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장남이 결혼하는 이야기 오소마츠 이야기

 

 

 

 그것은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어라? 마츠노군-?”

 때는 여느 때처럼 경마장을 가던 도중에.

 “...? 어라 너는?”

 우연히 다른 길로 가볼까-, 란 생각에 시작된 일이었다.

 “? 나 마츠노군이랑 고등학교 같은 반이었던-...!”

 그 시작의 질문은 아주 우연찮았고.

 “-... 네가 그 때 우리 반에 그...-?”

 또 아주 묘했으며.

 “- 맞아!”

 또 그 끝의 대답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야- 정말 간만이네- 잘 지냈어?”

 그들은.

 “물론이지- 그나저나 마츠노군은 어디 가는 길이야?”

 그 이야기를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제일 처음에 눈치를 챈 사람은 사남이었다. 물론 그는 형제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과묵한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소마츠는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결론은 참으로 간단하게 나왔다. 사남은 믿지 않는것이다. 아마 맨 처음 눈치를 채서 그런 게 아닐까 가설을 세워봤다. 맨 처음에 눈치를 챘으니 자신의 말을 믿을 사람은 적었다.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왜냐하면 사남이 그렇다 말해도 오소마츠가 아니다 말하면 오히려 내 말을 믿는 게 그의 동생들이니까.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조금은 슬퍼지는 그였지만, 뭐가 됐던 믿지 않을 것이 뻔할뿐더러 사남은 애초에 떠벌떠벌 말하고 다닐 성격이 아니었다. 때문에 오소마츠는 자신이 다니는 길 골목사이에 사남이 있어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믿어주면 고맙다는 마냥 확정된 길 하나로 그녀를 만나러 다녔다. 이쯤 되면 사남도 믿어주지 않을까? 오소마츠는 그렇게 생각했다. 일부러 그가 산책하는 코스로 데이트를 맞추고, 들키기 쉽게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이 쯤 되면 눈치 채고도 남겠지.

 아, 오소마츠가. 여자가 생겼구나, 라고.

 이제야 확신하다니 역사 귀여운 사남-, 오소마츠는 키득키득 웃을 뿐이었다.

 

 다음으로 눈치 챈 사람은 막내 육남이었다. 이유는 어느 날 오소마츠가 막내에게 와서 직접 물어봤기 때문이었다.

 “어이- 토도마츠-”

 “? 왜 오소마츠형?”

 “너는 데이트 할 때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하는 편이야?”

 오소마츠는 싱글싱글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내었다. 이런 말하는 오소마츠는 처음이라 그랬나? 막내의 표정이 살짝 굳어버리고 말았다.

 “헤에- 형이 데이트 대화주제는 왜-?”

 “, 냐니- 그냥 궁금해서-”

 “...뭐 그냥... 어제 뭐 했냐는 둥, 오늘 날씨는 어떻다는 둥. 아주 평범하면서도 공통점을 끌어낼 수 있는 대화를 해. 공감형성을 해야 호감이 생기는 법이니까.”

 “호오-... 그렇군... 고마워 톳티-!”

 그 말을 끝으로 오소마츠는 외출을 하러 나갔다.

 이걸로 막내도 오소마츠가 여자가 생긴 걸 알게 되었을 것이다. 오소마츠는 혹시 막내가 사남이랑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긴 했지만 둘은 공통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안 좋은 사이라기 보단 그냥 친하지 않은 사이. 오소마츠가 보기엔 둘이 그랬다. 때문에 둘이 이야기를 나눌 일은 없겠다 싶었다.

 “뭐야 시시하잖아-”

 이거 참 시시하네, 진짜. 언제쯤 그녀를 모두에게 보여 줄 수 있을까. 그 날이 온다면 대부분의 동생들이 이미 눈치를 챘을 때였음 하는 것이 오소마츠의 바람이었다.

 

 다음은 누가 눈치 챘을까? 놀랍게도 오남이 다음으로 알아냈다. 눈치 챘기보단 훨씬 확실하게 알아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레... 쥬시마츠가 야구하고 있었네...?”

 그 날은 데이트를 강변에서 하고 있었다. 강 위쪽 산책길을 걷고 있었는데 강변 아래에 터에서 오남이 야구배트를 휘두르고 있던 것이다.

 “쥬시마츠라면... 오소마츠의 동생군?”

 “, 응 맞아우리 오남! 저 녀석 야구 엄청 좋아하는 녀석이니까.”

 “-, 고등학교 야구부에서도 유명했지 아마?”

 “응 맞아-”

 또 고등학교 때의 이야기를 꽃피우니 오소마츠는 기분이 좋아졌다. 뭐 이제, 누구한테나 말할 수 있는 오남이 보았으니 동생 대부분이 아는 건 금방이라고 생각했다.

 

 강변을 지나고 시내를 걷던 중에 오소마츠는 렌카의 라이브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삼남을 만났다. 보아하니 오늘도 삼남은 렌카의 굿즈를 많이 산거처럼 보였다.

 “...오소마츠형...?”

 “, 쵸로마츠-!”

 “...? 어어...옆에 분은...?”

 “... 나중에 꼭 집에 데려가서 소개시켜 줄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주면 좋겠는 걸-...”

 그렇게 말하며 오소마츠는 그녀와 함께 손을 잡고 사남을 지나쳐 걸어가기 시작했다. 집에서 봐-, 란 말은 덤이었다. 그럼 오늘만 해도 두 명에게 확실하게 걸린 걸까나- 오소마츠는 슬쩍 웃어보였다.

 그럼 이제 슬슬 인사 드리러가도 괜찮겠네, 그것이 오소마츠의 결정이었다.

 “있지-...”

 “? 왜 오소마츠?”

 “내일은 혼수 장만이나 결혼식장 같은 거, 알아볼까? 너희 부모님께도 인사드리러 가고.”

 “- 벌써? 너무 빠른 거 아냐?”

 “아니. 난 얼른 부모님께 너를 소개하고 싶어. 그렬러면 조금이라도 준비해둬야지 않겠어?”

 “그러자-”

 나이도 나이인지라 그녀에게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게 아니면 사귀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더니 결혼은 당연한 거 아니냐며 흔쾌히 교제를 수락했다. 그 뒤로 평생 못 할지도 몰랐던 일을 그녀와 하나씩 해나가고 있었다. 손잡아보기, 데이트하기, 커플 사진 찍기 등등. 하루하루가 행복했고 또 단 둘이 새로운 행복을 맞이하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그 마음은 맞았고, 이제 한 걸음씩 결혼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차남은 형제들 중에 가장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가 오소마츠에 대해 알게 된 건, 오소마츠가 그의 여자를 집에 데려왔을 때였다. 사실 오소마츠는 대부분의 동생들이 이미 눈치를 챘을 때 그녀를 데려오고 싶었고, 그의 예상대로 차남 빼고 모든 동생들이 그녀를 알게 되었다. 오소마츠는 차남이 눈치 채질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던 것이었다.

 “......”

 오소마츠는 부모님과 면 대 면으로 인사를 드린 후 형제들에게도 그녀를 소개시켜줬다.

 “......”

 물론 이 침묵은 차남의 침묵이었다.

 사남은 그럴 줄 알았다며 빈정거렸고 막내는 오히려 그녀에게 오소마츠의 장점이라든가 반한 부분 같은 것을 물어보고는 웃어보였다. 오남은 흥분상태였으므로 야구배트 못 휘두르게 하는 데 애먹었었고 삼남은 자신은 없고 자신의 형은 있는 것에 쓸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차남은 그저 아주 작게 웃어보였다.

 “...축하한다, 형님.”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 이런 축복이 가득 넘치는 날의 sunshine도 눈부시도록 아름답군-”

 차남은 그저 언제나처럼 허세 가득한 말을 지어내며 찬란스럽게 선글라스를 쓰고 말았다

 “, 그럼 식은 언제 올리는 건가 형님?”

 “? -... 사실... 이미 준비를 미리 많이 해두어서... 당장 내일해도 상관없을 정도랄까나-”

 미소를 지은 채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대답하는 오소마츠의 말에 차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남에게 말을 건넸다.

 “그렇다면 내일 당장 식을 올리는 건 어떤가, 형님.”

 “으응...?”

 “파파와 마미도 알게 되었고 형제들에게도 이미 공개했으니, 더 이상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그런가...?”

 “물론이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제 형님은 장남이 아니라 가장이 되는 것이다! 옆에서 지켜야 할 존재가 생겼는데 언제까지 우리들의 장남으로 있을 것인가?”

 그 말은 오소마츠에게 크게 와 닿았다. 그리고 오소마츠는 두 번 고민 안하고 바로 대답했다.

 “- 그럼 내일 결혼할까?”

 

 다음날, 정말로 오소마츠의 결혼이 시작되었다.

 “신랑 신부 입장.”

 부모님은 기뻐서 울고 있었다. 항상 니트들이라며 이름조차 부르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오소마츠의 이름을 많이 불러주었다. 결국 부모님의 기쁨이란 이름하에 형제들도 마지못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저기-... 형들, 오늘 기쁜 날 맞지...?”

 분명 기쁜 날인데 왜 형제들 중에선 아무도 기뻐 보이지 않는지, 막내가 저산의 형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답은 제각각이었다.

 “기쁜 나아알-?? 오소마츠형 장가가는 나아알-?? , 그럼 이제 오소마츠형이랑 야구 못 하는겨?”

 “...난 몰라. 별로 그렇게 생각하기도 싫고...”

 “기쁜 날이라면 분명 기쁜 날이지. 드디어 장남이 장가를 가잖아. 그럼 이제 일자리로 찾을 거고... 정신도 차릴 테고...”

 “-, 오늘 같이 기쁜 날엔 축배를 들어야 하지 않겠나, Brother-! 그러고 보니 형님 말대로라면 여긴 Infinite Buffet이라구~ 하항-?”

 각자의 반응에 막내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들은 결혼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오소마츠가 그들을 불러 세웠고, 그들은 오소마츠와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형수님이 기다리시지 않아? 그래도 첫날밤인데...”

 “이미 양해는 다 구하고 왔단다, 걱정은 치워둬 우리 삼남~ 내가 동생들이랑 술 마시겠다는데 어떻게 막느냐고- 대신 일찍 들어오라 하더라~”

 한 잔, 또 한 잔. 그들은 한 잔씩, 또 한 잔씩 이야기꽃을 피어내고 있었다.

 “캬하-... 하하-, 저기 카라마츠-”

 “으응-? 왜 그러는가 형님?”

 “...어젠 고마웠어-”

 “무엇이 말인가?”

 “카라마츠가 그 얘길 해주지 않았더라면 나 계속 결혼 망설였을지도...-”

 “..., 그런 것인가?”

 “으응-! 사실-... 우리 동생들 놔두고 내가 어떻게 결혼하나 생각했었거드은-... 여섯이 모여서 하나인데... 나 하나 빠지면 하나가 안 되잖아-...”

 “하항~ 형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군-”

 “-... 그런데 어제 카라마츠가 해준 말 듣고-... 그래, 내가 없어도 이제 스스로가 하나가 될 수 있을 텐데, 내가 괜히 너희들을 쥐어 잡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형님...”

