... 으응... 맞아... 그랬지...”

 히나타는 그런 대답을 해주는 카게야마를 보며 이제껏 흘리던 슬픔을 그쳤다. 그 후로 카게야마는 다른 부원들보다 더 자주, 더 많이 그의 병문안을 갔다. 카게야마는 그의 병문안을 올 때마다 그에게 배구 이야기도 해주고 또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리고 그가 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들어주었다.

 카게야마는 병원에만 있어 움직일 수도 없는 그가 조금이라도 기운이 나게 해주고 싶어서 더욱 더 적극적으로 그에게 맞춰주려고 노력했었다.

 “요즘 자주 웃네.”

 “...? 그런가? 이게 평소의 나잖아!”

 “하긴, 그렇지. 빨리 나으란 말야. 리시브 실력 줄어들기 전에.”

 “나도 빨리 낫고 싶거든!”

 카게야마랑 같이 병문안 온 부원들이 끼지 못할 정도로 둘은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갈 때마다 그의 얼굴에선 다시 맑은 빛이 보이는 듯 했다.

 

 “히나타 병문안 자주 가네?”

 “, ... 선배 덕분에...”

 “그래 다행이야. 요즘은 히나타도 기운 차린 거 같거든.”

 “그런 거 같아요.”

 “히나타를 더 기운 차리게 해줘. 네가 있어야 히나타도 즐거워 보이거든.”

 “알겠습니다.”

 마치 웃는 모습에 가까워 보이는 그를 보며 스가와라는 피식 웃어보였다. 역시 둘이 있어야 행복해 보이고 완벽해 보였다. 때문에 스가와라는 농담조로 한마디 더 던졌다.

 “그리고, 고백해봐. 받아줄지도 모르니깐~”

 “, 스가와라선배님!!!”

 농담이 지나칩니다!, 라고 중얼거리는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온 것은 혹시 정곡이라도 찌른 것일까. 장난처럼 말한 건데도 얼굴이 빨게 져버린 카게야마를 보며 스가와라는 재밌다는 듯 씨익- 웃었다.

 “그럼, 히나타에게 가있어.”

 스가와라는 할 말만 하고 카게야마를 히나타에게 보냈다. 당황만이 휩싸였던 그였지만 그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아마 그 이유는.

 「 받아줄지도 모르니깐.

 

 언제부터였을까. 그 조차도 모르고 있던 그 동안에 스가와라는 알고 있었던 건지, 아님 알아차린 건지 모르지만 자신이 히나타를 좋아한다고 모른단 생각에 카게야마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의 머릿속은 에이 설마...’혹시...’ 같은 단어들이 혼란스럽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머리를 진정시키려고 심호흡을 하는 그가 여느 때처럼 히나타의 병문안을 갔다.

 “, 카게야마! 왔어?”

 “으응...”

 “?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별로...”

 “별로가 아닌 거 같은데- , 무슨 일인데.”

 “...말해도 되나...?”

 “, 비밀 같은 거야?”

 “..., 비슷해...”

 “그래...? 괜찮아! 비밀이면 비밀로 해줄게!”

 “, 으응...”

 밝게 웃어 보이는 히나타를 보며 카게야마는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로 그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널 좋아하나보다...”

 카게야마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히나타는 순간 당황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도 잠시, 히나타는 이미 결심하고 있던 것 마냥 카게야마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나도, 널 좋아하는 거 같아...!”

 카게야마는 그 대답을 듣고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히나타를 바라보았다. 히나타도 맑게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 말야, 네 토스 칠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하고 있어! 그러니까 기다려줘야 해!”

 “, . 기다릴게.”

 히나타는 카게야마에게 그렇게 말은 했지만 자신의 다리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 다리는 괜찮아져도 가벼운 운동밖에 못한단다. 그렇기에 배구는 앞으로 못 할 수도 있단다.