 “크으-... 이제 장남 졸업이니까 말이지- 여섯이 모여서 하나가 아니라 하나가 모여서 여섯이 돼보자- 이젠 그렇게 독립할 때도 되었잖아-...”

 “......”

 오소마츠의 말에 그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저기... 오소마츠형.”

 “으응? 왜 쵸로마츠-?”

 “... 결혼... 축하해...”

 “이제 앞으로 형... 일도 찾을 거고-... 취직도 할 테고-... 누군가의 남편으로서 또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정말 한 가정으로서-... 정말... 열심히 살 거지...?”

 “...그럼 물론이지- 내가 누구한테 그렇게나 잔소리 들었는데에-...”

 “그렇지-...?”

 “당연하지-... 나 절대로 행복해질 테니까-...!”

 “......”

 그들의 밤은 한 잔, 또 한 잔 그렇게 기울일 때마다 어둡게 깊어만 갔다.

 

 둘이서 생활하는 첫 하루가 시작되었다. 둘이서 하는 아침 식사. 둘이서 하는 이 닦기. 둘이서 옷 갈아입기. 둘이서 점심 먹기. 둘이서 저녁 먹기. 둘이서 목욕탕 가기. 둘이서 잠자리에 들기.

 등등.

 둘이서.

 행복했다.

 정말 행복해.

 둘이서 행복해.

 결혼하길 잘했어.

 일자리도 찾아보고.

 열심히 해서 승진하고.

 정말 힘내서 아빠가 되고.

 처음 부모님께 용돈 드리고.

  

 

 솔직히 동생들에게 안 미안하다면 거짓말이다. 항상 여섯이 모여 하나라고 외치고 다녔는데 자신이 빠져 다섯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렇지만 차남이 말해주었다.

 ‘언제까지 우리들의 장남으로 있을 것인가?’

 그 말을 기점으로 자신은 정말 멋진 말을 하게 된 첫째가 되었다.

 ‘여섯이 모여서 하나가 아니라 하나가 모여서 여섯이 돼보자.’

 그 날 말한 그 문장은 자신이 생각해도 참으로 명언이라 생각했다. 그 말을 들은 동생들도 이제 더 이상 니트가 아니지 않을까란 마음이 있었다. 다시 그 때를 생각하며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퇴근 하는 길이었다.

 “여보야- 나왔어-!”

 

아닐거라고생각했다말이안돼잖아이거

왜어두워왜추워왜대답이없어왜아니

야이거아니야왜거기서자고있어왜

안일어나잘거면침대에서자지임

신하고있는사람이왜그렇게불

편하게누워있어왜이렇게바

닥이축축해왜어렴풋이비

릿한냄새가나혹시몰라

불을켜봐근데왜바닥

이이렇게빨게왜이

빨간게당신한테

서나오는거야

왜숨을안쉬

어왜심장

이안뛰

어왜

 

 

 검은색 옷을 너무 자주 입는 거 같다고 생각했다. 자주 입는 건 문제가 안 되지. 그러나 문제는 이 날이 그리 행복하지 않은 날이란 것이다. 처음이라서 그렇게나 잘 해주고 싶었고, 사랑해서 오래오래 아끼고 싶었다. 그랬는데 어재서 이렇게 된 걸까.

 사인은 칼에 찔린 타살. 경찰에 신고하니 오소마츠의 집근처에 빈집털이가 자주 출몰하는데 운 나쁘게 죽음에 걸린 거 같다고. 구급차를 불렀더니 이미 출혈이 심해서 살릴 확률이 없다고. 오소마츠는 스스로가 붕괴하기 일보직전이었다.

 “형님...! 괜찮은가...!”

 “! 형은? 보복이라던가, 없는 거야? 괜찮은 거야?”

 “제길...”

 “뭐여-!!! 빈집털이버어엄-?? 그 녀석 내가 만나면 배트로 홈런 쳐버릴 테니까-!!”

 “형수님... 분명 좋은데 가셨을 거야... 얼마나 예쁘고 착한 분이셨는데...”

 동생들이 와서 오소마츠를 감싸주었다.

 “얘들아...”

 그 덕분인지 오소마츠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동생들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형님... 우리에게로 와라...”

 “맞아... 지금 힘들잖아... 혼자 사는 거 무리야. 일도 잠깐 쉬고 들어와...”

 “쉬는 것도... 중요해...”

 “야구하면 다 괜찮아질 거랑께-??”

 “우린 여섯이서 하나잖아. 하나가 되어 치유하자 형.”

 정신이 나가고 속이 뒤집어 진 오소마츠에게 그들의 유혹은 마치 자신을 위한 진심의 말로 들려왔다. 그래서 오소마츠는 그에게 있어 가장 활짝 웃을 수 있는 미소를 보여주며 말했다.

 “... 나 돌아갈 테니까...”

 

 그렇게 장남이 돌아왔다. 그들의 파멸의 연기를 믿고 오소마츠는 그들의 장남으로 돌아왔다. 이제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그들의 사슬에 묶이고 말았다.

 여섯이 모이면 하나. 여섯이서 하나.

 항상 그렇게 외치고 다녔고, 또 그렇게 뭉쳐 다녔으며, 그렇게 그들은 하나였다. 한 명이 빠진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언제까지고 영원히 여섯 쌍둥이라는 이름을 떨치고 다닐 것만 같았고 이제 그들은 다시 여섯 쌍둥이라는 이름을 영원히, 영원히 떨치고 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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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위터 SAPU님의 썰 기반으로 썼습니다.

[오소마츠상] 장남이 결혼하는 이야기 형제들 이야기

 

 

 

 여섯이 모이면 하나. 여섯이서 하나.

 항상 그렇게 외치고 다녔고, 또 그렇게 뭉쳐 다녔으며, 그렇게 그들은 하나였다. 한 명이 빠진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언제까지고 영원히 여섯 쌍둥이라는 이름을 떨치고 다닐 것만 같았다.

 여섯 명 중 장남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기 전까지는...

 

 

 제일 처음에 눈치를 챈 사람은 이치마츠였다. 물론 그는 형제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과묵한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눈치는 챘으나 아직 초기였으니 불확실한 정보를 괜히 떠벌리다 나중에 당사자가 아니라고 잡아 떼버리면 오히려 곤란해지는 건 이치마츠 쪽이었으니, 그는 자신이 손해 보는 짓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눈치를 챘느냐? 그것은 평소보다 더 잦아진 장남의 외출로 알았다. 이치마츠가 고양이를 보러 산책 나가는 쪽 몇 군데는 장남의 목적지와 같은 방향인 곳이 있었다. 예를 들면 파칭코나 경마장 또는 비디오 대여소 같은.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는 장남이 안 나타도 될 길에서 기분 좋은 표정으로 지나가는 장남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한 번 본 것은 우연이려니 싶지만 그것이 너무 여러 번 발견되니 그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미행이라든가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뭐가 됐든 금방 흥미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는 여섯 명의 쓰레기가 모여 하나의 쓰레기가 된다고 믿었고, 그 누구도 쓰레기에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치마츠의 생각은 빗나가고 말았다. 장남은 더욱, 더욱 외출을 하기 시작했다. 이젠 아예 대놓고 한 길로만 다녔다. 게다가 동생들에겐 경마장이니 AV니 거짓말까지 하며 일찍 나갔다가 늦게 돌아오기 까지 만행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른 형제들은 그려러니 하고 넘긴 것 같지만, 이치마츠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유모를 불안감이 자신을 덮쳐왔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평소 자신이 느끼는 부정의 느낌보다 더 한.

 이치마츠는 느꼈다. , 저 녀석. 여자가 생겼구나, 라고.

 느낌과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이치마츠는 쉬이 말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는 그 누군가와 공감을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눈치 챈 사람은 토도마츠였다. 어느 날 장남이 토도마츠에게 와서 직접 물어본 말은 그의 외출 이유를 빼도 박도 못하게 뒷받침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어이- 토도마츠-”

 “? 왜 오소마츠형?”

 “너는 데이트 할 때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하는 편이야?”

 싱글싱글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내는 장남을 본 토도마츠의 표정이 살짝 굳어버렸다. 설마 저 장남의 입에서 데이트라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헤에- 형이 데이트 대화주제는 왜-?”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미끼를 던졌다. 물론 대놓고 던진 미끼를 이런 대어가 바로 물리는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 냐니- 그냥 궁금해서-”

 역시나 장남은 싱글싱글 웃어 보일 뿐이었다. 토도마츠는 집요하게 잡아당겨 볼까도 생각해봤지만 물을 듯 말 듯 교묘하게 피해갈 장남의 성격을 알고 있는 그였기에 관심을 포기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뭐 그냥... 어제 뭐 했냐는 둥, 오늘 날씨는 어떻다는 둥. 아주 평범하면서도 공통점을 끌어낼 수 있는 대화를 해. 공감형성을 해야 호감이 생기는 법이니까.”

 “호오-... 그렇군... 고마워 톳티-!”

 그렇게 말하고 장남은 또 외출을 하러 나갔다. 토도마츠도 장남의 잦은 외출이 조금은 신경 쓰였지만 자신도 외출을 자주하니 뭐라 할 말은 없었다. 안 그래도 자주 나가는 것을 보며 혹시...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오늘 대화로써 역시, 라는 답이 나왔다. 그래도 대놓고 데이트라는 말을 꺼낼 줄은 몰랐으니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긴 했다.

 자신과 다르게 맨 처음에 태어났지만 자신보다 덜떨어짐을 알고 있었다. 여자들에겐 저런 장남보다 자신 같은 귀여운 스타일이 훨씬 잘 먹힌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왔던 장남인데 그런 장남이 데이트 대화 주제에 대해 물어오다니. 토도마츠는 왠지 모를 감정들이 자신의 안쪽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토도마츠도 느꼈다. 저 형. 여자 생겼구나,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토도마츠는 그런 감정들을 조용히 안고 있는 채 그저 자신의 폰 안에서 대화하고 있던 여자애와 계속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다음은 누가 눈치 챘을까? 놀랍게도 쥬시마츠가 다음으로 알아냈다. 눈치 챘기보단 훨씬 확실하게 알아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치마츠형.”

 “...? 왜 쥬시마츠...?”

 “나 보고 말았슴다.”

 “...? 무엇을...?”

 “오소마츠형이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쥬시마츠가 야구연습을 하는 곳에서 우연찮게 장남이 어떤 여자와 같이 있는 것을 봤다는 것이었다.

 “...헤에.”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그였던지라 이치마츠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물론, 쥬시마츠는 예상이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기에 극도로 흥분상태였다.

 “이치마츠형은 알고 있었슴까?”

 “... 어느 정도는...”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의 물음에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자신의 느낌이 맞았다는 확신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설마 그 첫 번째 쓰레기가 여자와 함께 다닌다니.

 혹시 예전에 속았던 랜탈여친 같은 건 아닐까란 생각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이치마츠가 생각하기엔 장남은 그렇게 돈이 많지 않았고, 계속 되는 쥬시마츠의 증언에 랜탈여친의 자도 생각을 안 하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와 형 뿐임다.”