 의사에게서 사형선고와 같은 말을 들은 히나타는 슬픔에 잠겼었지만, 희망을 갖고 있는 척, 그리고 또 웃는 척을 해왔다. 자신이 계속 슬픔에 잠겨 있으면 항상 자신에게 병문안 와주는 부원들과 카게야마에게 너무 미안해지기 때문이었다.

 히나타는 카게야마와 실컷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그가 돌아가고 나서야 자신의 부정 못할 진실에 의해 급 슬퍼져서 혼자 펑펑 울었다.

 “토스, 치고 싶어... 카게야마의 토스... 치고 싶어......”

 그리고 계속해서 반복했다.

 “카게야마... 너와... 그곳에 있고 싶어... 배구도 너도... 정말 좋아...”

 히나타는 혼자 눈물에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카게야마의 토스를 치고 싶었다. 그것이 그리도 큰 바람이라면 적어도 그와 같은 코트위에 서있고 싶었다.

 기적이라도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였다.

[다자아츠 전력 60]

 

 

 

 고아원에서 쫓겨나 하늘이 무너져 내릴 거 같을 때, 물에서 떠내려 온 그 사람은 처음엔 대체 뭘까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 덕분에 나는 탐정사를 알게 되고, 이능력을 알게 되고, 또 그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정녕 그 사람을 알게 되었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무엇을 했던 사람이고, 무엇을 하려는 사람인지 하나도 모르는데...? 그런데 나는 감히 ’, ‘사람, ‘, ‘되었, 라고. 말 할 수 있는가.

 

 “그래서?”

 

 그 사람이 내게 묻는다. 나는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그 사람도 날 바라본다. 내게 꽂은 세 글자가 나를 아무 말 못하게 한다. 마치, 강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그런 기분,

 “그래서... 제가... 다자이상을 알고 싶어서...”

 한 글자 한 단어 한 마디를 하나씩 모아 전부 뱉어내는 것조차 목이 메는 기분이었다.

 “나를 알고 싶은 거야 아츠시군?”

 매혹적인 물음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어떤 대답을 해야 옳은 대답인지도 모르면서도 정확한 답을 찾는다는 변명으로 감정을 에워싸 버렸다. 이것은 옳지 않아, 라고 머리는 답하면서도 눈을 마주치기가 두려워 그렇게나 무서워했다.

 “아츠시군? 대답해줄래?”

 혼자 두려움에 휩싸였으면서도 한 없이 다정하게만 들려오는 그 사람의 목소리에 또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가만히 있는데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에 까맣게 타들어가는 속만 애태울 뿐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 순간 시선이 들어올려지는 기분에 놀라, 아니 정말로 들어올려졌다.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이 내 턱을 받치고 들어 나를 바라본다. 나를. 저 눈동자에 비치는 사람이 나다. . 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며 그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이 나.

 

 나.

 

 “아츠시군.”

 그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르자 현실로 돌아왔다. 그 사람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저 흑갈색 눈이 보인다. 오롯이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눈빛이 느껴진다.

 “다자이상...”

 저 눈빛에 대답이라도 하는 냥 그 사람을 불러보지만 제대로 된 다음 말은 없다. 다음 말 대신 나오는 대답은 이상시리만큼 터져 나오는 눈물. 이유 모를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온다. 그 어떤 대답도 나오지 않는다. 새까매진 마음만이 이 심정을 알 수 있을까.

 “말해봐, 아츠시군.”

 그 사람의 눈빛과 표정과 분위기가 나에게 답을 원한다. 답은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 나도 알고 있기에.

 

 말한다.

  대답하자.

   말할 것이다.

    그것이 정답이다.

 

            “당신이란 사람을 만나서,”

        “당신이란 사람을 알게 돼서.”

     “당신이란 사람을 알고 싶어서,”

 “당신이란 사람을 알고 있고 파서.”

 

 다음말의 정답은?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머금고.

 

 “당신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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