 그들은 토도마츠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만 알고 있다고 믿는 그것을 바탕으로 둘만의 회의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럼 형들에게 말함까?”

 “...아니. 말하면 더 복잡해져. 그냥 조용히 기다리는 쪽이...”

 “톳티에게도?”

 “.... 걔는 스스로 알아챌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럼 조용히 있겠슴다.”

 “...”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그렇게 여자를 오랫동안 만나면서 우리에겐 한 마디도 안 하는 장남에 대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말해주려고? 우리가 그의 데이트를 방해할까봐? 아니면 이 모든 것이 그가 예상하던 모든 일의 시작?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한 데로 흐름이 떠내려갔다. 교묘할 거라고 생각하면 장남은 그렇게 머리가 좋지 않음이 생각나고, 그렇다고 단순히 연애를 즐기고 있는 것이라면 첫 번째 쓰레기가 과연 한 여자만 마음에 품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심이 들기도 하고...

 그런데 이치마츠는 그런 생각과 동시에 다른 궁금증도 들기 시작했다.

 “...저기 쥬시마츠.”

 “-?”

 “그런데 왜 나한테 말한 거야...?”

 “- 다른 형들이 집에 없어서! 톳티도 없고.”

 “... 그랬구나.”

 집에 있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치마츠였다.

 

 쵸로마츠는 이치마츠만 집에 있던 그 날 마침 냐쨩의 라이브 콘서트가 있어서 밖에 나가게 되었었다. 그는 냐쨩을 응원하고, 굿즈를 사고, 최고의 하루를 보내는 것만이 그의 할 일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깔끔하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찰나, 쵸로마츠는 깨달았다. 아직 하루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오소마츠형...?”

 쵸로마츠는 하마터면 자신이 들고 있던 굿즈들을 땅으로 떨어뜨릴 뻔했다. 그만큼 그가 본 광경은 어떤 여자와 함께 길을 걷고 있는 장남의 모습이었다. 여자는 착해 보이기도 했고 예뻐 보이기도 했으며 행복해 보이기도 했다. 쵸로마츠는 전혀 볼 수 없으리라 생각한 장면에 그만 정신을 놓은 것이다.

 “, 쵸로마츠-!”

 장남은 쵸로마츠를 모른 척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너무 반갑게 쵸로마츠를 반기며 웃어보였다.

 “...? 어어...”

 걸음이 굳어버려서 움직일 수가 없던 쵸로마츠에게 장남이 다가왔다.

 “...옆에 분은...?”

 어버버거리며 옆에 있는 여자 분에 대해 물어봤더니 장남은 슬쩍 바라보고는 수줍게 얼굴을 붉혀 보였다. 정말 단 한 번도 생각해 본적도, 머릿속에 그려본 적도 없는 또 다른 장면에 쵸로마츠는 또 말을 잃고 말았다.

 “... 나중에 꼭 집에 데려가서 소개시켜 줄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주면 좋겠는 걸-...”

 그렇게 말하며 장남은 여자와 함께 손을 잡고 쵸로마츠를 지나쳐 걸어가기 시작했다. 집에서 봐-, 란 장남의 말은 이미 듣지 못하고 한 동안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생각의 시작은 그들의 만남부터 흐름을 따라 그들의 미래와 여섯 쌍둥이의 미래. 쵸로마츠는 그 미래에 대해...

 “드디어... 저 장남이 정신 차렸나봐...!”

 활짝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곤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쵸로마츠는 단지 여자와 함께 있는 장남의 모습에 놀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평소에 일하라고 소리치던 자신이었기에, 일도 안하고 집에만 박혀 있다가 돈 쓸 궁리만 하고 있는 장남이 여자가 생겼다는 것은 어쩌면 삶의 목표가 생겼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쵸로마츠에게 있어서는 아주 나쁜 소식이 아니었다. 아니었다, 라고 자신을 합리화 시키고는 이 기쁜소식을 어서 형제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알려도 괜찮은 걸까? 아니면 이미 다른 형제들도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장남은 분명 나중에 집에 데려가서 소개시켜 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부모님은 물론, 형제들도 알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쵸로마츠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쵸로마츠도 이치마츠처럼 말을 안 하기로 했다. 이치마츠와 같은 결과를 내놓았지만 이치마츠와는 다른 이유의 결과였다. 이치마츠는 자신이 가장 먼저 알았기 때문에 말해도 대화가 안 될 것을 알고 말하지 않았지만, 쵸로마츠는 장남이 기다려달라고 했으니 때가 되면 말할 것이라 믿고 장남을 기다리려는 것이었다. 아무리 답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장남이니까 장남 나름의 생각이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쵸로마츠가 장남에게 건 마지막 믿음이었다.

 

 카라마츠는 형제들 중에 가장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아서 몰랐던 거기도 하고 다른 형제들과 달리 우연찮은 만남도 없었기에 그가 장남에 대해 알게 된 건, 장남이 결국 그의 여자를 집에 데려왔을 때였다.

 “......”

 장남은 부모님과 면 대 면으로 인사를 드린 후 형제들에게 소개시켜줬다.

 “......”

 물론 이 침묵은 카라마츠의 침묵이었다.

 장남은 쑥스럽게 웃으며 자신의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자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첫 만남부터 둘이 마음이 맞은 이야기와 함께 다니기 시작한 이야기, 그리고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지금 인사를 드리러 온 상황까지. 장남은 자신의 그 모든 이야기를 형제들에게 하나씩 하나씩 알려주었다.

 이치마츠는 그럴 줄 알았다며, 첫 번째 쓰레기인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신사적인 부분이 있었네-, 라며 빈정거렸고 토도마츠는 오히려 여자에게 장남의 장점이라든가 반한 부분 같은 것을 물어보고는, - 형에게 여자라니 역시 대단하네-, 라며 드라이 몬스터답게 웃어보였다. 쥬시마츠는 역시나 흥분상태였으므로 야구배트 못 휘두르게 하는 데 애먹었었고 쵸로마츠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건 믿음이 인정받은 듯 하여 혼자서 뿌듯해하면서도 자신은 없고 자신의 형은 있는 것에 쓸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카라마츠는? 자신의 시점에서 형제들을 바라보니 마치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기분이었다. 그 기분은 카라마츠만 느꼈지만 정확한 사실이었고, 그는 그저 아주 작게 웃어보였다.

 “...축하한다, 형님.”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자신의 형의 행복을 축복해주고 싶었다. 비록 자신이 가장 늦게 장남에 대해 알게 됐더라도, 자신은 진심이 담긴 축복을...

 불안했다. 불안하고 초조했다. 왜 자신만 모르고 있었지? ? 차남인데? 그 누구보다 장남에게 가까운 차남인데? 왜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 어째서? ? ?

 왜?

 그의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차고 말았다. 자신이 형제들에게 무시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형제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다고 치부했는데 오히려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는 것이 없어서 알지 못했고, 알지 못해서 눈치도 없었다. 그렇게 형제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이 그의 악순환이었다.

 “-, 이런 축복이 가득 넘치는 날의 sunshine도 눈부시도록 아름답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생각은 안하고 그저 언제나처럼 허세 가득한 말을 지어내며 찬란스럽게 선글라스를 쓰고 마는 그였다. 사실은 자신의 표정을 보여주기 싫음도 있었을 테지만, 결국 그는 물음표로 가득 찬 머리를 그저 그대로 묻어두기로 한 것이다.

 “, 그럼 식은 언제 올리는 건가 형님?”

 “? -... 사실... 이미 준비를 미리 많이 해두어서... 당장 내일해도 상관없을 정도랄까나-”

 미소를 지은 채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대답하는 장남의 말에 카라마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미 준비를 많이 한 두 사람,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던 형제들, 이미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 부모님. 그렇다면 자신이 한 것은 무엇이지? 생각해 보니 물음표를 달고 나오는 질문밖에 자신이 한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남에게 말을 건넸다.

 “그렇다면 내일 당장 식을 올리는 건 어떤가, 형님.”

 “으응...?”

 “파파와 마미도 알게 되었고 형제들에게도 이미 공개했으니, 더 이상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그런가...?”

 “물론이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제 형님은 장남이 아니라 가장이 되는 것이다! 옆에서 지켜야 할 존재가 생겼는데 언제까지 우리들의 장남으로 있을 것인가?”

 카라마츠의 목적은 적어도 결혼 날짜정도는 내가 정해도 되지 않을까.’였다. 물론 결정하는 건 장남의 몫이라 생각했지만, 자신이 그렇게 말하고 나니 이번엔 물음표를 달고 나올 감정들에 휩싸이고 말았다.

 ‘언제까지 우리들의 장남으로 있을 것인가.’

 그 말은 카라마츠와 장남뿐만 아닌 다른 형제들에게도 확실히 와 닿고 말았고, 그것은 자신들이 느끼던 알 수 없던 감정의 해답이었다. 장남이 결혼을 해버리면 더 이상 여섯이 아니었고, 여섯이 아니면 하나가 될 수 없었다. 하나가 아니면 불완전한 상태가 되어 버리고... 불완전한 상태는 불안을 불러일으키며... 그 불안은......

 “- 그럼 내일 결혼할까?”

 장남의 한마디에 그들의 생각이 멈추고 말았다. 그들의 시선은 자신의 여자와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불안의 끝을 그냥 떠올리고 말았다. 그 불안의 끝은... 파멸을 이끌어 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다음날, 정말로 장남의 결혼이 시작되었다.

 친척 분 결혼식이여야만 엄마아빠 손에 이끌려 간신히 왔던 그 화려하고도 휘황찬란한 결혼식장에서 점잖게 턱시도를 입고 있는 장남의 모습에 형제들은 말을 잃었다. 역시나 평생 못 볼 광경에 평생 못 볼 분위기를 떡하니 제 눈앞에서 보고 있잖니 느낌이 심히 이상하였다. 항상 여섯이서 다 같이 입던 정장을 한 사람 빼고 다섯만 입고 있잖니 또 이상한 기분이었고, 또 우리가 아닌 저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장남을 보니 또...

 “신랑 신부 입장.”

 부모님은 기뻐서 울고 있었다. 항상 니트들이라며 이름조차 부르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장남의 이름을 많이 불러주었다. 결국 부모님의 기쁨이란 이름하에 형제들도 마지못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저기-... 형들, 오늘 기쁜 날 맞지...?”

 분명 기쁜 날인데 왜 형제들 중에선 아무도 기뻐 보이지 않는지, 토도마츠가 형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답은 제각각이었다.

 “기쁜 나아알-?? 오소마츠형 장가가는 나아알-?? , 그럼 이제 오소마츠형이랑 야구 못 하는겨?”

 “...난 몰라. 별로 그렇게 생각하기도 싫고...”

 “기쁜 날이라면 분명 기쁜 날이지. 드디어 장남이 장가를 가잖아. 그럼 이제 일자리로 찾을 거고... 정신도 차릴 테고...”

 “-, 오늘 같이 기쁜 날엔 축배를 들어야 하지 않겠나, Brother-! 그러고 보니 형님 말대로라면 여긴 Infinite Buffet이라구~ 하항-?”

 각자의 반응에 토도마츠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장남이 본보기로 먼저 장가를 갔으니 이제 형제들도 차례차례 일자리를 얻고 가정을 얻고 독립을 하고 사회를 살아가는 일도 머지않았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애도 아니고 20살이 넘은 어엿한 청년이니 언제까지고 부모의 그늘 막 아래에서 쉴 수는 없었다.

 

 그들은 결혼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장남이 그들을 불러 세웠고, 그들은 장남과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형수님이 기다리시지 않아? 그래도 첫날밤인데...”

 “이미 양해는 다 구하고 왔단다, 걱정은 치워둬 우리 삼남~ 내가 동생들이랑 술 마시겠다는데 어떻게 막느냐고- 대신 일찍 들어오라 하더라~”

 한 잔, 또 한 잔. 그들은 한 잔씩, 또 한 잔씩 이야기꽃을 피어내고 있었다.

 “캬하-... 하하-, 저기 카라마츠-”

 “으응-? 왜 그러는가 형님?”

 “...어젠 고마웠어-”

 “무엇이 말인가?”

 “카라마츠가 그 얘길 해주지 않았더라면 나 계속 결혼 망설였을지도...-”

 “..., 그런 것인가?”

 “으응-! 사실-... 우리 동생들 놔두고 내가 어떻게 결혼하나 생각했었거드은-... 여섯이 모여서 하나인데... 나 하나 빠지면 하나가 안 되잖아-...”

 “하항~ 형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군-”

 “-... 그런데 어제 카라마츠가 해준 말 듣고-... 그래, 내가 없어도 이제 스스로가 하나가 될 수 있을 텐데, 내가 괜히 너희들을 쥐어 잡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형님...”

 “크으-... 이제 장남 졸업이니까 말이지- 여섯이 모여서 하나가 아니라 하나가 모여서 여섯이 돼보자- 이젠 그렇게 독립할 때도 되었잖아-...”

 “......”

 장남의 말에 그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골백번 옳은 소리 같아 인정하면서도 골백번 틀린 소리라 부정하고 싶었다.

 “저기... 오소마츠형.”

 “으응? 왜 쵸로마츠-?”

 “... 결혼... 축하해...”

 아마 다섯 명 중에서 장남의 결혼을 가장 축하해 주는 이는 쵸로마츠일 것이다.

 “이제 앞으로 형... 일도 찾을 거고-... 취직도 할 테고-... 누군가의 남편으로서 또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정말 한 가정으로서-... 정말... 열심히 살 거지...?”

 “...그럼 물론이지- 내가 누구한테 그렇게나 잔소리 들었는데에-...”

 “그렇지-...?”

 “당연하지-... 나 절대로 행복해질 테니까-...!”

 “......”

 그들의 밤은 한 잔, 또 한 잔 그렇게 기울일 때마다 어둡게 깊어만 갔다.

 

 다섯이서 생활하는 첫 하루가 시작되었다. 다섯이서 하는 아침 식사. 다섯이서 하는 이 닦기. 다섯이서 옷 갈아입기. 다섯이서 점심 먹기. 다섯이서 집에서 뒹굴기. 다섯이서 저녁 먹기. 다섯이서 목욕탕 가기. 다섯이서 잠자리에 들기.

 다섯이서.

 그 밖에 다섯인 것은 너무 많았다. 다섯이서 세 개의 국화빵 나눠먹기. 다섯이서 커피우유 마시기. 다섯이서 카드 게임하기. 다섯이서 일자리 찾으러 가기.

 등등.

 우리는.

 다섯이서.

 다섯이었다.

 여섯이 아니다.

 다섯일 뿐이었다.

 그냥 다섯인 것이다.

 그저 여섯이 아니었다.

 지금은 다섯밖에 없었다.

 더 이상 여섯일 수가 없다.

 

 “오소마츠는 드디어 일을 얻었다는 구나-!”

 “오소마츠가 이번에 승진을 했다는 구나-!”

 “오소마츠가 이제 애 아빠가 된다하구나-!”

 “오소마츠가 용돈을 보냈다고 하는 구나-!”

 “오소마츠가 ------------------ 구나-!”

 

 날이 가면 갈수록 다섯 명의 정신 상태는 더 피폐해지고 말았다. 그들에게 있어선 마치 예전에 태어났던 카미마츠가 다시 나타난 기분이었다.

 “이대로는 살아가기가 어려워지는군...”

 “맞아... 일자리 찾는 것도 더 어려워지고 있고...”

 “결혼할 거라는 보장도 없고...”

 “에에- 왜 이렇게 된 거지-?”

 “왜 이렇게 된 걸까...?”

 그들은 질문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대답을 알고 있는 질문이었다.

 “형님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 맞아... 오소마츠형이 없어서...”

 “...혼자 결혼하고 혼자 일자리 찾아서...”

 “같이 야구도 안 해주고-...”

 “혼자 열심히 하니까 우리는 계속 묻히고...”

 다섯명의 대답은 똑같았으며, 그 결과도 똑같았다. 이들은 이미 그 기분을 한 번 느껴본 적이 있었고, 지금은 그 느낌을 행동으로 볼 차례였다.

 

 

 “지금 데리러 간다, 형님.”

 “. 우리는 여섯이서 하나니까.”

 “...데려와서 죽인다...”

 “아이아이-! 다 같이 야구하는겨-!”

 “혼자만 성공하는 거 완전 반칙이라구-?”

 

 여섯이 모이면 하나. 여섯이서 하나.

 항상 그렇게 외치고 다녔고, 또 그렇게 뭉쳐 다녔으며, 그렇게 그들은 하나였다. 한 명이 빠진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언제까지고 영원히 여섯 쌍둥이라는 이름을 떨치고 다닐 것만 같았고 이제 그들은 다시 여섯 쌍둥이라는 이름을 떨치고 다닐 것이다.

 그들의 대답은, 좁고 어두운 방 안에서 메아리처럼, 서늘하게 반짝이며, 점점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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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위터 SAPU님의 썰을 기반으로 썼습니다.

[다자츄]

 

 

 

 

 웃긴다. 녀석이 마피아를 버리고 탐정사에 들어간 것 자체가 너무 웃긴 일이었다. 그래서 녀석을 보자마자 푸핫-, 비웃어주고 말았다. 웃긴 일이다. 이것은

 참으로 웃긴 일이다.

 

 “여어- 츄야-”

 녀석이 내게 다가와 웃으며 인사한다. 마피아에 있었을 때는 저런 미소 따위 자신에게조차도 허용하지 않았던 녀석이기에 저런 것마저도 배꼽잡고 웃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저렇게나 자신에게 무를 줄이야. 생각도 안 했던 부분이다. 그래서 웃었다. 푸핫-

 “아직도 그대로인가. 정말 하나도 안 변했군. 그 표정도. 그 키도.”

 자신이 옳다는 듯 끄덕거리는 녀석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소리를 질렀다, 에서 이미 진 걸까. 아까부터 비웃기만 하려고 결정했는데 왜인지 한 번 진거 같아 성질이 나는 기분이었다.

 “워어- 너무 성질내진 마 츄야- 그래도 만나서 기쁜 편이니까-”

 실실 웃어 보이는 녀석에게 한 방 먹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이 조금 한심해 보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먹을 들진 않았다. 나도 녀석과 어느 정도는 마음이 맞아 버렸으니까.

 

 “응 나도.”

 “- 츄야도 날 보고 싶었던 거야?”

 “당연하지. 보고 널 매우 비웃어 주려고.”

 “호오- 어째서?”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웃기니까.”

 

 푸핫- 그래 너무 웃기다. 웃겨서 배꼽잡고 웃을 일이다, 정말. 계속해서 녀석이 웃긴 이유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나도 웃기고, 그걸 듣고 있을 너도 웃기고. 그냥 다 웃기다.

 

 “하여튼. 탐정사 같은 데나 들어가니까 그런 거잖아. 웬일로 나도 보고 싶어 하기나 하고. 안 그래?”

 “흐음-... 그런가? 하지만 난 탐정사 들어간 거를 후회 따위는 안 한다만?”

 “...근데 날 왜 보고 싶다고 그러나?”

 “왜냐하면 츄야 네가 날 보고 싶어 했으니까.”

 “...?”

 

 저건 또 무슨 말인가. 생각해 보지만 난 녀석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오히려 비웃어 주고 싶어 했다. 그게 다였다.

 그게 다였다...

 그게... 다였다...

 그게 다인데... 왜 눈물이 나는 거야...?

 

 “츄야.”

 “...?”

 “보고 싶을 거야.”

 “그게 무슨...”

 “또 봐.”

 

 잠깐. . . 뭘 또 봐. 대체. 잠깐 가지마. 다자이. 가지 말라고. . .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거야. ? 이봐. 다자이. ! 어이. 다자이. !

 

 “다음에는.”

  “아무런 제약 없이.”

   “아무런 걸림 없이.”

    “함께 있자. 츄야.”

 

 

 꿈에서 깼다.

 흘러나오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어째서, 어째서 다자이 따위가 내 꿈에 나와 이렇게 날 괴롭게 하는 건가.

 

 “...하하, 그래서 비웃어 준다고. 멍청한 다자이...”

 내가 좋아하던, 내가 사랑하던, 내가 좋아했던, 내가 사랑했던.

 탐정사로 가버려 배신을 해버린 그 녀석은 이미

 

 죽어서 내 곁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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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아츠 전력 60분]  (0) 2017.01.09

n년 전 누군가의 글을 리메이크 한 걸 다시 리메이크

 

 

 

 

[카게히나]

 

 

 태양의 주황빛에 가까운 붉은색 머리의 소년 히나타는 방과 후에 자신의 배구부로 달려갔다. 오늘도 그의 가슴은 요통치고 있었다. 그는 가방을 벗고 옷을 갈아입은 뒤 자신의 동료에게로 달려가 말했다.

 “카게야마, 토스 올려줘-!”

 히나타의 부탁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동료의 수락에 기분 좋게 웃고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 공을 기다렸다. 히나타에게 있어서 카게야마의 토스는 언제나 그의 가슴을 뛰게 한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카게야마에게 토스를 올려달라고 부탁한다. 매번 부탁해서 이젠 익숙할 지도 모르지만 히나타는 동료의 토스를 칠 때가 더욱 짜릿하고 항상 새롭고 또 즐거웠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히타나는 카게야마의 토스를 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의 설렘은 그리 오래 가질 못했다. 그에게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난 것이었다,

 

 「 안타까운 속보입니다. 한 중학생 소년이 자전거로 등교하다가 차에 치이고 만 큰 사고가 났습니다,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소년의 자전거가 갑자기 멈추질 않았고 속도가 붙어 내려가던 중 소년을 못 보고 골목에서 좌회전을 해버린 차가 소년의 자전거와 부딪혔습니다. 다행히 소년은 운전자의 도움으로 가까운 병원에 옮겨져 목숨은 건졌고…… 」

 

 목숨을 건진 것. 그것이 전부였다. 히나타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 가긴 했지만 다리에 문제가 생겨버리고 만 것이다. 그는 짧게는 몇 개월, 길면 몇 년 정도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 의사에게서 들은 절망적인 진단은 그는 물론 카라스노 배구부 모두가 당황하였다. 작은 거인을 동경해서 시작한 그의 배구를 사고 때문에 못하게 된 것이 그저 당황스럽고 어이없어서 슬퍼졌었다.

 에이스가 되겠다고 했었던 그.

 배구에서 최강의 미끼였었던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배구를 좋아했던 그.

 그런 그에게 다리를 못 쓴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이대로... 이대로 배구를 못하는 건... 싫어...”

 히나타는 자신이 다리를 못 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며칠째 울고만 있었다. 그와 함께 배구를 했던 사람들이 그를 찾아와 위로해줬지만 그는 자신의 슬픔에 못 이겨 계속 울기만 했었다. 그렇게 맑았던 붉은 머리도 시들어 엉망진창인 것처럼 보였다.

 “빨리 나으면 좋을 텐데.”

 누군가가 말해주는 위로의 말이 그에게는,

 “너에겐 배구는 이젠 무리야.”

 처럼,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는 점점 좌절감에 휩싸여 가기만 했다.

 

 “카게야마.”

 “?”

 “네가 히나타에게 말해줘.”

 “...네 그럴게요.”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서 사는 히나타를 보며 스가와라는 그가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카게야마에게 부탁했다. 두 명은 하나의 콤비처럼 완벽했으니 분명 카게야마는 옳은 답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카게야마는 방과 후 히나타의 병실로 달려갔다. 오늘도 시들어 있는 그를 보며 카게야마는 천천히 다가가 그를 불렀다.

 “어이, 히나타.”

 “...카게야마...”

 카게야마를 본 그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사람처럼 울먹이기 시작했다. 카게야마는 그런 그에게 손을 뻗어 그의 머리에 살짝 얹으며 말했다.

 “, 네가 나에게 토스 올려달라고 말할 때까지 기다릴게.”

 “......?”

 그 말을 끝내고 바로 손을 내렸는데 한 번에 못 알아들은 그의 질문에 카게야마는 눈을 꽉 감으며 다시 대답했다.

 “... 빨리 나으라고, 멍청아! 언제까지 그렇게 기 죽어 있을 거냐!! 네가 그랬잖아! 나를 쓰러트리는 건 너라면서!”

 “... 으응... 맞아... 그랬지...”

 히나타는 그런 대답을 해주는 카게야마를 보며 이제껏 흘리던 슬픔을 그쳤다. 그 후로 카게야마는 다른 부원들보다 더 자주, 더 많이 그의 병문안을 갔다. 카게야마는 그의 병문안을 올 때마다 그에게 배구 이야기도 해주고 또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리고 그가 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들어주었다.

 카게야마는 병원에만 있어 움직일 수도 없는 그가 조금이라도 기운이 나게 해주고 싶어서 더욱 더 적극적으로 그에게 맞춰주려고 노력했었다.

 “요즘 자주 웃네.”

 “...? 그런가? 이게 평소의 나잖아!”

 “하긴, 그렇지. 빨리 나으란 말야. 리시브 실력 줄어들기 전에.”

 “나도 빨리 낫고 싶거든!”

 카게야마랑 같이 병문안 온 부원들이 끼지 못할 정도로 둘은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갈 때마다 그의 얼굴에선 다시 맑은 빛이 보이는 듯 했다.

 

 “히나타 병문안 자주 가네?”

 “, ... 선배 덕분에...”

 “그래 다행이야. 요즘은 히나타도 기운 차린 거 같거든.”

 “그런 거 같아요.”

 “히나타를 더 기운 차리게 해줘. 네가 있어야 히나타도 즐거워 보이거든.”

 “알겠습니다.”

 마치 웃는 모습에 가까워 보이는 그를 보며 스가와라는 피식 웃어보였다. 역시 둘이 있어야 행복해 보이고 완벽해 보였다. 때문에 스가와라는 농담조로 한마디 더 던졌다.

 “그리고, 고백해봐. 받아줄지도 모르니깐~”

 “, 스가와라선배님!!!”

 농담이 지나칩니다!, 라고 중얼거리는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온 것은 혹시 정곡이라도 찌른 것일까. 장난처럼 말한 건데도 얼굴이 빨게 져버린 카게야마를 보며 스가와라는 재밌다는 듯 씨익- 웃었다.

 “그럼, 히나타에게 가있어.”

 스가와라는 할 말만 하고 카게야마를 히나타에게 보냈다. 당황만이 휩싸였던 그였지만 그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아마 그 이유는.

 「 받아줄지도 모르니깐.

 

 언제부터였을까. 그 조차도 모르고 있던 그 동안에 스가와라는 알고 있었던 건지, 아님 알아차린 건지 모르지만 자신이 히나타를 좋아한다고 모른단 생각에 카게야마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의 머릿속은 에이 설마...’혹시...’ 같은 단어들이 혼란스럽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머리를 진정시키려고 심호흡을 하는 그가 여느 때처럼 히나타의 병문안을 갔다.

 “, 카게야마! 왔어?”

 “으응...”

 “?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별로...”

 “별로가 아닌 거 같은데- , 무슨 일인데.”

 “...말해도 되나...?”

 “, 비밀 같은 거야?”

 “..., 비슷해...”

 “그래...? 괜찮아! 비밀이면 비밀로 해줄게!”

 “, 으응...”

 밝게 웃어 보이는 히나타를 보며 카게야마는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로 그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널 좋아하나보다...”

 카게야마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히나타는 순간 당황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도 잠시, 히나타는 이미 결심하고 있던 것 마냥 카게야마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나도, 널 좋아하는 거 같아...!”

 카게야마는 그 대답을 듣고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히나타를 바라보았다. 히나타도 맑게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 말야, 네 토스 칠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하고 있어! 그러니까 기다려줘야 해!”

 “, . 기다릴게.”

 히나타는 카게야마에게 그렇게 말은 했지만 자신의 다리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 다리는 괜찮아져도 가벼운 운동밖에 못한단다. 그렇기에 배구는 앞으로 못 할 수도 있단다.

 의사에게서 사형선고와 같은 말을 들은 히나타는 슬픔에 잠겼었지만, 희망을 갖고 있는 척, 그리고 또 웃는 척을 해왔다. 자신이 계속 슬픔에 잠겨 있으면 항상 자신에게 병문안 와주는 부원들과 카게야마에게 너무 미안해지기 때문이었다.

 히나타는 카게야마와 실컷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그가 돌아가고 나서야 자신의 부정 못할 진실에 의해 급 슬퍼져서 혼자 펑펑 울었다.

 “토스, 치고 싶어... 카게야마의 토스... 치고 싶어......”

 그리고 계속해서 반복했다.

 “카게야마... 너와... 그곳에 있고 싶어... 배구도 너도... 정말 좋아...”

 히나타는 혼자 눈물에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카게야마의 토스를 치고 싶었다. 그것이 그리도 큰 바람이라면 적어도 그와 같은 코트위에 서있고 싶었다.

 기적이라도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였다.

[다자아츠 전력 60]

 

 

 

 고아원에서 쫓겨나 하늘이 무너져 내릴 거 같을 때, 물에서 떠내려 온 그 사람은 처음엔 대체 뭘까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 덕분에 나는 탐정사를 알게 되고, 이능력을 알게 되고, 또 그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정녕 그 사람을 알게 되었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무엇을 했던 사람이고, 무엇을 하려는 사람인지 하나도 모르는데...? 그런데 나는 감히 ’, ‘사람, ‘, ‘되었, 라고. 말 할 수 있는가.

 

 “그래서?”

 

 그 사람이 내게 묻는다. 나는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그 사람도 날 바라본다. 내게 꽂은 세 글자가 나를 아무 말 못하게 한다. 마치, 강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그런 기분,

 “그래서... 제가... 다자이상을 알고 싶어서...”

 한 글자 한 단어 한 마디를 하나씩 모아 전부 뱉어내는 것조차 목이 메는 기분이었다.

 “나를 알고 싶은 거야 아츠시군?”

 매혹적인 물음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어떤 대답을 해야 옳은 대답인지도 모르면서도 정확한 답을 찾는다는 변명으로 감정을 에워싸 버렸다. 이것은 옳지 않아, 라고 머리는 답하면서도 눈을 마주치기가 두려워 그렇게나 무서워했다.

 “아츠시군? 대답해줄래?”

 혼자 두려움에 휩싸였으면서도 한 없이 다정하게만 들려오는 그 사람의 목소리에 또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가만히 있는데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에 까맣게 타들어가는 속만 애태울 뿐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 순간 시선이 들어올려지는 기분에 놀라, 아니 정말로 들어올려졌다.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이 내 턱을 받치고 들어 나를 바라본다. 나를. 저 눈동자에 비치는 사람이 나다. . 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며 그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이 나.

 

 나.

 

 “아츠시군.”

 그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르자 현실로 돌아왔다. 그 사람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저 흑갈색 눈이 보인다. 오롯이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눈빛이 느껴진다.

 “다자이상...”

 저 눈빛에 대답이라도 하는 냥 그 사람을 불러보지만 제대로 된 다음 말은 없다. 다음 말 대신 나오는 대답은 이상시리만큼 터져 나오는 눈물. 이유 모를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온다. 그 어떤 대답도 나오지 않는다. 새까매진 마음만이 이 심정을 알 수 있을까.

 “말해봐, 아츠시군.”

 그 사람의 눈빛과 표정과 분위기가 나에게 답을 원한다. 답은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 나도 알고 있기에.

 

 말한다.

  대답하자.

   말할 것이다.

    그것이 정답이다.

 

            “당신이란 사람을 만나서,”

        “당신이란 사람을 알게 돼서.”

     “당신이란 사람을 알고 싶어서,”

 “당신이란 사람을 알고 있고 파서.”

 

 다음말의 정답은?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머금고.

 

 “당신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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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츄]  (0) 2017.02.09

 

[데비메가/오소쵸로/단편] 행복이란 이름의 죄

 

 

 

 “신이라는 명분으로 내게 주워진 일은 단지,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

 

 “그럼 대체 언제부터 시작이었을까. 주어진 명분을 무시한 채,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언제나 반복 적인 삶은 항상 나를 따라다녔다. 달라지지 않는 하루하루가 어쩌면 따분했을 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을 자각하기 전까진 따분하단 생각은 없었다. 즐겁진 않지만 따분하지도 않던 일상.

 "당신이 연못에 떨어뜨린 물건은,"

 바뀌지 않는 대사,

 "이 강철 아수라상입니까, 아니면 젤리 아수라상입니까."

 바뀌지 않는 행동,

 "...그렇군요. 솔직한 당신에게는-,"

 그리고 바뀌지 않는,

 "당신이 떨어뜨린 이 물건을 드리겠습니다."

 흔하디흔한 일상적인 나의 일.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세상의 모든 것인 줄 알았다. 신이라는 이름을 갖고도 내게 주어진 공간은 각진 연못이 전부였으니. 내가 가진 세상은 고작 이 정도였고, 내게 오는 세상 사람들도 고작 저 정도였다. 그들이 원하는 건 그들만의 행복이었고, 그것이 내겐 전부였다.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누구의 손에 길러졌는지, 어쩌다 신의 내림을 받았는지, 그리고 여기에 왜 있는지. 그런 것에 대한 기억은 그 무엇도 없다. 그저 아침이 되어 눈을 떠보니 보이는 곳은 이 곳, 손을 움직여 보니 내 몸,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이름 '여신'.

 "난 남자인데 말이지..."

 그래 남자다. 분명 남자인데 그들이 날 부를 때는 항상 '여신님'이라고 부른다. , 그 소리도 수 백 년 들어 와서 익숙해져 버려 이젠 일일이 말해주기 귀찮았다. 그래서 좋으나 싫으나 산속 연못의 여신님이란 이름으로 계속 살아가는 중이다.

뭐가 됐던 신이 내게 내려준 이름은 여신’. 여신이란 이름으로 남의 행복만을 위해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반복적인 날들 중 어느 날, ‘그 녀석이 날 찾아 왔었다.

 "안녕, 여신님?"

 녀석은 그저 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

 난 왜 그 모습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을까.

 "왜 사람이 인사하는데 말이 없어?"

 "단 한 번도 상대방이 인사해준 적이 없어서 당황하는 중이라면 믿어줄래?"

 "헤에-... 그래-? 여신님 재미있네-."

 "하아...? 그게 무슨...“

 내 말이 체 끝내기도 전에 녀석은 팔을 뻗어 내 손가락 사이사이로 다가와 손을 맞잡았다. 그 어떤 누구도 나의 손을 잡아준 적이 없어서 그런가, 난 녀석의 차가운 체온조차도 하나 의심하지 않았다.

 “여신님 손 따뜻해-”

 “하아...?”

 “나 이렇게 따뜻한 손 잡아본 적이 없어-!”

 “...그게 무슨...”

 “있지 여신님,”

 “......?”

 “여신님만 괜찮다면 나 여신님 보러 내일 또 와도 괜찮을까?”

 내가 본 녀석의 표정은 처음 보는 그 누구의 마음에도 들 정도의 미소로 씨익- 웃어 보이는 그저 순진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던 누군가와의 대화, 라는 것, 내겐 그것이 그렇게도 달콤했나 보다. 그렇게나 원했었나보고, 또 그렇게나 간절했나보다.

 “...그러던가.”

 녀석을 만나는 일이 실수란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그 어떤 자각도 깨우치지 못한 체.

 

 녀석은 정말 다음날 아침이 밝자마자 내게로 찾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해가 밝는 다음날이 되면 녀석은 계속 내게로 찾아와 인사를 하고 말을 걸었다.

 “안녕, 여신님?”

 “...아아, 안녕.”

 난 지금껏 행복이란 감정을 알지 못했다. 행복이란 건 그저 남을 위해 존재 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나의 행복이란 걸 알아 차라기 전까지는 그저 내 할 일에만 충실할 뿐이었다. 무엇보다도 나의 할 일에서는 행복이란 단어를 눈 씻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하는 이 일이 수 백 년 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마음속에서 뿌듯함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이미 수 백 년이란 긴 시간을 반복적으로 해왔던 일이기에, 내겐 그것은 그저 하나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녀석을 만나면서 내 할 일과 다른 일탈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되고 말았다. 나는 그것을 일탈로 인해 알아챌 줄도 몰랐고, 녀석에 의해 알게 될 줄도 몰랐지만, 녀석으로부터 그것, 바로 행복이란 참뜻을 알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여신님- 내 말 듣고 있어-?”

 “..., 듣고 있어.”

 “하하- 그래서 말이야-”

 내 앞에서 이렇게 즐거운 듯 이야기 하고 있는 이 녀석이 없어져 눈앞에 안 보이면 안 된다는 걸, 그리고 이 녀석이 내게 나의 행복을 알려줬다는 걸.

 “, 여신님- 손잡을까?”

 행복의 형태가 어떻든 상관없었다. 그것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러지 뭐.”

 내 손을 처음 잡아 준 이 손이, 이 차가운 손이 날 따뜻하게 감싸줬으니까.

 “여신님-”

 “?”

 “여신님 이름 뭐야?”

 “내 이름...? 없는데...”

 “- 그럼 그냥 여신님 인거야?”

 “그렇지...”

 “그럼 내가 이름지어줘도 돼?”

 “어떤...?”

 “-... ‘쵸로마츠는 어때?”

 “쵸로마츠인데.”

 “, 누가 지어준건지- 내 이름이 오소마츠거든-? 혹시 알고 있어? 느리다 할 때 그 오소말야- 내 이름과 반대의 뜻은 어때, 여신님? 빠르다란 뜻이 있잖아, 쵸로-”

 “단지 반대란 이유로?”

 “~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긴 하다만, 난 여신님이 그 이름 써줬으면 하는데-”

 “..., 상관은 없어. 그 누구도 내게 이름을 지어준 적이 없으니까.”

 “-, 그럼 내가 여신님의 이름을 맨 처음으로 지어준거야-? 이거 매우 기분 좋네, 아아-.”

 “...기분 좋다니, 다행이네 오소마츠.”

 “...헤에-, 내 이름 불러주는 거야-?”

 “지금까지 이름, 몰라서 못 불렀으니까.”

 “헤에-, 어째서 안 물어봤어? 여신님이 원했다면 언제든 알려줬을 텐데-!”

 “...지금껏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어. 상대방의 이름 같은 거.”

 “흐응-, 그럼 지금부터 가지면 되겠네-! 어때?”

 “......”

 “내가 앞으로 여신님의 이름을 쵸로마츠로 불러줄 테니까, 앞으로 쵸로마츠는 이름에 관심을 갖는 거야!”

 “...아아, 노력할게.”

 “헤에-, 그럼 노력하는 김에 하나만 더 노력해줘.”

 “...어떤 거?”

 “나 말이야. 이 오소마츠에게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줘, 쵸로마츠-!”

 

 녀석의 밝은 웃음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다. 녀석이 맞잡아준 차가운 손. 이 손을 그렇게나 놓기 싫었다. 녀석이 주는 모든 것은 행복이라 믿었다. 지금껏 세상은 한정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녀석을 만나면서 세상은 한정 돼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한정되지 않는 세상에는, ‘행복이 존재하는 줄 알았고, 이제 서야 그 행복이 내게로 온 줄 알았다.

 내가 믿고 있는 이 행복은 언제까지고 계속 될 줄 알았다.

 “쵸로마츠-”

 녀석이 날 부르면,

 “...?”

 내가 녀석을 바라볼 때까지.

 “나 말이야-.”

 녀석이 말을 하면,

 “....”

 내가 들어 줄 때까지.

 “쵸로마츠 많이 좋아하는 거 같아.”

 “......”

 내가 녀석의 말에 말문이 막히면,

 “쵸로마츠는,”

 녀석이 되물을 때까지.

 “...?”

 내가 관심을 가지면,

 “나 어때-?”

 녀석이 씨익- 웃으며 날 바라봐 줄때까지.

 

 

 「 내 가 믿 고 있 는 행 복

 

 녀석을 만나면서, 난 나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녀석은 내게 주기만 했었기에, 나는 녀석에게 받기만 했었기에, 나도 받는 일 뿐이 아닌 주는 일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녀석에게 주고 싶었다. 주는 그것이 어떤 형태의 무엇이던 상관없었다. 단지 내가 알 수 있는 건, 내가 녀석에게 유일하게 줄 수 있는 건, 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난 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껏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나의 이야기를, 단지 녀석이란 존재를 위해 찾기 시작했다.

 

 「 내 가 몰 랐 던 사 실

 

 ‘를 찾는 일은 의외로 쉬웠다. 신의 명분은 단지 남을 위해 있는 줄 알았는데, 신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되는 것은 매우 많았다. 단지 지금껏 내가 그것을 이용해 볼 시도를 안 해봤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숨겨졌던 과거의 경이로움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과거를 알아보고 난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넘쳐 오르던 눈물을 감추고 만 허튼 웃음. 그리고 웃음과 함께 행복이 와장창, 깨져가는 소리, 또한.

 

 「 내 게 밀 려 오 는 후 회

 

 “쵸로마츠-”

 “......”

 “나 왔어-”

 “......”

 “... 인사 안 해주는 거?”

 “...왜 왔어.”

 “...? 왜 왔냐니...? 항상 왔잖아, 그게 무슨...”

 “오면 안 되는 존재가 왜 왔냐고...!!”

 “......”

 “......”

 “...하아, 들킨 거야?”

 “......”

 “안 들킬 줄 알았는데-,”

 “...안 들킬 줄 알았다고...?”

 “- 안 들킬 줄 알았어-”

 

 「 행 복 이 란 이 름 의 죄

 

 녀석이 내게 지어주던 웃음은 이제 없다. 녀석의 순진한 소년의 모습도 이제 없다. 내 앞에 있는 건, 등에서부터는 크고 검은 날개가 활짝 펼쳐지고 머리에서는 빨간 뿔이 돋아나고 있는 인간 모습의 악마. 아아, 역시나, , 악마였구나.

 “어떻게 알았어?”

 “...내 과거를 알아봤어.”

 “헤에-, 그럴 줄 알았어. 지금까지 관심도 없던 과거 알아보니까 어때?”

 “......”

 “답이 없는 거야, 쵸로마츠-?”

 “...그 이름 부르지 마.”

 “-, 싫어? ?”

 “......”

 “‘옛 이름이 그렇게도 싫은 거야-?”

 “......”

 

 「 내 가 알 아 낸 과 거

 

 신이라는 이름을 갖기 전, 나는 그저 평범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라기 보단 조금은 특별난 인간이었다.

 나란 존재가 얼마나 평범이상의 특별을 누렸는가 하면, 내겐 형제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 두 살 차이가 아니고 무려 몇 분 차이밖에 없는 다섯 명의 형제. 그 형제의 무리에서 난 삼남이라는 직위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이름, 마츠노 쵸로마츠. 녀석이 내게 붙여줬던 그 이름이었다. 녀석이 내게 그 이름을 준 이유, 형제 중 장남이란 자릴 차지하고 있는 사람의 이름이 마츠노 오소마츠였기 때문이었다.

 

 「 내 가 잊 었 던 과 거

 

 내가 신이라는 이름을 갖기 직전의 과거, 그것은 참혹이란 단어 그 자체였다.

 그것에 대한 작은 기억의 조각, 난 그것을 들여다보았었다.

 기억 속의 나는 빨간 꽃잎을 흩뿌리며 검은 길 위를 날개도 없는 채 자유로이 날아가고 있었다. 날개도 없이 날아가니 검은 길 위에 불시착하여 엉덩방아를 찧은 듯 보였지만, 아픈 것은 이미 잊고 오래였는지 나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것만 같아보였다. 이미 온 몸이 빨간 꽃잎으로 뒤덮여버려 정신이 흐릿해져도 상관없었다.

 그 속의 내가 애타게 부른 누군가. 누군가는, 나와 함께 그 위를 날았던, 그는.

 

 「 오 소 마 츠 형 ! ”

 

 “...옛 이름이 싫은 게 아니야, .”

 “...그럼?”

 “그 이름을... 그 이름을 다시 받을 자격이 없는 거야...”

 

 「 쵸 로 마 츠 . . . ”

 

 나와 똑같이 이름을 불러주던 그는, 마지막 순간 까지도 그 미소를 잃지 않았었기에, 나는.

 “나 때문에...”

 피를 흘리면서도, 나를 봐라보며 웃어줬기에, 나는.

 “형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순간까지도, 나는.

 “...그런 모습이...”

 하얀 국화꽃에 파묻혀 더 이상 이세상의 사람이 아닐 때까지도, 나는.

 “되어 버린 거잖아......”

 나는.

 

 「 그 어 떤 자 격 도 없 는 거 야

 

 

 “...쵸로마츠는 잘못 없어.”

 “......”

 “자격이 없다니, 그것도 이상하잖아. 원래 본인 이름인데.”

 “......”

 “그리고 난 정당했어. 사랑하는 동생을, 치이기 전 그 짧은 순간, 감싸 안은 거 말이지-”

 “......”

 “난 내 행동이 자랑스러워.”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어도 괜찮았을 텐데.”

 “......”

 “왜 구한답시고 영웅처럼 날아와 감싸 안은 건데.”

 “......”

 “형은 형의 행동이 자랑스럽다고 했지? 내 대답은 아니.”

 “......”

 “형이 내게 오지 않았다면... 최소한 형은 살 수 있었어.”

 

 

 명의 길이가 달랐던 쌍둥이 형제, 같은 날 죽어버린 두 사람. 세상을 나누는 창조주는 한 사람에게만 죄를 물었고, 그 사람은 너무도 쉽게 대답하고 말았다.

 

 “혼자 떠나는 길 너무 외로울 거 같아서 함께 와줬을 뿐이야.”

 “ - ”

 “그는 잘못 한 게 없어. 오로지 내 과실이야.”

 

 혼자 모든 죄를 떠맡고 지옥이란 깊고 어두운 구렁텅이에 빠져 악마라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에 빗대어 나는 천국이란 곳에 가 과거의 모든 기억이 지워지고 아무 걱정 없는 그 무의미한 또 다른 삶 속에서, ‘여신이란 이름을 새롭게 얻어 수백 년을 살아오게 되었다.

여전히 아무 걱정 없는인생을 그렇게 수 백 년 간-......

 

 

 “힘들었다고-”

 “......”

 “너의 소문을 수 백 년 전부터 들어왔고, 너의 소식 또한 그렇게 들어왔고... 그렇게 불분명한 소식 소문만 들으며,”

 “......”

 “수 백 년 동안, 널 찾기 위해, 내 모습을 숨기고, 얼마나 힘들게 찾아 다녔는데.”

 “......”

 “그리고 이렇게 찾았고, 이렇게 마음도 전하고. 내가,”

 “......”

 “내가 얼마나, 너를 보고 싶었는데.”

 그는 나의 팔을 당겨 끌어안았다. 진심을 다한 그의 차가운 품까지도 너무 따뜻해서 난 미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네가 날 기억하고 있지 않아도 상관없었어. 너의 백지 같은 새로운 기억 속에 다시 날 세길 수만 있다면, 난 내가 어떻고 네가 어떻든 상관없었고 아예 중요하지도 않았어. 난 단지 네가 무의식 속에서라도 겪고 있을 너의 죄책감까지도 끌어 안아주고 싶어서, 내가 비록 이런 모습이라도, 쵸로마츠, 널 이렇게, 이렇게 안아주고 싶어서, ... ......”

 “...알았어,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어. 오소마츠형...”

 

 

 난 나의 과거를 몰랐어야만 했다.

 과거 따위 몰라왔던 지금까지의 수 백 년처럼, 난 나의 과거를 모르는 채로 또 다시 수 백 년을 더 살아가야만 했다.

 난 녀석의 진심 따위 듣지 말았어야만 했다.

 녀석의 진심을 들었을 때부터 나도 녀석에게 줘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지만 않았더라면, 내가 몰랐어야만 했던 나의 과거를 파헤치려고 하지지 않았었을 것이다.

 난 이름을 받지 말았어야만 했다.

 이름을 받지 않았다면, 녀석의 진심도, 녀석의 의도도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나의 풍족함에 매우 만족했었을 것이다.

 난 행복을 몰랐어야만 했다.

 행복이란 것을 깨우치지 않았더라면, 난 괴로움이라는 것도, 슬픔이라는 것도, 평생 깨닫지 않아 무의식 속에서 행복했을 지도 모른다.

 아니, 난 형이라는 녀석을 만나지 말았어야만 했다.

 

 “형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난,

 “‘과거... ‘이름... 그리고...”

 ‘행복

 “...그 무엇도 모른 채...”

 나의 모든 것을, 지금까지처럼,

 “있는 그대로를 모두 믿고...”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내 눈앞에 있는 것은 빨간 꽃잎을 흩날리며 곱게 눈 감고 있는 악마의 머리. 난 그것을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주워 안아 들었다. 그것을 들어 올려 가슴에 품자, 꽃잎은 사그락-, 나의 흰 옷을 빨갛게 적셔 주었다.

 “...무겁네.”

 확실히 무거웠지만 점점 무게는 빠져나갔다. 점점 가벼워진 머리는 이젠 깃털만큼이나 가벼워졌다. 하지만 가벼워진 만큼 무거워진 것이 있었다.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시작되는 악마가 내게 주는 타락. 이런 식으로 타락 될 줄은 전혀 몰랐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아..., 이것이 감정이란 걸 모르고 있던 내가 가져가야 하는 죄 인걸까...

 

 “아니, 틀려. 지금 내겐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고 아무런 느낌도 없어...”

 ‘아프다란 감정도, ‘기쁘다란 감정도, ‘슬프다란 감정도, ‘즐겁다란 감정도... 느껴지는 것은 그 무엇도 없었다. 아아, 그렇다면 이것은 바로...

 

 

 “‘행복이란 걸 알아버린... 행복이란 이름의 죄,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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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친이 써달라고 했던....

[미쿠 파생] 새장 문지기 미쿠 
 
 
 
 "안녕하세요."
 소년이 인사를 하며 문을 열자 딸랑-, 하고 작은 종소리가 차갑게 울려퍼졌다. 소년이 그렇게 조심스럽게 들어간 그 곳은 차가운 종소리 처럼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의 가게였다.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 계세요...?"
 소년은 그 낯선 공간이 조금 두려워져서 부들거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소년은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 무슨 이유로 왔는지 그 무엇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손에 들린 빈 '새장'만이 그곳에 온 해답을 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뿐이었다.
 "저... 이걸 채우러 왔는데요..."
 카운터 가까이로 다가간 소년은 카운터에 자신의 빈 새장을 올려두었다. 그리고 누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듯, 카운터 앞에서 소년은 불안하게 서 있었다.
 "이걸... 이대로 두면... 그러니까... 빈 상태로 두면 안 될 거 같아요... 너무 불안해요... 이걸 채워주세요... 제발..."
 소년은 이제 초조한 목소리로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제발 이것을 채워달라고, 불안해서 못 견디겠다며 발을 동동 구는 소년은 자신을 엄습해올 무언가에 의해 공포에 떨고 있었다. 아니, 아마 소년은 자신이 어떤 이유로 보이지도 않는 공포에 떨고 있는지 전혀 모를 것이다.
 소년은 아마, 본능에 가까운 공포를 느끼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 본능적인 공포로 부터 자신을 지켜줄 거 같은 본능적인 방어. 그것이 소년의 '새장'이란 것을 느꼈지만, 그 새장은 쓸쓸하고도 차갑게 비어 있었다. 
 
 소년이 불안한 그 상태로 부들부들 떨고 있자 소년에게 안 보이는 공포가 소년의 가까이로 조금씩 조금씩 다가왔다. 그리고 먹이를 노리는 포식자처럼 때를 노려 소년을 서슴없이 휘감아 버렸다.
 소년에게 닥쳐온 어둠의 공포가 소년을 감싸 서서히 조이며 잡아 먹으려 했던 그 때, 소년의 귀에는 어떤 아름다운 멜로디가 그의 귓가로 다가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 멜로디는 소년의 마음을 다스려줬고, 소년은 본능적인 공포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었다. 공포가 소년에게서 물러서자 멜로디는 더욱 정확히 들려왔다.
 이제 소년의 귀에는 멜로디 대신에 들어본적 없는 어떤 소녀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전해 들려왔다. 아니, 평생을 통틀어 들어본 그 어떤 노래보다 더 아름다운 노래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이 그 어떤것에 편곡될지어도, 이 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는 정도로- 소년은 그 정도로 노래에 자신도 모르는 포근함에 안겨들어 '안심'이 되었다.
 노래를 부른 소녀는 소년이 가져온 빈 새장에 가만히 손을 올려 놓았다. 노래는 계속 이어졌으며, 그 화음이 어우러진 오선이 마치 새장 속에 새를 그려내는 듯 보였다. 아니, 정말로 그러했다. 화음 코드들이 모여 새의 얼굴이 되고 음표 하나하나가 전부 새의 깃털이 되어 완연한 새의 모습이 갖춰져 소년의 빈 새장이 채워지자 소녀의 노래가 비로소 끝이 났다. 
 
 "이제부터 이 아이가 너를 지켜줄거야."
 소녀는 새가 지저귀는 듯한 목소리로 소년에게 말했다. 소년은 그 화음같은 목소리를 들으며 이제는 가득찬 자신의 새장 안을 바라보았다. 새장 안에는 찬란한 빛이 깃든 깃털을 가진 새 한 마리가 말끔한 눈동자로 소년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이 새는..."
 소년이 '안심'하며 새장 속 새에 대해 물어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소년의 눈에 비친 소녀는, 푸른 그녀의 머릿결에 알맞는 푸른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그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머금고만 있는 소녀의 미소에 소년은 물어보려던 무언가를 입밖으로 뱉지 않았다. 오히려 삼켰다. 뱉지 않아도 답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했다.
 "고맙습니다..."
 소년이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안심이 섞인 울음소리는 계속해서 고맙다는 인사만을 뱉을 뿐이었다. 소녀는 그런 소년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작게 대답했다.
 "이제 잃지마렴. 또 잊지마렴."
 소년은 새장을 힘껏 끌어안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고는 소녀를 향해 활짝 웃어보였다. 그것이 소년의 '결심'이자 또 하나의 '시작'이었다. 
 
 "그럼 저, 그만 가볼게요."
 소년이 꾸벅 인사를 하고 그곳을 나갔다. 혼자가 된 소녀는 그 소년이 안 보일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 비로소 소년이 안 보이자, 소녀는 자신의 푸른 모자를 꺼내 머리 위에 올렸다. 소녀는 가게 가장 안 쪽 어두운 커튼을 걷힌 다음 뒤에 숨겨져 있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열린 문 뒤로는 아주 큰 방이 나왔고, 소녀는 그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소녀가 들어간 그곳엔 수 많은 새들이 누군가의 꿈이 적혀 있는 악보 위에서 한창 지저귀고 또 날아 다니고 있었다.
 "또 오세요, 꿈을 잃은 자."
 소녀는 그 수 많은 악보를 모두 훑어보며 대답했다.
 "당신의 새장이 꿈을 잃어 절망하고 있을 때."
 또 악보 위의 새들을 한번씩 어루어만져 주며 대답했다.
 "당신의 빈 새장을 채워 드릴게요."
 그리고 방의 가운데까지 걸어갔을 때 쯤 걸음을 멈추고 다시 대답했다.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당신의 미래를 '어둠 속 공포'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소녀는 그 자신이 선 곳의 위를 바라보며 계속 대답했다.
 "저 날개돋힌 하얀 찬란함이 당신의 미래를 밝게 비춰줄 거예요."
 소녀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그러니 걱정말고 나에게 오세요."
 나는, 당신이 잃기도 하고 잊기도 하여 비어버린 당신의 새장 속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꿈을 노래로 지키는.
 "새장 문지기 미쿠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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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인님께 드린 새장문지기미쿠

[미쿠파생] 수박미쿠, 여름은 나의 무대.

 

 

 

 겨울은 조용한 계절이다. 눈으로 덮힌 세상은 그리도 조용하기 때문에 나도 겨울엔 조용히 있는다. 나의 무대가 아직 안왔기 때문에, 조용히 조용히 잠복기를 가진다.

이 시기가 내게 있어 가장 힘들고 졸린 시기이다. 하지만 이 때를 견뎌야만 내가 그 자리에 설 수 있다.

 

 봄은 따뜻한 계절이다. 땅 속에 잠들어 있던 씨앗들이 따뜻한 봄빛 맞이하며 깨어날 때, 나도 슬슬 일어날 준비를 한다. 봄이 오면 나의 기나긴 잠복기가 끝났다는 걸 의미한다. 나는 이제 이곳저곳 얼굴을 들이밀며 나를 세상에 알린다.

 이 일은 어쩌면, 바람에 흩날리는 약하고 여린 떡잎의 몸짓 같아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겐 커다란 움직임이자, 거대하게 내딛은 한 발자국이다. 이 움직임으로 나의 무대가 완성될 수 있다고 믿기에 나는 이 시기에 열심히 한 발작, 한 발작 나아간다.

 

 날씨가 조금씩 조금씩 더워지자 6월의 초여름이 찾아왔다. 봄에 열심히 움직인 덕분에 사람들은 날 알아본다. 하지만 아직 커지지 못한 열매는 그저 커다란 꽃만을 매달고 있을 뿐이기에 아직 모르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러나 꽃만이라도 누군가 나를 알아봐준다면, 나는 이보다 더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 확신은 곧 나의 꿈이 된다.

 

 7, 여름이 되었다. 햇빛은 따사롭게 내리쬐고 날씨는 대지를 감싼 습기때문에 더 덥게만 느껴지는 여름. 이 때 나의 열매는 매우 커져서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 알맞을 때이다. 나는 때가 왔음을 느낀다.

 장마가 아직 하늘을 장악하지 못했을 때 내가 먼저 하늘을 장악해야한다. 비가 오면 당도가 떨어져 사람들의 입맛에 알맞지 못하기 때문에 이제 나는 일어선다.

 여름은 나의 무대, 그 무대 위에 내가 섰다. 사람들은 무대 위에 선 나를 바라본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가지각색이다. 누구는 나를 보며 믿는다는 눈빛이었지만, 다른 누구는 나를 두들겨 보기도하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는다. 매년 그래왔고, 매년 사람들은 날 선택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긴장이 되어도 그 확신을 잃지 않는다.

 이 무대 위에 서기 위해 고생했던 지난 계절들을 떠올리며 나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더위를 날리기 위한 청량한 목소리를 스피커 너머로 내보냈다. 그 시원하고도 빨갛게 알찬 울림은 사람들의 시선을 바로 바꾸었다. 모두가 날 보며 격려하고 또 응원하는 눈빛. 나의 확신은 역시나 옳았고, 나의 꿈은 이렇게 아름답게 이루어진다.

 

 8, 늦여름이 왔다. 그러나 꺾이지 않는 더위에 사람들은 나를 찾고 내 노래를 흥얼거린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어도 아직도 덥단 이유로 내 노래와 나의 인기는 사그라들줄 모른다. 그러나 슬슬 준비해야한다. 다시 맞이할 그 잠복기를.

 

 가을은 고독하고도 쓸쓸한 계절이라 불린다. 낙엽이 떨어지고 날씨가 추워지면 내 마음도 가을과 같아진다. 더워서 시원한 걸 찾는 건 당연하지만 추운데 시원한 걸 찾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나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겨울이 오기 전 가을에 활동을 점차 줄인다. 마치 따뜻한 계절의 봄처럼.

그래도 아직 낮이 덥다며 내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겐 감사함을 느낀다. 노래의 당도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아직도 나를 알아봐주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은 내게 고마운 사람들이다.

 가을은 쓸쓸하고 고독한 계절이지만, 낙엽이 땅을 살포시 덮어주듯 포근하기도 한 계절이기에, 나는 여름 봄 다음으로 가을을 무척 좋아한다.

 

 다시 겨울이 왔다. 나는 이제 더이상 활동하지 않는다. 겨울에는 겨울에 맞는 노래의 당도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이 맞는 나는 그저 가만히 조용히 나의 무대가 올 것을 다시 기다린다.

 겨울은 내게 있어 그리도 조용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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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코끝나고 써준거~~~

 

[미쿠파생] 꿈여우미쿠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면 하얀 구름같은 작은 여우들이 소녀를 이끈다. 그러면 소녀는 그 아이들을 따라 검은 구름길을 걷기 시작한다.

 딸랑-, 딸랑-, 방울소리를 내어 걸으면 검은 구름길에서 작은 빛이 하나- - 밝아진다.

 은은한 별빛을 품고 빛이 나는 그 길은 사실 꿈의 별빛길. 소녀의 할 일은 그 꿈길을 삼킨 검은 악몽구름들을 쫓아내고 본래 반짝이던 빛을 밝히는 일이다.

 

 소녀가 걷는 길에는 가끔 검은 구름에 갇혀 쪼그려 앉아 울먹이는 아이가 있다. 검은 구름에 갇혀 우는 소리를 못들을 때, 하얀 여우들이 우는 아이를 찾아내 검은 구름들을 걷어내면 소녀는 그 아이의 눈을 맞추며 작게 묻는다.

 "아이야- 왜 여기서 길을 헤메고 있니?"

 아이가 훌쩍이며 소녀를 보면 소녀는 작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러면 아이는 훌쩍임을 멈추고 같이 눈을 맞추며 말한다.

 "길을 잃었어요..."

 아이가 속삭이는 듯 말하면 소녀는 아이를 다독이며 대답해준다.

 "그럼, 내가 같이 길을 찾아줄게-"

 소녀가 아이를 살포시 안아들고 방울을 흔들면, 아이가 잃었던 검은 구름길에 빛이 들어와 아이가 갈 곳을 별빛의 길이 알려준다.

 "- 이제 갈 수 있겠니?"

 소녀가 아이를 바라보며 물으면 아이는 그새 눈물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그럼 소녀는 아이를 내려주어 어서 가보라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아이가 외롭지 않도록, 또 길을 잃지 않도록 작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자장가의 선율을 따라 아이가 자신이 갈 곳을 잃지 않고 갈 수 있도록. 소녀는 계속 계속, 노래를 불러주며 아이의 안녕을 계속 계속, 바라봐주었다.

 

 

* * *

 

 

 자장가, 그것은 작은 멜로디.

 그 멜로디에 맞춰 선율을 따라 걷고 걷고 또, 걸어가면- 그곳엔 조용히 눈감고 있는, 여우탈을 쓰고 있는 파란 머리 소녀가 나를 보고 작게 미소지어주며 있다. 그 미소가 아름다워 천천히 가까이 다가가면 소녀는 몽롱해져 내 앞에서 흐려지고, 그리 흐려지면 나는.

 

 오늘도 그 소녀가 꿈에 나왔다. 요즘 근래에 꾸고 있는 소녀의 꿈은 언제나 똑같은 상황. 나는 왜 소녀의 꿈을 꾸는지, 왜 항상 같은 꿈만 꾸는지 전혀 알길이 없었다.

하지만 소녀의 꿈이 싫지는 않았다. 나를 향해 웃어주는 그 미소가 가장 그러했다. 아니, 오히려 좋아했다. 그 미소는 나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나에게 속삭인다. 마치, 걱정말고 안심하라는 듯이.

 그녀의 자장가마저도 나는 좋아한다. 허밍에 가까운 음이면서도, 나는 그것이 자장가라는 것을 알아챈다. 그것은 마치 허공에 음표를 그리며 어여쁜 포물선을 따라 나에게로 흘러온다. 나는 그것을 좋아한다.

 소녀가 내 꿈에 나타나면, 나는 그 어느때보다도 마음이 평안해진다. 분명 꿈을 꿨는데 그 어떤것도 남지 않는 꿈보다 소녀가 나오는 꿈이 훨씬 마음이 놓인다. 나는 소녀가 나오는 그 파란 꿈을 좋아한다.

 오늘 밤에도 소녀가 나와주기를.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린다. 그 소녀가 나와준다면, 나는 오늘도 기분 좋은 꿈을 꿀 수 있을것만 같다.

 

 

* * *

 

 

 소녀의 꿈 속은 어떠할까. 남이 꾸는 꿈은 지켜주면서 정작 소녀의 꿈은 어떠할까. 소녀는 눈을 감고 자신의 하얀 공간을 바라본다. 하얗고- 파랗고- 가끔 그 공간은 형형색색으로 아름답기도 하고- 가끔 그 공간은 검정색으로 어두침침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공간 속에는 그 아무도 없다. 소녀 말고는 아무도 없기에, 소녀는 너무도 외롭고 또 너무도 쓸쓸했다. 소녀 스스로가 원한다면 누구든 부를 수 있는 그 공간에서 소녀는 고독히 혼자만을 원했다. 누구를 불러온 다는건 누군가의 꿈을 훔쳐 온다는 것을 알기에 소녀는 그저 혼자 있을 수 밖에 없었고, 아무도 없을 수 밖에 없다는 그 외로움에 소녀는 그저 작은 상처를 마음에 내어버렸다. 혼자만이 갖고 있는 외로움의 상처를 매꾸기 위해 소녀는 하얀 구름같은 작은 여우들을 만들었고, 하얀 구름같은 작은 여우들은 소녀의 공간과 꿈의 별빛길을 드나들며 소녀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소녀는 자신이 만든 친구들과 함께 오늘도 꿈의 별빛길을 거닐고 있을 것이다. 검은 악몽구름을 몰아내고 길 잃은 아이를-, 길잃은 꿈을 찾아내 길을 인도해 주는.

 소녀는 오늘도 누군가의 꿈속에 나타나 걱정말라고 미소를 지어주고 또 작은 자장가를 불러줄 것이다. 악몽에 사로잡힐 그 아이를 지켜내기 위한.

 그리고 소녀는 오늘도, 자신의 하얗고 작은 여우들과 함께 그곳에 있을 것이다. 소녀의 할 일은 바로, 꿈을 지켜주는 꿈여우의 일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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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연성해버려서 이미 다른 글존잘님들이 썼던게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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